2024-03-19 2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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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내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을 보니 또 다른 낚시꾼이 있었는데 실력이 꽤 좋은 것 같았다. 그는 계속 고기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사내는 그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이봐요,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노련한 낚시꾼은 낚싯대에서 손을 놓고 대답했다. "그러시죠"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고기를 낚으신 것 같은데 큰 고기는 다시 놓아주고 작은 고기만 담으시더군요. 왜 큰 고기를 놓아주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멋쩍은 듯 잠시 그대로 있던 낚시꾼이 말했다. "음, 그게, 큰 고기도 정말 가져가고 싶지만 프라이팬이 작은 것 밖에 없거든요" 큰 생선을 조리하려면 큰 프라이팬이 필요하듯이 성과를 높이려면 목표를 높게 설정해야 한다. 높은 목표는 조직구성원들의 가슴을 열정으로 불타게 만든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맞닥뜨리거나 만들어낸 도전적인 과제를 정복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교세라(Kyosera)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낮은 목표를 세우면 낮은 결과 밖에 얻지 못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위대한 사업이라는 것은 높은 목표를 갖고서도 하루하루를 전력투구해야만 이뤄지는 것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노력을 거듭한 결과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 교세라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무작정 높게 설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하기 어려울 만큼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높이 달린 포도를 따려다 실패한 여우처럼 "저 포도는 신 포도일거야"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높은 목표가 적절한 것일까? 여기에 가장 적합한 개념이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이다. 스트레치 골은 `stretch`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온힘을 다해 손을 뻗어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도전적인 목표`를 뜻한다. 다시 말하자면 쉽지는 않지만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기존의 사고방식이 아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노먼 마이어(Norman Maier)가 실험을 통해 정립한 것으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을 두고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다음에는 더 나은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을 보고 `stretch`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영학자 게리 해멀(Gary Hamel)과 프라할라드(C. K. Prahalad)가 이를 경영학 분야에 사용함으로써 일반화 됐다. 기업에서 이 스트레치 골을 잘 활용하면 혁신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스트레치 골이 설정되면 조직구성원들은 기존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안을 모색하게 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에 성공 체험이 쌓이면서 구성원들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높은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 이른바 도전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적인 문화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점점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는 구성원들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 스트레치 골이 제시되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매우 당황해하며 불가능한 목표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렇듯 구성원들의 의지 없이는 스트레치 골의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스트레치 골을 추진하되,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왜 반드시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추진 의욕을 높여야 한다. 연말이 되면 많은 기업들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하지만 그 목표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달성하기 쉬운 목표로 달성율을 높여본들 이는 조직의 자기만족과 무사안일만 조장할 뿐이다. 혁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스트레치 골을 설정하라. 혁신은 상식을 벗어난 목표에서 시작되며, 비선형적인 혁신만이 조직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8-06 19:54

크라이슬러의 전 CEO인 리 아이어코카(Lee Iacocca)가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컨버터블 승용차를 개발할 때의 이야기다. 아이어코카는 수석 엔지니어에게 컨버터블 승용차의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표준 절차에 익숙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답했다. "좋습니다. 앞으로 9개월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겠습니다."  아이아코카는 격노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군요. 당장 차로 가서 천장을 잘라내라고요!" 엔지니어는 즉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크라이슬러의 컨버터블 승용차는 대성공을 거뒀다. 성공한 기업들은 대체로 전략이나 계획보다 실행에 더 집중한다. 개략적인 계획이 서면 일단 실행해가면서 다듬어간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쪽보다 실행해가면서 계획을 보완해가는 쪽이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대 초 실시된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캐슬린 아이젠하르트와 배넘 바브리치 교수의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로 입증되었다. 두 사람은 연간 매출액이 5천만 달러를 넘는 유럽, 아시아, 미국의 36개 컴퓨터 제조업에서 이루어진 72개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면밀히 조사했다. 그들은 각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에서 단계별로 소요된 시간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적은 시간을 소모하고 실전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한 팀이 가장 혁신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실행해가면서 보완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팀이 `완벽한 계획`을 추구한 팀보다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프로토타입은 이와 같은 `실행해가면서 다듬어간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데 아주 유용한 방식으로, 이를 매우 잘 활용하는 회사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IDEO)이다. 이 회사의 핵심적인 성공 비결은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보고 만질 수 있는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낸 데 있다. 아이디오의 가장 유명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컴퓨터 마우스도 구슬처럼 생긴 방취제 뚜껑 부분을 버터가 담긴 접시 밑바닥에 붙여 만든 프로토타입에서 탄생했다. 아이디오의 CEO인 팀 브라운(Tim Brown)은 실행과 프로토타입의 중요성을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표현을 써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중요한 건 속도다. 단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스케치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머릿속의 생각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게 결과적으로는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아무리 조악한 프로토타입이라도 상관없다. 프로토타입은 단지 물리적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등에 모두 적용된다. 