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적인 농경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들밥이다.논두렁이나 밭두렁에 걸터앉아 광주리에 담아 온 반찬과 밥을 바가지에 담아 60~70년대 그 이전의 모습들은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들밥에 대한 최초의 문헌이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려 후기 문인인 안축(安軸·1282~1348)의 '근재집(謹齋集)' 제1권 '壟頭婦(농두엽부)밭두둑으로 들밥 내는 부인'이 있다."婦具農自廢(부구농손자폐손) 부인은 들밥을 만드느라 끼니도 거른 채. 曉來心在夏畦間(효래심재하휴간) 새벽부터 마음은 한여름 들판에 있네. 壟頭日午催行邁(농두일오최행매)

포작은 조선시대에 전복과 물고기 등을 잡아서 진상하는 역(役)을 맡은 남성을 말한다. 그리고 잠녀(潛女)는 오늘날의 해녀다.이들은 포작역을 짊어졌는데, 이 역은 양역(良役), 즉 양인이 져야 할 역 중에서도 매우 힘들다고 한 여섯 가지 고역 중 하나였다.병조(兵曹)에서 아뢰기를 "제주(濟州)에서 출래(出來)한 포작인(鮑作人)들은 본래 항산(恒産)이 없고 오로지 고기를 잡는 것으로 업(業)을 삼아, 작은 배에 처자(妻子)를 싣고 해곡(海曲)으로 떠돌아다니며 우거(寓居)한다"고 나온다.17세기 초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이

삼천포에는 꽃보다 먼저 봄을 물들인다는 '화어(花魚)'라는 어포 제품이 있다. 삼천포는 일제 강점기시 경남에서 어획고가 제일 많은 항구였으며, 삼천포로 진출한 일본인들은 건멸치와 화어(花魚)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했다.화어(花魚)는 학꽁치, 홍감평 ㆍ밀지어ㆍ바닥대구ㆍ쥐치ㆍ가오리ㆍ복어ㆍ새우 등 8종의 생선을 머리와 뼈를 제거한 후 꼬리가 붙어 있는 상태로 조미하여 건조한 원료로 국화ㆍ해바라기ㆍ장미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 일본인들이 선물용으로 수출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꼬리에 노란색과 빨간색 물을 들여 꽃처럼 보인다 하여 화어(花魚)란

함양군 안의에는 조선시대 신분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백정 비석이 왕명에 의해 그 내력과 함께 세워진 곳으로 수십 년 전에는 전국의 백정들이 이곳에 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함양군 안의면 소재지에 쇠부리 마을이 있다. 황석산을 따라 내린 진수산(대밭산)은 제월대 밑에 마치 배추 속을 버무려 놓은 듯한 '김치바위'에서 마감되고 대밭산 자락에 형성된 '쇠부리마을'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한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관북마을의 백정 비석과 함께 마치 안의 왕갈비의 내력이 담겨 있는 듯하다. 옛날 안의현에서 과거 길을 가려면

반만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우리의 많은 의식주가 시대적 환경에 따라 변화를 거쳐 왔다.특히 식생활 부문은 더욱 그렇다. 긴 생활 동안 문헌으로만 남고 이미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음식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홍사면이다.마른 민물새우를 갈아 고운체에 쳐 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하여 가늘게 썰어 새우장국에 끓인 것이 홍사면이다. 필자가 25년 전 귀한 손님이 오면 이 홍사면을 대접하곤 했는데, 이 홍사면 맛을 본 사람들이 아직도 잊지 않고 "홍사면 맛을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홍사면 상(床)에 새우알로 담은 젓갈인 하란(蝦卵)

젓갈을 염해라고 하는데, 그중에 생선만으로 담은 젓갈을 어해라 하고, 쇠고기 담은 젓갈을 탐해, 뼈있는 젓갈을 니라하며, 생선과 곡물을 섞어 담은 젓갈을 식해라 한다.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보면 젓갈 종류가 해니의 종류에 탐해, 미니, 녹니, 균니, 영해, 토해, 안해, 어해 등이 나온다. 여기서 해는 젓갈이고, 니는 뼈있는 젓갈을 뜻한다.여기에 더해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이자 서예가인 백호(白湖) 윤휴(1617~1680)의 '백호전서'(白湖全書)에는 고동으로 만든

돼지는 돝 또는 도야지로 불려 왔으며, 돼지라는 명칭도 돝아지(도야지)가 변해서 된 것이다. 한자어로는 저(猪)·시(猪)·돈(豚)·체·해(亥) 등으로 표기한다.살찐 돼지는 갈기가 굵고 강해 큰 돼지는 강렵이라 하며, 터질 듯이 살진 작은 돼지는 돌비라고 한다.돼지를 뜻하는 한자 저·시(猪)·돈(豚)·해(亥)·체 중에서 중국에서는 체 자가 사라졌다.조선 영조 때.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은 그의 저서'성호사설'(星湖僿說)제5권 만물문(萬物門)에 체돈이 나온다.'맹자'(孟子)에 "계돈(鷄豚)과 구체의 기름"이

