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3:27 (토)
`스트레치 골`을 설정하라
`스트레치 골`을 설정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08.06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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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숙철 CnE 혁신연구소장

 한 사내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을 보니 또 다른 낚시꾼이 있었는데 실력이 꽤 좋은 것 같았다. 그는 계속 고기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사내는 그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이봐요,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노련한 낚시꾼은 낚싯대에서 손을 놓고 대답했다. "그러시죠"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고기를 낚으신 것 같은데 큰 고기는 다시 놓아주고 작은 고기만 담으시더군요. 왜 큰 고기를 놓아주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멋쩍은 듯 잠시 그대로 있던 낚시꾼이 말했다. "음, 그게, 큰 고기도 정말 가져가고 싶지만 프라이팬이 작은 것 밖에 없거든요"
 큰 생선을 조리하려면 큰 프라이팬이 필요하듯이 성과를 높이려면 목표를 높게 설정해야 한다. 높은 목표는 조직구성원들의 가슴을 열정으로 불타게 만든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맞닥뜨리거나 만들어낸 도전적인 과제를 정복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교세라(Kyosera)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낮은 목표를 세우면 낮은 결과 밖에 얻지 못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위대한 사업이라는 것은 높은 목표를 갖고서도 하루하루를 전력투구해야만 이뤄지는 것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노력을 거듭한 결과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 교세라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무작정 높게 설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하기 어려울 만큼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높이 달린 포도를 따려다 실패한 여우처럼 "저 포도는 신 포도일거야"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높은 목표가 적절한 것일까? 여기에 가장 적합한 개념이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이다.
 스트레치 골은 `stretch`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온힘을 다해 손을 뻗어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도전적인 목표`를 뜻한다. 다시 말하자면 쉽지는 않지만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기존의 사고방식이 아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노먼 마이어(Norman Maier)가 실험을 통해 정립한 것으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을 두고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다음에는 더 나은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을 보고 `stretch`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영학자 게리 해멀(Gary Hamel)과 프라할라드(C. K. Prahalad)가 이를 경영학 분야에 사용함으로써 일반화 됐다.
 기업에서 이 스트레치 골을 잘 활용하면 혁신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스트레치 골이 설정되면 조직구성원들은 기존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안을 모색하게 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에 성공 체험이 쌓이면서 구성원들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높은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 이른바 도전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적인 문화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점점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는 구성원들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 스트레치 골이 제시되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매우 당황해하며 불가능한 목표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렇듯 구성원들의 의지 없이는 스트레치 골의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스트레치 골을 추진하되,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왜 반드시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추진 의욕을 높여야 한다.
 연말이 되면 많은 기업들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하지만 그 목표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달성하기 쉬운 목표로 달성율을 높여본들 이는 조직의 자기만족과 무사안일만 조장할 뿐이다.
 혁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스트레치 골을 설정하라. 혁신은 상식을 벗어난 목표에서 시작되며, 비선형적인 혁신만이 조직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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