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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간 존중 경영이란?
진정한 인간 존중 경영이란?
  • 곽숙철
  • 승인 2012.08.20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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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예순이 가까운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장을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장의 빛깔도 맛도 예년과 다른 게 뭔가 이상했다. 시어머니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해 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30년 이상 장을 담그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어머니는 고민 끝에 거동이 불편한 노모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시집 온 후 노모로부터 장 담그는 법을 배웠기에 노모는 그녀의 스승인 셈이었다. 시어머니는 노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누워서 설명을 듣던 노모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당으로 성큼 내려서더니 이것저것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발걸음이 얼마나 힘찬지 전혀 거동이 불편한 사람 같지 않았다. 마치 형사라도 된 듯 눈은 반짝였고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일으켜 세운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노모는 장 담그는 일만큼은 전문가였다. 하지만 한동안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모처럼 기회가 왔으니 힘이 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사회가 지식정보화사회를 거쳐 창조사회로 이동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인간 존중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이 사람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인간 존중 경영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인간 존중 경영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이성을 가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자주적인 행위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조직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경영 방식`으로 정의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풍족한 급여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인간 존중 경영이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존중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인간 존중 경영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세계 1위의 장애인 고용율을 자랑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율은 70%로 74명의 직원 중 55명이 지적장애인이다. 그 중 26명은 IQ가 50이 안 되는 중증장애인이다. 가루가 날리지 않는 분필로 유명한 일본 최대 분필회사 일본이화학공업(日本理化學工業)이 그곳이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장애인을 고용한 것은 아니다. 어느날 회사 근처 지적장애인 학교 선생님이 회사를 찾아와 학생들이 취직을 못하면 보호시설에 들어간다며 "일한다는 게 뭔지 경험하게만 해주세요"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래서 소녀 두 명을 실습 명목으로 2주간 일하게 한 게 계기가 됐다. 일은 분필이 담긴 포장용 상자에 스티커를 붙이는 가장 간단한 것이었는데, 두 아이는 정말 열심히 했다. 일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해야 비로소 그만둘 정도였다. 그래서 회사는 채용을 결정했고, 이후 점차 고용을 늘렸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저울로 분필 재료를 100g만큼 재야 할 때 그들은 100g이란 단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는 재료 배합 작업에 색깔을 이용했다. 재료를 각각 빨간 통과 파란 통에 넣어 글자가 아닌 색깔로 구분하게 하고 중량을 잴 때는 빨간 추와 파란 추를 이용했다. 빨간 통에 들어 있는 재료를 잴 때는 저울 한 쪽에 빨간 추를 올리고, 저울 다른 쪽에 빨간 통 속 재료를 조금씩 퍼담는다. 그래서 저울 바늘이 가운데에서 멈추면 정량인 것이다. 또 재료를 개는 시간은 일반시계 대신 모래시계를, 분필 굵기 검사는 넣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검사용 치구를 이용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오야마 야스히로(大山泰弘) 회장이 말했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며 삽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칭찬 받고 스스로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는 참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터인 회사는 노동에 합당한 급여를 지급하는 역할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행복을 느끼는 장소여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때 가장 행복해 한다. 존재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잘 보살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들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라. 이것이 진정한 인간 존중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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