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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올바른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 곽숙철
  • 승인 2012.06.04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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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일본의 한 비누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소비자가 비누 한 상자를 구입했는데, 상자가 텅 비어 있었다. 고객은 당장 고객센터로 항의했고, 비누회사에서는 문제 해결에 고심했다. 면밀히 조사한 결과, 정상적으로 기계가 작동하는 중에도 뜬금없이 이러한 오류가 발생해 빈 상자가 유통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영진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문제 해결에 골몰했다. 마침내 기술부에서 고가의 최신 스캐닝 장비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비는 막상 생산 라인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도리어 제조 시간을 지연시켜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기술부에서 다시 스캐닝 장비의 문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동안, 생산 라인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포장된 상자가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풍기 한 대를 틀어놓자는 것이었다. 그의 제안대로 비누가 상자에 담기는 라인에 선풍기를 가동하자, 가끔 등장하던 빈 비누 상자가 선풍기 바람에 날려 `빈 상자` 사건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디지털 단식`이라는 책을 쓴 일본 와세다대학 MBA 엔도 이사오(遠藤功) 교수는 얼마 전 우리나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T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최근의 경영 행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은 IT기기는 그냥 도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 양 매몰돼 기업이 정체성을 잃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을 가르치는 MBA는 활력 떨어지는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해 공부하는 MBA(Managed by Analysis: 분석에 의존한 경영)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IT기술이 곧 업무 효율`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현장을 뛰어야 합니다. 일본 기업이 그동안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현장을 중시하는 삼현주의(三現主義: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한 후 의사결정을 함)였는데, 지난 10년간 이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이것이 일본 기업이 실패한 이유입니다." 옳은 지적이다. 제아무리 IT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클릭하는 것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으며,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는 없는 법. 모든 일은 결국 현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장 중시 경영(이하 `현장경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장은 고객과의 접점이자 제품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가 된다. 뿐만 아니라 현장은 앞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장경영은 비단 자사의 현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가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현장이다. 이렇게 현장경영의 범위는 기업의 업무 현장에서부터 동종 업계, 그리고 경쟁 업체의 현장까지 매우 넓다. 그러나 현장이 어떤 곳이라 해도 중요한 것은 평가가 아니라 소통과 공감이다.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회장이 끊임없는 매장 방문과 소통을 통해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낸 것처럼.

 시대를 막론하고 현장경영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사무실에서 아무리 훌륭한 전략과 실행방침을 지시해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현장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훌륭한 전략이 나올 수 없는 까닭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어야 가장 효과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이 수립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 대한 파악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활용과 현장에 대한 자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게끔 하는 것이다. 이렇듯 현장경영은 일을 열심히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점검이자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한 경영 활동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리더가 경영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현장에는 고객이 있다. 현장을 모른다는 것은 고객을 모른다는 뜻이 된다. 어디 그뿐인가. 고객과 접점에 있는 존재가 누구인가? 바로 직원들이다. 현장을 이해하려면 당연히 직원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리더의 현장경영은 결코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상적인 경영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하고, 또 리더 스스로가 열린 소통의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책상머리에서 답을 구하지 말고 현장에 내려가 오랜 시간 문제를 들여다보라.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라. 올바른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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