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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통영 물굴젓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통영 물굴젓
  • 경남매일
  • 승인 2024.01.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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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겨울이 제철인 굴은 고문헌을 보면 '석화(石花)'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굴을 "모려(牡蠣)라 칭하며 살결을 부드럽게 하고 피부를 밝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굴은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함유량이 많아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구한말부터 굴 양식을 시작해 현재는 통영과 거제 일대에서 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특히 통영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알이 탱탱하며 굵고, 우윳빛 속살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해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통영은 아름다운 다도 해안이 펼쳐져 있어 파도가 잔잔하고 해수 온도가 18~20℃로 적절히 유지되고 있으며, 청정해역으로 플랑크톤이 풍부하기 때문에 굴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굴은 신선할 때 생굴을 이용하여 굴밥, 굴국, 굴국밥, 굴전, 굴튀김, 굴 탕수육, 굴 두루치기 등을 해 먹을 수 있다.

다만 굴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굴젓 또는 굴김치 등 저장음식을 담아 먹는 방법이 최선이라 할 것이다.

이 굴젓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11년(1429) 7월 19일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 그 이전부터 담아 먹었다고 봐야 할 것이며, 조선 숙종 때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굴을 깨끗이 씻어 소금을 치고, 무와 파 흰줄기를 가늘게 썰어 소금을 넣어 간이 배거든, 간국을 쏟아내어 끓여서 항아리 안에 갈무리해 둔다. 간국이 미지근해지거든, 굴ㆍ무ㆍ파를 한데 담되, 반드시 굴과 간국의 양이 서로 알맞게 하여 따뜻한 곳에 옷이나 이불로 덮어둔다. 하룻밤 지나면 먹는다'며 굴김치[石花沈菜] 담는 법이 나온다.

1924년 이용기(李用基, 1870~1933?)가 펴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석화해를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먼저 바닷물을 제거하고 독에 담아 굴 1말에 소금 7되를 켜켜이 담아 만들었고, 이때 소금을 적게 넣으면 굴이 형체를 잃어버린다고 하였다. 굴젓으로는 장굴젓[醬石花]ㆍ물굴젓[水石花]ㆍ어리굴젓 등이 있었다.

그렇다면 100여 년 전 담아 먹던 장굴젓ㆍ물굴젓ㆍ어리굴젓의 흔적을 어디서 찾아볼까? '어리굴젓'은 서산의 특산물로 익히 알려져 있고, 장굴젓 역시 고흥의 '진석화젓'으로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통영 물굴젓은 굴과 소금을 버무려 약간 삭힌 후 무를 긁어서 넣는다. 반면에 거제 물굴젓은 무를 채 썰어 넣는다. 무를 넣는 것은 같지만 채를 썰어 넣느냐 수저로 긁어 즙을 만들어 넣느냐 차이가 있다. 삭히고 발효되는 과정에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소금을 많이 넣지 않고 국물이 자작하게 먹는다고 한다.

생굴은 그 자체로 짭짤하다. 그러나 소금을 넣지 않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 대신 무를 넣어 염도를 낮추고 시원하고 담백함을 배가했다. 여기에 쌀이나 쌀보리를 씻은 물을 자작하게 넣어 삭히는 데 도움을 준다. 삭히는 과정도 먹는 방식도 식혜와 같다. 이렇게 3~4일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물굴젓이다.

이 물굴젓은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바로 먹으면 시원한 맛, 익으면서 먹으면 삭힌 맛, 시간이 많이 지나면 새콤한 맛으로 바뀐다. 각자 기호에 따라 먹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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