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03 (금)
성과 평가 기준을 재점검하라
성과 평가 기준을 재점검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05.21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새로 부임한 어느 회사의 사장이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그가 시행한 개혁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것은 판매 사원의 평가 척도를 바꾼 것이었다. 그는 판매 사원의 평가 항목에서 `매출`을 없애고, 대신에 고객이 판매 사원의 서비스에 대해 평가한 설문 엽서를 새로운 척도로 삼았다. 판매 사원의 활동이 매출 목표 달성에 얽매이게 되면 결국엔 고객만족에 소홀해지기 쉽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그의 방침에 대해 판매 사원들이 게을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매출 목표는 한번 달성한 뒤에는 대충 달려가면 된다는 마음을 불러 옵니다. 그러나 고객의 만족도를 평가 척도에 포함시키면 움직이고 있는 시간 모두를 고객을 위해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든 고객과의 만남이 한판 승부가 되는 거죠."
 사원이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면 그 마음이 고객에게 전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매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2005년 일본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의 사장으로 부임한 마에다 신조(前田新造)의 이야기이다.
 그의 개혁이 성공했을까? 물론이다. 실시 2년 반 만에 시세이도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설문 엽서는 160만 통. 놀랍게도 그중 90%가 칭찬으로 채워졌다. 매출 성장은 말할 것도 없다.
 오래된 격언 가운데 `측정할 수 있는 것만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태도와 행동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예컨대 단기 업적 위주로 직원을 평가하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린다. 생산성을 중심으로 조직을 평가하면 상대적으로 품질에 소홀하게 된다. 성과 평가 기준이 그만큼 중요하다.
 성과 평가 기준은 마치 조직이 미개척지를 탐험할 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다. 올바른 기준이 있어야 길을 잃지 않고 빠르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또한 평가 기준은 조직 구성원에게 지침의 역할을 한다. 기준이 있어야 공통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생긴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성과 평가 기준이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 요건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비전, 목표 및 전략과의 연계성이다. 그 좋은 예로 GE를 들 수 있다.
 잭 웰치(Jack Welch)가 경영했던 20년 동안 GE는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GE는 어떤 성과 평가 기준을 사용했을까? 그는 경영 환경과 자사의 경영 전략에 맞춰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부임 초기 잭 웰치는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내부지향적으로 변한 조직문화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판단하고, "고쳐라, 문닫아라, 팔아라(fix, close, sell)"를 외치며 이를 기준으로 조직을 평가했다. GE의 모든 비즈니스는 해당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GE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GE의 구조를 뒤흔들어 바꾼 잭 웰치는 이후 기본에 충실하고 사기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생산성으로 옮겼다. 그가 새롭게 제시한 메시지는 `속도, 단순화, 자신감`이었으며, 이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 그것은 고객만족, 직원만족, 현금 흐름이었다. 고객만족도가 높으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만족도 높은 직원들이 생산성을 올릴 것이며, 그래서 현금이 쌓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돌아가리라 생각한 것이다.
 이후 잭 웰치는 시장을 좁게 정의하는 식으로 시장에서 1등 혹은 2등의 결과를 내는 소극적인 경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시장의 기준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식스 시그마(Six Sigma) 운동`을 시작했다. 식스 시그마는 원래 품질 평가 기준이었으나 그는 이를 GE의 모든 성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조직구성원들이 회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성과 평가 기준을 재점검해 보기 바란다. 환경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었는데도 예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들이 하니 무턱대고 따라서 `BSC(Balanced Scorecard 균형 성과관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