팀 내부에서만 검토할 수도 있고, 경영진과 함께 검토할 수도 있으며, 시장에 직접 나가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으로 생각하는 행위다."  프로토타입은 오직 소비재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팀 브라운의 말처럼 이는 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IBM은 EBO(신사업기회)를 개발할 때 `시범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을 이용한다. EBO 리더는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기업의 주요고객을 대상으로 시험한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더 많은 자원을 할당받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식이다. 2000년 이후 IBM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25개의 EBO를 출시해 단 3건만 실패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완벽한 계획을 추구하지 말고 실행해가면서 보완하라. 프로토타입을 적극 활용하라. 21세기는 여느 때보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에 미련이 남는다고? 그렇다면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톰 피터스(Tom Peters)가 남긴 다음의 말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연습(practice)은 예술의 핵심요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비즈니스에서는 이 개념이 전무하다. 많은 비즈니스 서적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무언가를 상상해 실행하고 조정하고 다시 실행하는 작업이 예술이다. 하지만 경영대학원(MBA) `덕분에` 비즈니스 종사자들은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말하고 또 말하고, 계획하고 또 계획한다. 그러나 현명한 경영자들은 말하고 계획하는 동안 신속히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조정한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7-23 20:00

 한 경건한 수도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회의를 열어 수도자를 타락시키기로 했다. 첫 번째 방법으로 사탄은 수도자에게 커다란 금덩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도자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보냈으나 수도자는 마치 돌을 보듯 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주입시켜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인간에 대해서 잘 아는 사탄의 우두머리가 나섰는데, 그는 수도자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당신의 경쟁자가 방금 종단의 총재로 피선됐다고 합니다."  수도자는 이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경쟁자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를 경쟁심이라고 한다. 경쟁심이 인간의 본성이냐 아니면 학습된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경쟁은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며, 더 나은 삶을 향한 끈임 없는 경쟁이 인류의 문명을 이만큼 발전시켜 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서로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기업은 이러한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경쟁이 없으면 혁신을 위한 외적 동기가 생기지 않고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이 약해져 쉽게 무너진다. 반면 경쟁자가 강해질수록 자사도 더욱 분발하게 되어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다. 오죽하면 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톰 피터스(Tom Peters)가 경쟁자를 `축복`이라고 했겠는가. 다음은 그의 말이다. "훌륭한 경쟁사보다 더 좋은 축복은 없다. 훌륭한 경쟁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준다. 누군가 쫓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知彼知己百戰不殆(지피지기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손자(孫子)》의 글을 인용하며 시시각각 경쟁자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대응한다. 경쟁자를 잘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자세가 옳을까?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상대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흔히 경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경영은 결코 전쟁이 아니다. 전쟁의 상대는 당연히 적이다. 적을 무찔러야 승리한다. 하지만 경영의 상대는 경쟁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경쟁자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제대로 알아야 할 상대는 바로 고객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당신 사업의 벽돌 공장(Your Business Brickyard)》의 저자 하워드 만(Howard Mann)은 이렇게 말한다. "경쟁자에게 집착하고, 그들의 제품을 앞서려 하고, 매일 매시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일고 싶어 하며, 그들과 당신의 회사를 비교하는 활동으로는 결코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 당신의 회사가 자신만의 길을 찾고 고객과 직원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길을 찾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신의 회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고객 만족을 주는 활동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나치게 경쟁사에 집착하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때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로 명성을 떨친 넷스케이프(Netscape)를 들 수 있다. 다음은 이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마이크 맥큐(Mike McCue)의 말이다. "넷스케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은 너무 치열했다. 우리는 눈을 뜬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회사를 만들지 생각하기보다 그들에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했다. 지금 내가 깨달은 점은 회사는 고객을 떠나 다른 것으로 절대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경쟁사에 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넷스케이프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동향 파악에만 신경 쓰다가 결국 망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경쟁사에 대한 생각을 버려라. `경쟁사가 뭘 하지? 경쟁사의 점유율은 어떻지?`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 날 때면, 차라리 `경쟁사가 뭘 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되니까`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지? 우리를 떠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고객에게 신경을 써라.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을 의식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7-16 20:00

