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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민감한 메기와 일본 메기그림 나마즈에
지진에 민감한 메기와 일본 메기그림 나마즈에
  • 경남매일
  • 승인 2024.04.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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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일식집에 메기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메기는 폭풍우나 지진 등 자연재해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다.

메기는 폭풍우와 지진에 민감한데, 폭풍우를 감지하는 것은 부레의 역할 때문이라고 한다. 메기가 폭풍 전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부레가 기압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메기가 지진 등의 자연재해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다른 물고기에 비해 유난히 잘 발달하고 정교하게 생긴 신비의 육감인 측선(기관) 때문이라고 한다.

메기는 지진에 민감하여 지진의 조짐이 일어나면 난폭해진다고 한다. 일본의 전설에 메기는 지하에 살며 몸을 흔들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한다.

에도시대 이전에는 일본열도 아래 누운 용(龍)이나 일본열도를 둘러싼 지진 층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믿었지만 에도시대부터 큰메기(오오나마즈)가 지하에 살며 몸을 흔들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한다.

일본 에도 시대 후기인 안세이시기인 1855년 11월 11일(安政 2年 10月 2日 '안세이 2년 10월 2일)에 진도 7의 강진이 지금의 도쿄인 에도를 덮쳤다. 4300여 명이 사망하고 가옥 1만 채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큰 지진이었다. 이 지진을 안세이 대지진(安政の大地震)이라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도 지진은 메기가 일으킨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쿄토·후시미 성의 축성 중, 1593년에 중신에게 보낸 편지에는 "후시미의 건축 공사(普請), 메기를 소중히 다루시오"라고 지진 재해 대책에 대해 다짐하는 대목이 있다.

일본 교토부 교토시 후시미구에 있던 후시미 성(伏見城)을 둘러싸고 있는 축성의 수년 전에 '덴쇼 지진(天正地震)'이라고 불리는 대지진이 있었다. 메기 그림을 잘 아는 연구가 호소다 히로코(細田博子) 씨는 메기가 지진을 일으키는 이미지는 이 무렵의 킨키 지방에서 확립해, 이윽고 에도에 침투해 갔다고 고증하고 있다(「메기 그림으로 민속학」 리분출판(里文出版).)

일본어에서는 메기를 한자로 념이라 쓰고 나마즈(なまず)라고 발음한다. 그리고 회, 즉 '에(え)'는 그림을 의미한다.

안세이 대지진 직후 두 달 동안 일본에서는 나마즈에라고 하는 메기 그림이 유행을 하게 된다. 이 두 달간 확인된 것만도 250여 종, 실제로는 이를 웃도는 나마즈에가 발행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의 나마즈 대부분은 작가 서명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당시 에도 막부가 다색으로 제작되는 니시키에를 사치품으로 간주하여 제작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마즈에 대부분이 다색으로 이루어진 니시키에였던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부적 같은 의미로 집 안에 메기 그림 즉 나마즈에를 걸거나 메기를 어항에 넣고 키우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일본처럼 부적 같은 나마즈에를 걸 필요는 없지만 메기를 기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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