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53 (토)
봄 향기에 생각나는 거제 숭어국찜
봄 향기에 생각나는 거제 숭어국찜
  • 경남매일
  • 승인 2024.03.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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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숭어 껍질에 밥 싸 먹다가 논 판다'는 말이 있다. 이렇듯 보리숭어 맛이 들어가는 제철에 접어들고 있다.

거제에서는 2월∼5월 말 '육소장망'이라는 전통 방식으로 숭어를 잡는다. 숭어가 들 만한 길목에 그물을 깔아두고 기다리고 있다가 어로장이 망루에서 물 빛깔과 물속 그림자의 변화로 어군을 감지해 지시를 내리면 재빠르게 그물을 올려 잡는 방식이다. 물때만 잘 만나면 1만 마리를 한꺼번에 잡기도 한다고 한다.

전국에서 거제 학동, 양화, 도장포, 다포, 다대, 선창어촌계 6곳에서 허가가 났다고 한다.

봄이 오면 거제 앞바다에는 숭어철과 함께 해풍 맞은 쑥들이 파릇파릇 올라온다.

이 시기에 일운면을 비롯한 거제시 해안가 사람들은 예부터 즐겨 해 먹던 국도 아니고, 찜도 아닌 '숭어국찜'이라는 향토 음식을 해 먹는다.

물에 불린 쌀을 쌀알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약간 갈아 놓는다. 숭어는 잘 다듬어 2∼3cm 길이로 어슷어슷하게 썰어 두고, 봄에 나오는 쑥과 냉이나 방풍나물을 잘 씻어 준비한 다음 냄비에 물을 붓고 갈아놓은 쌀을 넣고 끓이다가 숭어를 넣고 다시 끓인다. 준비해 둔 쑥과 냉이나 방풍나물을 끓이다가 마늘, 파, 계핏가루, 된장, 고추장을 넣고 간을 맞추어 낸다. 기호에 따라 된장과 고추장의 양을 조절해서 넣으면 된다.

숭어는 보리숭어, 참숭어, 가숭어로 양식을 하지 않으며, 숭어 새끼 6cm 정도의 작은 것을 모치라하고, 8cm 정도면 동어라 한다. 크기가 커짐에 따라 글거지, 애정이, 무근정어, 무근사슬, 미패, 미렁이, 덜미, 나무래미 등으로 불리며 그 외에도 걸치기, 객얼숭어, 나무래기, 댕기리, 덜미, 뚝다리, 모그래기, 모대미, 모쟁이, 수치, 숭애, 애사슬, 애정어, 언지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숭어를 '눈부럽떼기'라고도 하는데, 크기가 작다고 무시해서 "너도 숭어냐" 했더니 성이 난 녀석이 눈에 힘을 주고 부릅떠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숭어는 빠르게 헤엄치다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쳐서 1m 가까이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다소 천시 대접받던 망둥이도 갯벌에서 '풀쩍풀쩍' 뛰어오른다. 선조들은 숭어와 망둥이가 뛰는 꼴을 비유해 남이 하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선다는 의미의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라는 속담을 만들어냈다.

숭어는 다소 흔한 편이었지만 한자 표기어 '숭어(崇魚)'나 또 다른 이름인 '수어(秀魚)'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만만하게 대접받던 물고기는 아니었다. 외모만 보아도 미끈하고 큼직한 몸매에 둥글고 두터운 비늘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어 퍽이나 기품 있다. 외모에다 금상첨화로 맛 또한 좋으니 제사상, 잔칫상의 단골 메뉴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종 때 세자와 문무백관이 모인 잔칫상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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