 스무 대 정도의 차량을 보면서 판금을 비교분석한 후, 내가 여러 가지 코멘트를 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키가 2미터는 돼보이는 근육질의 거구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더니 양복을 잡고서 내 몸을 약간 들어올렸다. 이 친구의 이름은 조 스필먼(Joe Spielman)이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설교하신 내용은 다 알아들었으니 이제 이 중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차를 고르시면 우리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내가 판금 상태가 제일 좋은 차를 지적하자 스필먼은 그 차의 후드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새 부리처럼 구부러지게 하라는 말이죠?" 내가 그렇다고 하니 문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끝을 똑바로 맞추고 문틈은 이 정도로 쭉 유지하라는 말이고요." 역시 그렇다고 하자 "몰딩은 여기 이렇게 정렬시키란 말이죠?" 나는 계속 그렇다고 말했다. "좋아요, 이제 알아먹었습니다. 자, 다들 이리 와보라고." 그는 자기 부하 직원들을 부르더니 말을 이어 갔다. "이제 판금은 이 차처럼 만들 거니까 똑바로 봐 둬. 정확한 치수도 재고 사진도 찍어 가라고!" 스필먼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기존 차량들의 판금 상태를 크게 개선했고, 현재 개발 중인 차는 아예 판금장비를 고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판금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2001년 부회장으로 복귀한 밥 루츠(Bob Lutz)가 쓰러져가던 GM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다. 그가 복귀했을 당시 GM은 한마디로 너무나 조용한 조직이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며, 이미 프레젠테이션 자료뿐만 아니라 예상 질문과 답변, 심지어 코멘트까지 자료로 만들어져 다들 읽어봤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고. 다시 말해, 위의 스필먼처럼 재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회사를 꿈꾼다. 아무런 마찰 없이 구성원 모두가 서로 화합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나아가는 조용한 회사, 그러면서도 계속 좋은 성과를 내는 그런 회사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꿈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그런 회사는 없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지친 구성원의 입장에서 이런 회사를 꿈꿀 수는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조용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회사는 없을 뿐더러 역설적이게도 좋은 회사일수록 오히려 더 시끄럽다. 다시 말해 시끄러운 조직이 성공한다는 말이다. 기계 부품은 마찰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조용하고 오래 간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마찰이 없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긴 해도 마찰은 이로움이 많다. 마찰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조직의 성장과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용한 조직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물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부이며 수면 아래 수많은 문제점들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이 조용하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활발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뛰어난 경영자이자 컨설턴트로 명성이 높은 래리 보시디(Larry Bossidy)는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이 리더와 말다툼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회사 안에서는 직원들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가 너무 많다. 물론 사적인 이유로 입씨름을 벌이라는 말이 아니다. 뭘 해야 좋을지 열정적으로 논쟁하라는 것이다. 리더가 되면 독선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비판의 소리를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사람들은 입에 자물쇠를 채우게 된다."  두 사람의 의견이 항상 똑같으면 둘 중 하나는 필요 없다는 말이 있다. 소통에는 반드시 불협화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기업경영에서는 침묵은 독약이고, 사망의 전조에 다름 아니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큰소리로 싸우는 것을 당연시하고 또 일부러라도 그렇게 장려할 필요가 있다. 모름지기 리더는 조용한 조직을 꿈꿀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이 더 나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에 관한 과제를 계속해서 던지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모든 재능과 열정을 끌어내야 한다. 이런 사람이 훌륭한 리더이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7-09 18:55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 `진실`이라는 이름의 가녀린 소녀가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가차 없이 문전박대했다. 벌거벗은 소녀의 모습에 놀랐던 것이다. 때마침 지나가던 `우화`라는 이름의 소년이 버려진 소녀를 발견했을 때, 소녀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추위에 떨면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진실`이라는 소녀를 불쌍하게 여긴 `우화`라는 소년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소년은 방안을 따뜻하게 데워 소녀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줬고, 따뜻한 식사를 마련해줬다. 그런 다음, 소녀의 몸 위에 `이야기`라는 황금빛 망토를 입혀 다시 마을로 돌려보냈다. `이야기`라는 망토를 걸친 `진실`은 다시 마을의 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놀랍게도 이번에는 기꺼이 집안으로 초대됐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따뜻한 화롯불도 쬐어 줬다.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전달하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은유하는 유대인의 구전 이야기이다. 일찍이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정보화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며, 스토리가 이 시대의 중요한 원재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이른바 `스토리 경영`이라는 이름의 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에비앙(Evian)`이다. 1789년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 신장결석을 앓던 한 귀족이 요양하면서 마을의 우물을 마신 후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 그 물의 정체를 탐구한 결과, 알프스의 눈과 비가 여러 해에 걸쳐 녹고 어는 과정을 통해 매우 깨끗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1878년 프랑스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상업화한 물이 바로 에비앙이다. 원래 신장결석은 아무 물이나 많이 먹으면 돌이 빠져 나가 낫는 병인데, 이러한 스토리 덕분에 에비앙이 오늘날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에비앙의 스토리가 고전적인 사례라면, 애플을 빼놓고는 오늘날의 스토리 경영을 논할 수 없다. 아이팟에 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성공은 제품의 효용성과 디자인, 애플의 브랜드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도 한몫을 했다. 양부모 밑에서 자라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으며 암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극복한 그의 스토리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편 잡스의 스토리가 예기치 않게 쓰인 스토리라면,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쓴 경우이다. 그는 미국에 `버진콜라`를 출시할 때 코카콜라의 CEO에게 팔씨름을 해서 지는 사람이 미국 시장을 포기하자고 제안하는 전면 광고를 에 싣고, `Virgin Mobile USA`를 알리기 위해 자기 회사의 핸드폰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벌거벗은 몸으로 탱크를 몰고 타임스퀘어에 등장하는 등의 기행으로 스토리를 창출했다. 스토리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있다. 스토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효과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2009년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는 사실과 스토리 가운데 어느 것이 사람의 행동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5달러를 주고 가전제품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후 그 돈을 국제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는 두 종류의 편지를 전달했다. 한 편지에는 말라위의 식량 부족에 관한 현실과 심각한 가뭄이 농작물 부족으로 이어지는 통계치가, 다른 편지에는 말라위의 가난한 소녀 로키아에 관한 안타까운 사연이 적혀 있었다. 통계치로 가득한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평균 1.14달러를 기부했다. 반면 로키아의 사연을 읽은 학생들은 평균 2.38달러를 기부했다.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두 종류의 편지를 모두 주었는데, 이들은 로키아의 사연만 읽은 학생들보다 약 1달러 적게 기부했다. 결론적으로, 사실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요령 없이 전달하는 사실은 심지어 스토리의 효과를 반감시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20세기가 객관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이성 사회였다면, 21세기는 경험을 중시하는 감성 사회다. 더 이상 기능이나 가격으로 차별화하려 애쓰지 말고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창출하라. 상품을 팔지 말고 스토리를 팔라는 말이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7-02 19:47