안동하면 '간고등어'가 떠올려진다. 그러나 하동에 가면 반건조된 생선 '배다구'가 있는데, 하동의 '배다구'는 하동 토박이가 아니면 하동 사람들도 잘 모른다.대부분 '배다기' 또는 '배다구'로 불리는 반건조 상태의 이 생선은 조림, 구이, 찜 등으로 먹는 하동의 대표적인 별미다.하동의 '배다구' 그 생선의 정체는 뭘까? '배다구'는 '간고등어'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염장법(鹽藏法)을 가지고 있다.'간고등어'는 내륙에서 간잽이가 천일염으로 간을 하지만 '배다구'는 배에서 잡자마자 싱싱한 민어 등을 뱃사람들이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고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보이는 `행당맥락`의 `낙(酪)`을 식혜나 감주무리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인 과거 1600년대 말에 간행된 `주방문`(酒方文)에서는 생선에 곡물과 소금을 넣고 삭혀서 식해를 만든다고 했다. 1800년대 중엽 저자 미상의 `역주방문`(曆酒方文)이란 책에서는 쇠고기 내장이나 멧돼지 껍질을 주재료로 해 조리한 음식을 식해라고 불렀다.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까지의 문헌에는 식해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수록돼 있지 않다. 그러나 조선 초기까지 식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다만 문헌에

최근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9일 현재 상추값이 100g당 2940원, 삼겹살 100g당 2500원이다.그래서 요즘은 삼겹살집에서 상추 추가는 눈치가 보여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두 아들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금년 여름에 내가 다산(茶山)에 있을 때 상추로 쌈을 싸서 먹으니 손이 묻기를 "쌈을 싸서 먹는 게 절여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 하기에 내가,"이건 나의 입을 속이는 법일세."라고 한 일이 있다. 입을 속일 정도로 맛있는 쌈이 상추쌈이다.조선 말기 학자인 경재(耕齋) 이건승(李建昇, 185

연일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냉면(冷麵)이다.`냉면한철`이라고 하지만 웬만한 냉면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우리는 냉면 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필자가 1960년대에 사라진 진주냉면을 찾아 재현한 후 지금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동아일보 1935년 5월11일 신문에는 소설가 이무영의 `영남주간기`(嶺南走看記)가 있다. "주인공 이 형은 진해에 도착한 후, 함안을 거쳐 의령에 다다른다. 한밤중에 현지에서 신간회 활동을 하는 `하형`(河兄)을 만나 냉면을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20여 년 전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이 "김 선생님! 경상도 음식이 맛이 없다고들 하는데, 왜 그럴까요?"라고 질문을 한다.참고로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경북 상주 출신이다.나는 경상도 음식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그는 대뜸 "김 선생님 지금 말씀하신 것 저의 잡지에 기고해 주세요"라고 한다. 그래서 그때 `경상도 음식이 맛이 없다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경상도 음식은 한마디로 말해 우(右) 남명(南冥 1501～1571) 조식(曺植) 좌(左)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1)을 태두(

마산은 나의 병주지정(竝州之情) 즉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사실 내륙에 고향을 둔 필자로서는 동태나 고등어, 꽁치를 찌개로 먹거나 구이로 해 먹었지 회로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군 생활을 포항 해병대에서 하며 처음 회 맛을 보게 되었다.그 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마산으로 이사와 펄펄 뛰는 활어의 회 맛에 사로잡혀 부산, 경남 특유의 `세꼬시` 맛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 `세꼬시`는 우리 말이라기보다 일본의 せごし(새고시 背越し)가 부산. 경남에 들어오면서 경남 특유의 된소리가 `세고시`로 변

필자가 25년 전 경상도 맛 기행을 위해 다니던 중 함양군 함양읍 청학산 오도재 고개 외진 길가에 자리 잡은 `할개미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어 이 집은 어떤 음식을 할까 궁금해하며 찾아 들어가 메뉴판을 봤다.메뉴판에 `콩잎곰국`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예부터 함양에 사는 서민들은 다신물에 콩잎을 넣어 끓여 먹고, 양반집에서는 곰국에 콩잎을 넣어 먹는 게 전통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함양 할개미식당은 풍천노씨(豊川盧氏) 자손 중 함양읍내 의원이었던 노모 씨(작고) 집안에 전해오던 음식을 그 자제분이 처음 시작했다.세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