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9:03 (화)
`빈 카운터스`에 휘둘리지 마라
`빈 카운터스`에 휘둘리지 마라
  • 곽숙철
  • 승인 2012.06.25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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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데이비드 님께 
 최근 저희 임원회의에 오셔서 강연해주신 것에 대한 평가결과가 나와서 알려드립니다.
 점수산정은 최저 0점부터 최고 10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회사 외부 강연자들은 총 다섯 분이었는데, 이 분들의 점수는 0점부터 10점까지 분포했고, 선생님의 점수는 3점부터 10점까지 분포돼 있었습니다. 강연자 다섯 분의 평균점수는 최저 5.25점, 최고 8.25점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평균 7.35점을 획득하셨습니다.
 나머지 네 분 중 두 분은 선생님보다 더 높은 평균점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선생님 점수의 평균값으로부터의 표준편차는 1.719점이었고, 분산값은 두 번째였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다수 응답자들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가 비슷했음을 나타냅니다.
 저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강연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들, 제품, 시장에 관한 광범위한 분석을 솔직하게 전달해주셔서 저희의 시각이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강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회사 외부 강연자 효과분석 그룹 -
 최근 세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책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에 실린 GM에 관한 이야기다. 빈 카운터스란 직역하면 `콩 세는 사람`으로,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위험을 회피해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재무, 회계 전문가를 냉소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밥 루츠(Bob Lutz)는 47년 동안 자동차 분야에 종사한 전설적인 인물로, 70세가 되던 2001년 쓰러져가던 GM을 구원하기 위해 이 회사의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숫자와 데이터로 기업을 망치는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그는 이 책을 통해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할 기업이 `빈 카운터스`에 휘둘려 숫자놀음에 빠지면 반드시 몰락한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기업의 진짜 인재는 MBA 출신의 빈 카운터스가 아니라 최고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현장전문가`라고 강조한다.
 그는 GM, 나아가 많은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이유가 똑똑한 체하는 MBA 출신들의 숫자놀음에 빠져 비용절감 등 단기적인 이윤 극대화에 집착한 탓이라고 결론짓는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는 비단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다.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팔겠다는 목표만 밀고 나간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경영은 복잡하지 않다. 일단 적정한 투자액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과 성능은 필수다. 각 나라마다 정부규제와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적절한 가격에 팔고 나서 남는 것은 재투자하면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은 오직 제품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 온갖 수치와 도표에 의존하다가는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된다."
 GE의 전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한 바 있다.
 "현실에서 통하는 전략이란 사실 매우 단순 명료한 것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필사적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론은 흥미롭고 차트나 그래프는 멋있어 보일 수 있으며 두툼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무엇인가 거창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전략은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 전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데이터와 세세한 사항들을 파고들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될 뿐이다. 그것은 전략이 아니다. 그저 고통일 뿐이다.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관해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대학에서 하는 연구라면 숫자와 데이터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것만으로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기업은 `생산적이고도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곳`이다. 그것도 기존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결과를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사줘야 비로소 `일`이라는 의미가 성립된다.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모두 똑같다. 이것이 경영의 본질이다.
 현란한 숫자와 데이터로 현혹하는 빈 카운터스에 휘둘리지 마라. 경영은 '과학(science)`이 아니라 `실천(practi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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