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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고기 '윤양어(閏良魚)'
눈먼 고기 '윤양어(閏良魚)'
  • 경남매일
  • 승인 2024.01.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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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조선 후기의 학자 김려(1766~1822) '담정유고'의 제8권에 수록되어 있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윤양어(閏良魚)'가 나온다.

담정 김려는 '윤양어(閏良魚)'가 눈먼 고기라고 했다.

"'윤양어(閏良魚)'는 맹어(盲魚) 즉 장님고기이다. 생긴 것은 은어(銀魚)와 비슷한데 눈이 없다. 맹독이 있어서 사람들이 이 물고기를 먹으면 조갈증이 생겨 발광하게 된다. 은어(隱語)는 목어(木魚)이다." 여기서 '윤양(閏良)'이라는 이름은 윤달에 살이 찐다는 의미로 '윤양어(閏良魚)'는 '윤달이 든 해에 통통하게 살이 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할 것이다.

'윤양어(閏良魚)' 즉 목어(木魚)를 눈먼 고기라 했다.

김려의 '우산잡곡(牛山雜曲)'이라는 칠언절구 시(詩) 윤양어(閏良魚)를 보자.

"桃花盡棟花初(도화정진동화초)복사꽃 다 지고 개나리꽃 피기 시작하니, 海賈裝船發夏漁(해가장선발하어)어부들 배를 꾸미고는 여름 고기잡이 떠나네.

女牽衣勒囑付(치녀견의륵촉부) 어린 처자 낭군 옷자락 잡아끌며 부탁하기를, 今行莫打尹娘魚(금행막타윤랑어) 이번 고기잡이엔 윤랑어 일랑 잡지 마세요."

우산(牛山: 현재 진해구)지역에 절개를 지키며 죽어 물고기가 된 여인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윤랑어(尹娘魚)라고 한다. 옛이야기에 이르기를 "옛날에 우산) 지역에 윤랑(尹娘)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남편이 죽어 수절을 하였다. 부모가 수절할 뜻을 꺾으려 하자 윤랑은 수은(水銀)을 태워 눈에 쐬어 두 눈이 모두 멀게 되었다. 그래도 부모가 더 억지로 시집보내려고 하자 윤랑은 바닷가로 가서 빠져 죽었는데 그녀가 변하여 윤랑어란 물고기가 되었다고 한다." 김려는 이러한 윤랑(尹娘) 전설을 허탄(虛誕 거짓되고 미덥지 않음)하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위 전설을 바탕으로 '윤양어(閏良魚)'라는 시(詩)를 지은 것이다.

이 시(詩)에 '어린 처자는 남편이 고기를 잡으러 떠날 때 윤랑어는 잡지 말라'고 당부한다.

같은 여인으로 윤 씨 여인이 가엾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낭군에 전하는 말이다. 그녀들도 윤 씨 여인처럼 당신만을 바라고 살겠노라는 마음은 에둘러 전하는 것이다.

진해 사람들이 윤랑자의 애틋한 사연을 만들어냈지만, 윤랑어(尹娘魚)나 맹어(盲魚)는 시각기관이 퇴화한 물고기를 통틀어 이른 말인데, 오늘날 어떤 물고기인지 알 수가 없다.

한편, 김려가 말하는 윤달(閏月)이 든 해에 잡는 '윤양어(閏良魚)' 역시 잘 모르겠다.

다만 멕시코 북동쪽 동굴 및 근처 강에서 사는 눈이 퇴화 된 물고기는 있다.

'블라인드케이브피쉬'라는 물고기인데, 이 물고기는 눈이 퇴화되어 눈 자체가 없다고 한다.

이 물고기는 단순히 눈만 없는 게 아니라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신경계 자체도 없고, 이러한 이유로 뇌도 일부 쪼그라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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