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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를 잊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경쟁자를 잊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 곽숙철
  • 승인 2012.07.16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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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한 경건한 수도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회의를 열어 수도자를 타락시키기로 했다.
 첫 번째 방법으로 사탄은 수도자에게 커다란 금덩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도자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보냈으나 수도자는 마치 돌을 보듯 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주입시켜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인간에 대해서 잘 아는 사탄의 우두머리가 나섰는데, 그는 수도자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당신의 경쟁자가 방금 종단의 총재로 피선됐다고 합니다."
 수도자는 이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경쟁자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를 경쟁심이라고 한다. 경쟁심이 인간의 본성이냐 아니면 학습된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경쟁은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며, 더 나은 삶을 향한 끈임 없는 경쟁이 인류의 문명을 이만큼 발전시켜 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서로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기업은 이러한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경쟁이 없으면 혁신을 위한 외적 동기가 생기지 않고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이 약해져 쉽게 무너진다. 반면 경쟁자가 강해질수록 자사도 더욱 분발하게 되어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다. 오죽하면 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톰 피터스(Tom Peters)가 경쟁자를 `축복`이라고 했겠는가. 다음은 그의 말이다.
 "훌륭한 경쟁사보다 더 좋은 축복은 없다. 훌륭한 경쟁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준다. 누군가 쫓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知彼知己百戰不殆(지피지기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손자(孫子)》의 글을 인용하며 시시각각 경쟁자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대응한다. 경쟁자를 잘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자세가 옳을까?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상대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흔히 경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경영은 결코 전쟁이 아니다. 전쟁의 상대는 당연히 적이다. 적을 무찔러야 승리한다. 하지만 경영의 상대는 경쟁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경쟁자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제대로 알아야 할 상대는 바로 고객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당신 사업의 벽돌 공장(Your Business Brickyard)》의 저자 하워드 만(Howard Mann)은 이렇게 말한다.
 "경쟁자에게 집착하고, 그들의 제품을 앞서려 하고, 매일 매시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일고 싶어 하며, 그들과 당신의 회사를 비교하는 활동으로는 결코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 당신의 회사가 자신만의 길을 찾고 고객과 직원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길을 찾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신의 회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고객 만족을 주는 활동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나치게 경쟁사에 집착하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때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로 명성을 떨친 넷스케이프(Netscape)를 들 수 있다. 다음은 이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마이크 맥큐(Mike McCue)의 말이다.
 "넷스케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은 너무 치열했다. 우리는 눈을 뜬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회사를 만들지 생각하기보다 그들에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했다. 지금 내가 깨달은 점은 회사는 고객을 떠나 다른 것으로 절대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경쟁사에 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넷스케이프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동향 파악에만 신경 쓰다가 결국 망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경쟁사에 대한 생각을 버려라. `경쟁사가 뭘 하지? 경쟁사의 점유율은 어떻지?`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 날 때면, 차라리 `경쟁사가 뭘 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되니까`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지? 우리를 떠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고객에게 신경을 써라.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을 의식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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