 데이비드 님께  최근 저희 임원회의에 오셔서 강연해주신 것에 대한 평가결과가 나와서 알려드립니다.  점수산정은 최저 0점부터 최고 10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회사 외부 강연자들은 총 다섯 분이었는데, 이 분들의 점수는 0점부터 10점까지 분포했고, 선생님의 점수는 3점부터 10점까지 분포돼 있었습니다. 강연자 다섯 분의 평균점수는 최저 5.25점, 최고 8.25점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평균 7.35점을 획득하셨습니다. 나머지 네 분 중 두 분은 선생님보다 더 높은 평균점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선생님 점수의 평균값으로부터의 표준편차는 1.719점이었고, 분산값은 두 번째였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다수 응답자들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가 비슷했음을 나타냅니다. 저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강연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들, 제품, 시장에 관한 광범위한 분석을 솔직하게 전달해주셔서 저희의 시각이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강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회사 외부 강연자 효과분석 그룹 - 최근 세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책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에 실린 GM에 관한 이야기다. 빈 카운터스란 직역하면 `콩 세는 사람`으로,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위험을 회피해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재무, 회계 전문가를 냉소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밥 루츠(Bob Lutz)는 47년 동안 자동차 분야에 종사한 전설적인 인물로, 70세가 되던 2001년 쓰러져가던 GM을 구원하기 위해 이 회사의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숫자와 데이터로 기업을 망치는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그는 이 책을 통해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할 기업이 `빈 카운터스`에 휘둘려 숫자놀음에 빠지면 반드시 몰락한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기업의 진짜 인재는 MBA 출신의 빈 카운터스가 아니라 최고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현장전문가`라고 강조한다. 그는 GM, 나아가 많은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이유가 똑똑한 체하는 MBA 출신들의 숫자놀음에 빠져 비용절감 등 단기적인 이윤 극대화에 집착한 탓이라고 결론짓는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는 비단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다.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팔겠다는 목표만 밀고 나간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경영은 복잡하지 않다. 일단 적정한 투자액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과 성능은 필수다. 각 나라마다 정부규제와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적절한 가격에 팔고 나서 남는 것은 재투자하면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은 오직 제품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 온갖 수치와 도표에 의존하다가는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된다."  GE의 전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한 바 있다. "현실에서 통하는 전략이란 사실 매우 단순 명료한 것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필사적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론은 흥미롭고 차트나 그래프는 멋있어 보일 수 있으며 두툼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무엇인가 거창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전략은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 전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데이터와 세세한 사항들을 파고들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될 뿐이다. 그것은 전략이 아니다. 그저 고통일 뿐이다.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관해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대학에서 하는 연구라면 숫자와 데이터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것만으로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기업은 `생산적이고도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곳`이다. 그것도 기존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결과를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사줘야 비로소 `일`이라는 의미가 성립된다.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모두 똑같다. 이것이 경영의 본질이다. 현란한 숫자와 데이터로 현혹하는 빈 카운터스에 휘둘리지 마라. 경영은 '과학(science)`이 아니라 `실천(practice)`이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6-25 20:00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백인 교사가 새로 부임을 했다. 수업을 마치면서 그 교사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오늘 배운 것에 대해 시험을 보겠다. 너희들은 문명인답게 정정당당하게 자기 실력으로 답안을 쓰도록! 절대로 남의 것을 보거나 보여 주면 안 된다. 알겠지?"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쯤 지나자 두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이어 모든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교사가 아이들에게 호통을 쳤다. "너희들, 지금 시험시간에 뭐 하는 짓이냐!" 그러자 한 인디언 소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추장 할아버지께서 저희에게 늘 말씀하셨어요.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을 많이 겪게 될 거다. 그럴 때마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여럿이 지혜를 모아 해결하거라.` 오늘 시험문제를 풀다 보니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할아버지 말씀대로 지혜를 모으는 것이에요." `한비자(韓非子)`에 이런 말이 나온다. "현명한 군주의 길이란 지혜 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모두 다 짜내게 해 그것을 근거로 일을 결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주로서의 지혜가 막다른 데 이르지 않는다. 그리고 슬기로운 자로 하여금 그 재능을 스스로 알리게 해 군주가 그것을 근거로 일을 맡기므로 군주로서의 능력이 막다른 데 이르지 않는다." `자신의 지혜에만 의존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지혜를 빌리는 무위(無爲)의 군주`가 진정 현명한 군주라는 얘기다. 군주가 지혜를 쓰면 쓸수록 다른 사람의 지혜를 빌릴 수 없으며, 오히려 자기 지혜를 버림으로써 더 지혜로워질 수 있고, 자기가 능력을 발휘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고 탁월한 경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능력을 활용해야 하며, 그것도 뛰어난 리더 한 사람이나 몇몇 우수한 인재의 능력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한 사람의 머리는 한계가 있으며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 하더라도 여러 사람의 지혜를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이를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 특히 현장 직원들의 능력을 무시하고 그들을 그저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기계 부속품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뛰어난 제품과 우수한 서비스는 결국 현장 직원들에 의해 완성된다. 