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2:21 (토)
연구개발 패러다임 바꿔라
연구개발 패러다임 바꿔라
  • 곽숙철
  • 승인 2012.04.2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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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작은 금광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보유한 금광이 고갈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파산을 기다리는 시한부 인생 같은 삶을 사는 회사였다. 새로운 금광을 찾아야 했지만, 회사의 모든 인력을 총동원한 탐사 작업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회사의 CEO가 MIT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리눅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토론토로 돌아가 창립 초기부터 가지고 있던 금광 채굴과 관련된 모든 기밀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새로운 금광을 찾고 있던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 전 세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결정을 내렸다.
 2003년 3월, 이 회사는 이러한 전략에 입각해 총 57만 6천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금맥 찾기 콘테스트`를 열었다. 수천만 평이나 되는 광산과 채굴에 관한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자 세계 수십 개 나라의 전문가들이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참가자는 전문 지질학자를 포함해 대학원생, 컨설턴트, 수학자, 군대 장교 등 실로 다양했다. 다양한 참가자만큼이나 아이디어 또한 다양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궁여지책의 시도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참가자들은 110곳의 후보지를 찾아냈으며, 새로운 후보지의 80% 이상에서 상당한 금이 나왔다.
 `골드코프 챌린지(Goldcorp Challenge)`라는 콘테스트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 Inc.)의 이야기이다. 이후 이 회사는 막대한 양의 금을 채굴했을 뿐 아니라, 1억 달러 남짓 저조한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90억 달러의 실적을 내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기업 내부에 기술이 없으면 밖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하는 방식을 개방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적용한 연구개발 방식을 C&D(Connect and Development)라고 한다. 기존의 기업 내부자원만 활용해 연구개발을 하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와 대비해 일컫는 말이다.
 이와 같은 C&D 방식이 유효한 것은 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쉽고 저렴한 소통 기반이 확대되면서 지식유통의 진입장벽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의 확산으로 세계 어느 곳이든 연결(Connect)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이러한 C&D의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가 세계적인 생활용품 업체 P&G이다.
 P&G는 1837년 창업한 이래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비누와 양초를 공급했고 전후에는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면서 회사를 키웠으며, 이후 비누와 쇼트닝에 이어 세계 최초로 합성세제와 주방용 세제 등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회사가 됐다. 그 외에도 각종 청소용품, 치약, 방취제, 샴푸, 화장지 등을 포함한 개인용품과 쇼트닝, 케이크 믹스, 커피 등을 비롯한 식품 그리고 펄프, 화학제품, 동물 먹이 등과 같은 잡화 등 미국의 슈퍼마켓에 가면 P&G의 제품이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해서 P&G는 수천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두고 매년 R&D 투자를 늘려갔지만, 갈수록 격화되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투자 대비 성과는 점점 떨어졌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50%를 회사 외부에서 얻는 것을 목표로 C&D 방식을 채택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P&G는 효율적인 C&D의 추진을 위해 `기술창업가`라고 불리는 사원들을 세계 주요 지역의 기업과 대학에 파견해 신상품의 씨앗을 찾고 있으며, `지금 이런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P&G는 R&D 생산성을 60% 이상 높였고, 이미 수백 개의 신상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UC 버클리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기업이 내부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중앙 집중적인 운영을 하는 것은 이제 진부한 기업의 전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이상 내부의 역량만으로 경영을 해서는 경쟁력이 없으며, 외부의 역량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는데 기술력이 없어 고민인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내부 역량만 고집하지 말고 C&D를 하라. 사내의 모든 부서를 참여시키고, 고객들에게서도 답을 찾아보라.
 그리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모든 것을 회사 내부의 자원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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