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2:59 (목)
프로토타입을 활용하라
프로토타입을 활용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07.2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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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크라이슬러의 전 CEO인 리 아이어코카(Lee Iacocca)가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컨버터블 승용차를 개발할 때의 이야기다. 아이어코카는 수석 엔지니어에게 컨버터블 승용차의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표준 절차에 익숙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답했다.
 "좋습니다. 앞으로 9개월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겠습니다."
 아이아코카는 격노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군요. 당장 차로 가서 천장을 잘라내라고요!"
 엔지니어는 즉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크라이슬러의 컨버터블 승용차는 대성공을 거뒀다.
 성공한 기업들은 대체로 전략이나 계획보다 실행에 더 집중한다. 개략적인 계획이 서면 일단 실행해가면서 다듬어간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쪽보다 실행해가면서 계획을 보완해가는 쪽이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대 초 실시된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캐슬린 아이젠하르트와 배넘 바브리치 교수의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로 입증되었다.
 두 사람은 연간 매출액이 5천만 달러를 넘는 유럽, 아시아, 미국의 36개 컴퓨터 제조업에서 이루어진 72개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면밀히 조사했다. 그들은 각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에서 단계별로 소요된 시간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적은 시간을 소모하고 실전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한 팀이 가장 혁신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실행해가면서 보완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팀이 `완벽한 계획`을 추구한 팀보다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프로토타입은 이와 같은 `실행해가면서 다듬어간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데 아주 유용한 방식으로, 이를 매우 잘 활용하는 회사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IDEO)이다. 이 회사의 핵심적인 성공 비결은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보고 만질 수 있는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낸 데 있다. 아이디오의 가장 유명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컴퓨터 마우스도 구슬처럼 생긴 방취제 뚜껑 부분을 버터가 담긴 접시 밑바닥에 붙여 만든 프로토타입에서 탄생했다.
 아이디오의 CEO인 팀 브라운(Tim Brown)은 실행과 프로토타입의 중요성을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표현을 써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중요한 건 속도다. 단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스케치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머릿속의 생각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게 결과적으로는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아무리 조악한 프로토타입이라도 상관없다. 프로토타입은 단지 물리적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등에 모두 적용된다. 팀 내부에서만 검토할 수도 있고, 경영진과 함께 검토할 수도 있으며, 시장에 직접 나가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으로 생각하는 행위다." 
 프로토타입은 오직 소비재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팀 브라운의 말처럼 이는 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IBM은 EBO(신사업기회)를 개발할 때 `시범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을 이용한다. EBO 리더는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기업의 주요고객을 대상으로 시험한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더 많은 자원을 할당받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식이다. 2000년 이후 IBM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25개의 EBO를 출시해 단 3건만 실패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완벽한 계획을 추구하지 말고 실행해가면서 보완하라. 프로토타입을 적극 활용하라. 21세기는 여느 때보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에 미련이 남는다고? 그렇다면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톰 피터스(Tom Peters)가 남긴 다음의 말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연습(practice)은 예술의 핵심요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비즈니스에서는 이 개념이 전무하다. 많은 비즈니스 서적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무언가를 상상해 실행하고 조정하고 다시 실행하는 작업이 예술이다. 하지만 경영대학원(MBA) `덕분에` 비즈니스 종사자들은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말하고 또 말하고, 계획하고 또 계획한다. 그러나 현명한 경영자들은 말하고 계획하는 동안 신속히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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