따라서 그들의 잠재능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않고서는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현장 직원들이야말로 자신의 일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 일의 개선을 위해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이러한 현장 직원들의 잠재능력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회사가 도요타이다. 도요타는 현장 직원들을 시키는 일만 해내는 수동적인 인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업무의 개선을 이뤄내는 지혜를 가진 인간으로 보고 그렇게 요구한다. 도요타의 현장 직원들은 1인당 매년 10건 이상의 개선 제안을 하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채택돼 실행에 옮겨진다. 이 개선 제안이 생산성과 품질에 미치는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더불어 자신이 가진 지혜를 발휘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현장 직원들은 진정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기에 그들은 더욱 더 그들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조직은 마치 성벽을 이루고 있는 돌들과 같다. 성벽은 갖가지 크기의 돌들로 쌓여 있는데 어떤 것은 커다랗고 어떤 것은 조그맣다. 또 어떤 것은 반반하고 어떤 것은 모나다. 하지만 크기와 모양에 관계없이 각각의 돌은 다른 돌들을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고 모난 돌들이 크고 반반한 돌들을 지탱하고 크고 반반한 돌들이 작고 모난 돌들을 지탱한다. 모든 돌들이 함께 어우러져 튼튼한 성벽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가 작고 모난 돌이 쓸모없다며 빼내버린다면 결국 그 성벽은 허물어지고 만다. 몇몇 우수한 인재의 지식이 아니라 모든 직원의 지혜를 활용하라! 조직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의 잠재능력을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6-18 20:00

가인 김 루 어소설가 겸 시인 오월은 꽃과 나무가 좋은 때다. 그 오월도 벌써 반 너머 지났다. 거리 곳곳에서 우리 눈을 황홀하게 하던 목련과 벚꽃은 이미 졌고 매화나무는 벌써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쉰이 넘고부터 계절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나이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피는 잎 지는 꽃에게 내게 남은 봄이 몇 번일까`를 묻는 일마저 있게 됐다. 젊을 때는 계절에 이렇게 민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때는 아마 내가 젊었기 때문일 터였다. 반세기 이상을 살았다는 것은 유전변이(流傳變移)는 자연의 섭리라는 것쯤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하는 세월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언제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에 나이 먹어 갈수록 더 집착하게 된다. 내게 있어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은 산이다. 변화를 그 안에 담고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산. 그래서 나는 산을 좋아하고,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산에 오르려 한다. 지난 일요일에 신어산(神魚山)에 올랐다. 휴일이어서인지 등산로에는 평일보다 많은 산행객들로 붐볐다. 나는 등산을 서두르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지도 않는다. 체력이 약한 탓도 있지만, 천천히 오르면서, 길섶의 풀과 풀 섶에 핀 꽃과 녹음을 더해가는 나무를 보는 것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오월 신어산에는 천남성, 자운영, 민들레, 다래순, 한삼덩굴, 미역취, 싸리꽃, 패랭이꽃, 청미래덩굴, 큰개별꽃, 찔레꽃, 벌깨덩굴, 노루발풀, 하늘말나리꽃 같은 풀이나 꽃들이 제철을 맞아 보란 듯이, 혹은 수줍게, 혹은 은근하게 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작약은 꽃봉우리만 이루었을 뿐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했고, 금붓꽃은 켜켜이 묵은 낙엽위로 노란 꽃순만 내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얼레지와 진달래는 이미 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관은 사람들의 눈을 활활 불태우는 군락을 이룬 철쭉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풀과 꽃들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더 좋아한다. 내가 풀이나 꽃 같은 초본식물보다는 나무를 더 좋아하는 까닭은 한철인 풀이나 꽃보다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스스로를 새롭게 하면서 끊임없이 자라는 나무가 더 인간을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생을 누리는 세월의 장단에 차이가 있지만, 풀이나 꽃 같은 초본식물도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이들의 삶 또한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기는 하다. 이들의 삶은 순응하는 삶이다. 계절이라는 환경이 자신에게 맞을 때에만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하지만 나무는 다르다. 계절이라는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더라도 일단 한 번 뿌리를 박으면 견딘다. 이 지점에서 나무가 보다 삶에 고집스럽고 보다 더 인간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 가운데서도 관목(灌木)보다는 교목(喬木)을, 교목 가운데서도 낙엽수보다는 상록수를, 상록수 가운데서도 흔하디흔한 소나무를, 흔하디흔해서 문을 나서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이웃 같은, 늘 푸른 소나무를 나는 좋아한다. 신어산 소나무는 지금이 한창 솔 순향이 좋을 때다. 오월 솔 순향에 이끌린 탓일까. 허리에 고질이 있는 나로서는 신어산행 가운데는 드물게 정상까지 올라갔다. 신어정에서 잠시 땀을 씻고 선착한 산행객들 속에 끼여 저 멀리 북동쪽으로 비단 띠를 풀어놓은 것처럼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을 내려다봤다. 저 강물처럼 흘러가고 싶어도 현실이라는 땅에 뿌리박혀 꼼짝달싹 못하는 나무 같은 내 삶이 부러운 눈길로. 내려오는 길에 은하사에 들렀다. 주말이라 절집도 사람들로 붐볐다. 차례를 기다려 대웅전에서 관음보살님에게 삼배하고 나오는데 일주문 돌계단에 앉은 젊은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귀에 잡혔다. 국회의원자리가 그렇게 좋은가? 서른 조금 넘어 국회의원이면 엄청난 출세잖아. 쉽게 내놓고 싶겠어? 그 젊은이들 간에 오가는 대화는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였다. 신어정에서도 이런 대화를 들었던 것 같다. 요즘 어디를 가나 세간의 화제는 단연 통진당 사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정치권 뉴스를 흘려듣게 됐다. 정치권에 어떤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하거나 환멸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유를 말하고 민주를 말하고 정의를 말하고 복지를 말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면 그들은 최소한 나무처럼 곧지도 않고 풀처럼 푸르지도 않는 민낯을 드러내고 만다. 이를테면 내게는 정치나 정치인이란 존재는 필요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워낙 막장드라마 같아서 나도 여론 일반처럼 제법 충격을 받았다. 민주주의의 일반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또 자기 정파의 이익을 위해 중인환시 속에 폭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더해 자신들의 잘못을 결코 인정치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나 무엇보다 내 충격을 심화시킨 것은 폭력을 자행한 자들 가운데 대학생과 고교생으로 보이는 이십대 초반과 십대후반 젊은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이들이 자기 신념에 따라, 혹은 사주를 받아 폭력을 행사한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전자인 경우라 하더라도, 누구든 정치적인 소신을 가질 수 있고 그 소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이유로, 폭력이라는 방법으로 정치적인 뜻 관철을 시도한다면 결코 용납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후자인 경우는 더 문제다. 대학생과 고교생은 나무에 비교하면 소위 말하는 꿈나무다.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할 꿈나무가 이미 산화되어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이념이나 기성 정치꾼의 도구가 되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강대나무로 꺾여 기성정치꾼들의 방안을 데워주는 화목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기성 정치꾼도 이 지점에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대들 서 있는 자리가 비록 너덜겅이라 하더라도 꿈나무를 강대나무로 꺾이게 하여 너덜겅 거름으로 만들 권리는 그대들 누구에게도 없다. 하물며 꿈나무들은 우리들 미래,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는 숲을 푸르게 일궈줄 우리들 미래가 아닌가?