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06 (토)
해방조개라 불리는 새조개
해방조개라 불리는 새조개
  • 경남매일
  • 승인 2024.03.2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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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속살이 새 부리를 닮은 새조개철은 12월부터 3월 이른 봄까지인데, 맛의 절정을 이루는 기간은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맛이 좋은 1월에서 2월 사이다.

이 조개는 다른 조개들보다 연분홍 속살이 주는 극강(極强)의 쫄깃함을 자랑하여 씹는 맛도 달고 담백한 바다향이 짙어 아주 맛이 있다.

수심 5~35m 펄과 모래가 섞인 갯벌에서 서식하며 자연산만 있는 귀한 조개라 매년 지역마다 채집량 역시 달라져, 가격 변동도 크고 값이 비싸 조개의 귀족이라 불린다.

조개의 이름도 지역마다 다른데, 부산이나 창원에서는 갈매기의 부리를 닮았다 하여 갈매기조개, 경남지방에서는 1945년 해방과 함께 대량으로 번식에 성공하면서 황금 수입원이 되면서 '해방조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바보처럼 발을 쭉 내밀어 잘 닫지 못한다 해서 바보조개로도 불린다.

한편 조선시대 개량저(改良紵)란 베가 있었는데 무명실을 삼베처럼 성글게 짜서 여름에 옷을 지어 입었다고 한다. 이 조개의 무늬가 바로 그 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이 조개를 노랑조개 또는 명주조개라고도 부르고, 이 외에도 농합, 삼베백합, 약대비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 조개의 표준명은 '개량조개'라고 한다. 그럼에도 표준명보다 더 알려진 이름이 새조개다.

조선 숙종 때 문신인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의 『삼연집(三淵集)』과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64-1715)이 편찬한 『산림경제(山林經濟)』에도 새조개가 '작합(雀蛤)'으로 나오고, 조선 후기 실학자인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1758~1816)도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라고 기록했으며 "큰 것은 지름이 4, 5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적고 있다.

새조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그들은 새조개를 초밥으로 즐긴다. 그 덕분에 1970년대 남해안에서 채취한 새조개는 부산을 통해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일제강점기에는 남해안에서 잡은 갯장어와 함께 새조개가 '수산 통제 어종'으로 지정되어 순사와 검사관이 채취선 밑바닥까지 조사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또 1980년대에는 잠수부를 고용해 불법으로 새조개 어장을 약탈하는 해적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식성에 따라 날것으로도 먹지만 새조개 삼합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내장을 제거한 새조개와 얇게 썬 돼지목살과, 숙성이 잘된 묵은김치를 준비한 다음, 먼저 충분히 가열된 돌판에서 돼지목살을 구운 후에 묵은김치 위에 돼지 목살을 얹고, 그 위에 불판에서 살짝 익힌 새조개를 싸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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