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김루어 | 2012-05-23 19:41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새로 부임한 어느 회사의 사장이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그가 시행한 개혁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것은 판매 사원의 평가 척도를 바꾼 것이었다. 그는 판매 사원의 평가 항목에서 `매출`을 없애고, 대신에 고객이 판매 사원의 서비스에 대해 평가한 설문 엽서를 새로운 척도로 삼았다. 판매 사원의 활동이 매출 목표 달성에 얽매이게 되면 결국엔 고객만족에 소홀해지기 쉽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그의 방침에 대해 판매 사원들이 게을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매출 목표는 한번 달성한 뒤에는 대충 달려가면 된다는 마음을 불러 옵니다. 그러나 고객의 만족도를 평가 척도에 포함시키면 움직이고 있는 시간 모두를 고객을 위해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든 고객과의 만남이 한판 승부가 되는 거죠."  사원이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면 그 마음이 고객에게 전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매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2005년 일본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의 사장으로 부임한 마에다 신조(前田新造)의 이야기이다. 그의 개혁이 성공했을까? 물론이다. 실시 2년 반 만에 시세이도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설문 엽서는 160만 통. 놀랍게도 그중 90%가 칭찬으로 채워졌다. 매출 성장은 말할 것도 없다. 오래된 격언 가운데 `측정할 수 있는 것만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태도와 행동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예컨대 단기 업적 위주로 직원을 평가하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린다. 생산성을 중심으로 조직을 평가하면 상대적으로 품질에 소홀하게 된다. 성과 평가 기준이 그만큼 중요하다. 성과 평가 기준은 마치 조직이 미개척지를 탐험할 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다. 올바른 기준이 있어야 길을 잃지 않고 빠르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또한 평가 기준은 조직 구성원에게 지침의 역할을 한다. 기준이 있어야 공통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생긴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성과 평가 기준이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 요건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비전, 목표 및 전략과의 연계성이다. 그 좋은 예로 GE를 들 수 있다. 잭 웰치(Jack Welch)가 경영했던 20년 동안 GE는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GE는 어떤 성과 평가 기준을 사용했을까? 그는 경영 환경과 자사의 경영 전략에 맞춰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부임 초기 잭 웰치는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내부지향적으로 변한 조직문화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판단하고, "고쳐라, 문닫아라, 팔아라(fix, close, sell)"를 외치며 이를 기준으로 조직을 평가했다. GE의 모든 비즈니스는 해당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GE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GE의 구조를 뒤흔들어 바꾼 잭 웰치는 이후 기본에 충실하고 사기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생산성으로 옮겼다. 그가 새롭게 제시한 메시지는 `속도, 단순화, 자신감`이었으며, 이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 그것은 고객만족, 직원만족, 현금 흐름이었다. 고객만족도가 높으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만족도 높은 직원들이 생산성을 올릴 것이며, 그래서 현금이 쌓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돌아가리라 생각한 것이다.  이후 잭 웰치는 시장을 좁게 정의하는 식으로 시장에서 1등 혹은 2등의 결과를 내는 소극적인 경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시장의 기준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식스 시그마(Six Sigma) 운동`을 시작했다. 식스 시그마는 원래 품질 평가 기준이었으나 그는 이를 GE의 모든 성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조직구성원들이 회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성과 평가 기준을 재점검해 보기 바란다. 환경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었는데도 예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들이 하니 무턱대고 따라서 `BSC(Balanced Scorecard 균형 성과관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5-21 20:00

 미국의 어느 회사에는 특이한 목적으로 구성된 팀이 있다. 바로 여섯 명의 부사장과 이사들로 구성된 `반대 전담 팀`이다. 이 팀의 목적은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실사 팀이 구성되면, 철저히 반대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이다. 한번은 규모가 큰 제조업체가 이 회사에 인수합병을 제안해 왔다. 누가 봐도 수지맞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지만, 이 회사의 CEO는 반대 팀의 보고를 받은 뒤 숙고 끝에 인수합병 제안을 거부했다. 반대 팀의 철저한 시장 분석 결과, 몇 년 사이 그 기업의 성장은 둔화가 예상됐고 부진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가 매출을 두 배로 올리는 기간 동안, 그 기업의 매출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미국의 잔디 깎기 기계 생산업체 토로(TORO)의 이야기이다. 이 회사의 CEO인 켄 멜로즈(Ken Melrose) 회장은 `반대 전담 팀`의 운영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거대한 조직 안에서 규모가 큰 사안을 진행할 때, 직원들이 반대의 입장에 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제 막 발견한 미개척 시장이 전도유망해 보일 때는 특히 그렇죠. 다른 경쟁업체가 뛰어들기 전에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목소리가 분위기를 주도하니까요.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반대 입장이 필요합니다. 철저히 기업의 입장에 서서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사안을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켄 멜로즈 회장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있다. 그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주변에 반대자가 많으면 흐뭇하게 생각하고 90%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엔 그 아이디어를 폐기해 버린다. 누구나 쉽게 동의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쓸모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윈 회장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권장한다. 그래서 알리바바에서는 회의할 때 툭하면 언성이 높아지곤 한다. 기원전 218년에 일어난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눈 덮인 알프스를 넘는 등 뛰어난 용병술과 전략으로 로마군과의 전투를 여러 차례 승리로 이끌었으나, 결국 로마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본국 카르타고의 지원 없이 악전고투하던 그가 로마 연합의 뛰어난 조직력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마치 소수의 리더가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조직력이 없으면 능력과 뜻을 펼칠 수 없다. 지금처럼 경쟁이 복잡하고 스피드가 빠른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리더십은 뛰어난 조직력이 결합됐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조직이란 어떤 조직일까?  무수히 많은 조건을 들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은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그리고 이 의사소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리더는 부하직원은 물론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설령 반대 의견이라도 말이다. 아울러 조직 내에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필요에 따라 토로 사의 반대 전담 팀과 같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력이 발휘된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 다르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만이 반대자라고 생각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반대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사회 심리학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다원적 무지` 또는 `애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라고 한다. 개인이 조직 속에서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적이고 관료화된 조직일수록 `No!`라고 말할 줄 모르는 예스맨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기업에서 매일같이 진행되고 있는 각종 회의들. 잦은 회의가 업무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회의장에 앉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리더가 발언을 장악하고 구성원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듣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일이 잘못됐을 때 연대 책임을 질 사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리더가 의견을 물으면 한결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Yes!`를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분의 조직이 이러한 애빌린 패러독스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한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고 판단되면 토로처럼 `반대 전담 팀`을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지….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5-13 20:00

 "`마케팅 부서의 인원수는 현재 수준의 수익률을 지원하기 위한 요건을 초과하는 숫자입니다. 그리고 1인당 수익은 매년 15퍼센트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원수는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휴가와 교육 일정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접적 행위에 초과적인 직접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한 것이 계획 대비 성과의 마진율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한 주요 요인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나는 불 꺼진 방에 앉아 프로젝트로 스크린에 쏘아대는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보고를 끝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신제품 개발 전략 프레젠테이션, 시장 확대 계획 프레젠테이션, 인력관리 프로세스 개선 프레젠테이션 등. 고상한 단어와 숫자가 나열된 파워포인트 보고를 계속 듣고 있노라면 우리 회사가 제조업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새로 인수한 회사에 부임한 어느 CEO의 이야기이다. 혹시 여러분 조직의 모습도 이렇지 않은지?  파워포인트(PowerPoint)만큼 세계 거의 모든 기업이 공통으로 활용하는 프레젠테이션 툴은 드물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로, 그 효율성으로 인해 매우 빠른 속도로 기업의 보고 및 회의 툴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버려라!` 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파워포인트 대신 직접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회의를 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파워포인트가 효율성이라는 장점을 가진 반면 창의성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툴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Doodling for Dollars(돈이 되는 낙서)`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칠판과 사인펜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IT 기업 사이에 유행하는 이 같은 시각적인 아이디어 표현 방식을 `Doodling(낙서) 기법`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기법이 유행하면서 미국에는 사무실 벽을 칠판으로 개조해주는 회사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이 사무실 벽을 개조해 칠판으로 바꾼 것은 잘 알려진 사례이다.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기도록 한 것이다. 직원들은 칠판에 만화를 그리는가 하면 도표를 만들기도 하고 쪽지를 붙여 놓기도 한다. 이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아예 별도의 `낙서 룸`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시트릭스(Citrix Systems Inc.)라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첨단기기에 익숙한 직원들이 손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 협력 룸(design collaboration workspace)`을 만들었다. 이 방에는 칠판과 사인펜, 낙서장은 물론이고 3차원적인 아이디어 구현을 위한 스티로폼이나 막대 기구 등이 비치돼 있다. 홈어웨이(HomeAway Inc.)라는 여행 관련 기업과 신발을 주로 취급하는 온라인 소매업체 자포스(Zappos.com)는 직원들이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함축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그래픽 전문가를 불러 교육을 시킨다. 그래픽 전문가는 도표를 만들 때 각종 도형이나 화살표를 어떻게 이용하면 아이디어의 흐름을 구체화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는 회의 때 배석해 토의한 내용을 그림이나 도표로 정리해 주는 `그래픽 기록가(graphic recorder)`를 고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낙서 기법`이 왜 유용한가? 그것은 잘 아는 대로 글자로 표현한 정보보다 낙서나 그림으로 표현된 정보가 더 오래 기억되며, 아이디어를 비주얼하게 표현하는 데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더욱 길러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파워포인트 소프트웨어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초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칠판을 이용한다는 마당에 우리 기업도 천편일률적인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버리고 칠판이나 낙서판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효율성보다 창의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5-06 20:00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작은 금광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보유한 금광이 고갈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파산을 기다리는 시한부 인생 같은 삶을 사는 회사였다. 새로운 금광을 찾아야 했지만, 회사의 모든 인력을 총동원한 탐사 작업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회사의 CEO가 MIT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리눅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토론토로 돌아가 창립 초기부터 가지고 있던 금광 채굴과 관련된 모든 기밀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새로운 금광을 찾고 있던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 전 세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결정을 내렸다. 2003년 3월, 이 회사는 이러한 전략에 입각해 총 57만 6천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금맥 찾기 콘테스트`를 열었다. 수천만 평이나 되는 광산과 채굴에 관한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자 세계 수십 개 나라의 전문가들이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참가자는 전문 지질학자를 포함해 대학원생, 컨설턴트, 수학자, 군대 장교 등 실로 다양했다. 다양한 참가자만큼이나 아이디어 또한 다양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궁여지책의 시도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참가자들은 110곳의 후보지를 찾아냈으며, 새로운 후보지의 80% 이상에서 상당한 금이 나왔다. `골드코프 챌린지(Goldcorp Challenge)`라는 콘테스트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 Inc.)의 이야기이다. 이후 이 회사는 막대한 양의 금을 채굴했을 뿐 아니라, 1억 달러 남짓 저조한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90억 달러의 실적을 내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기업 내부에 기술이 없으면 밖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하는 방식을 개방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적용한 연구개발 방식을 C&D(Connect and Development)라고 한다. 기존의 기업 내부자원만 활용해 연구개발을 하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와 대비해 일컫는 말이다. 이와 같은 C&D 방식이 유효한 것은 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쉽고 저렴한 소통 기반이 확대되면서 지식유통의 진입장벽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의 확산으로 세계 어느 곳이든 연결(Connect)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이러한 C&D의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가 세계적인 생활용품 업체 P&G이다. P&G는 1837년 창업한 이래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비누와 양초를 공급했고 전후에는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면서 회사를 키웠으며, 이후 비누와 쇼트닝에 이어 세계 최초로 합성세제와 주방용 세제 등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회사가 됐다. 그 외에도 각종 청소용품, 치약, 방취제, 샴푸, 화장지 등을 포함한 개인용품과 쇼트닝, 케이크 믹스, 커피 등을 비롯한 식품 그리고 펄프, 화학제품, 동물 먹이 등과 같은 잡화 등 미국의 슈퍼마켓에 가면 P&G의 제품이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해서 P&G는 수천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두고 매년 R&D 투자를 늘려갔지만, 갈수록 격화되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투자 대비 성과는 점점 떨어졌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50%를 회사 외부에서 얻는 것을 목표로 C&D 방식을 채택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P&G는 효율적인 C&D의 추진을 위해 `기술창업가`라고 불리는 사원들을 세계 주요 지역의 기업과 대학에 파견해 신상품의 씨앗을 찾고 있으며, `지금 이런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P&G는 R&D 생산성을 60% 이상 높였고, 이미 수백 개의 신상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UC 버클리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기업이 내부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중앙 집중적인 운영을 하는 것은 이제 진부한 기업의 전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이상 내부의 역량만으로 경영을 해서는 경쟁력이 없으며, 외부의 역량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는데 기술력이 없어 고민인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내부 역량만 고집하지 말고 C&D를 하라. 사내의 모든 부서를 참여시키고, 고객들에게서도 답을 찾아보라.  그리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모든 것을 회사 내부의 자원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4-29 20:00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지난주에 평가를 받은 24세 여직원이 내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죠. 나는 20년 동안 회사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설움과 어려움을 다 겪으면서도, 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해 왔거든요. 하지만 이 젊은 친구는 평가에서 `뛰어남(S)` 대신 `우수함(A)`이란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내 책상 맞은편에서 질질 짜고 있었던 거예요. 잠시 후 그 친구의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걸어서 사장을 바꿔달라더군요." `스키니진을 입은 회사`라는 책에서 인용한 어느 회사의 실제 사례인데, 만약 여러분이 회사의 리더로서 이런 신입사원을 데리고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열불이 나서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이것이 Y세대 신입사원의 실상인 것을. 최근 높은 신입사원 퇴직율 때문에 기업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는 삼성ㆍ현대ㆍSKㆍLG 등 10대 그룹의 간판기업 10곳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들이 1년 안에 그만 두는 비율이 9%에 이른 곳이 있었다. 이들 10개 기업의 3년 내 퇴직율은 절반가량이 10% 언저리였고 20% 넘는 곳도 있었다. 조사 대상 기업은 그래도 일류 기업들이라 퇴직율이 낮은 편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406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2009년 입사자의 1년 내 조기 퇴직율은 평균 19.9%에 달했다. 물론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이 39.6%로 평균치를 많이 끌어올렸지만 대기업도 13.9%로 만만찮았다. 그렇다면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관문을 뚫고 들어간 젊은이들이 금세 그만두는 까닭이 뭘까? 퇴직자들은 `회사와 맞지 않는다` `관료적 분위기가 싫다` `공부를 더하고 싶다` 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기업이 Y세대 젊은이들의 정서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칭 1977년과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 그러니까 2012년 현재 한국 나이로 17세에서 35세까지를 Y세대라고 한다. Y세대의 모습은 다른 세대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게 하루에도 문자메시지를 수십 통씩 주고받고, 혹시나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날이면 `금단증상`으로 도통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세대. 회의 중에도 핸드폰을 꺼놓지 않으며 피어싱과 문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세대. 직장상사의 일방적인 명령이나 충고 따위는 한 귀로 흘려들으며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다`라는 말로 설득되지 않는 세대. 이들이 바로 Y세대다. 그러면 대체 이러한 Y세대 신입사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우선 Y세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리더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엄밀히 얘기해서 신세대와 기존세대와의 단절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회사에 들어올 때마다 이전 세대에 속한 리더들은 `우리 신입사원 시절에는…` `요즘 젊은 애들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그런 것을 어떡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들을 기존의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그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며, 어떠한 것에 동기가 부여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제도와 조직문화를 갖추는 일이다.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Y세대의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Y세대는 분명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세대와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단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Y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인터넷에 능숙하고 넓은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다. Y세대는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참여하려 한다. Y세대는 오랜 기간 한 회사에서 일하는 꿈을 꾸지 않지만, 자신이 몸담은 회사 또는 맡은 임무에 대한 진심어린 유대감을 느끼면 회사를 위해 기꺼이 장시간 일하기도 한다. 따라서 Y세대를 골칫거리로만 볼 게 아니라 그들의 장점을 찾아 잘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Y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1/4인 1천300만 명에 이르며, 2014년에는 기업 내 인력의 46%가 이런 세대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이 `원수` 같은 Y세대가 앞으로 기업 성공을 이끌어갈 대세라는 것, 다시 말해 Y세대를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말이다. 대체 Y세대 신입사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기업의 리더들은 이 문제에 대해 지금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루어의 아침을 여는 시선 | 곽숙철 | 2012-04-22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