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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기업 평판관리는 어떻게?
디지털 시대 기업 평판관리는 어떻게?
  • 곽숙철
  • 승인 2012.06.1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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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여성 몇 명이 더블 D컵 브래지어에 추가 요금을 매긴다며 어느 소매업체에 항의한 일이 있었다. 이 여성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점을 거론했는데 몇 분 만에 만 명 가량의 팬이 생겼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회사는 즉각 전국의 신문에 가슴이 큰 여성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광고를 실었다.

 "저희가 실수했습니다(We boobed.: boob에는 `어리석은 실수를 하다`라는 의미와 `유방`이라는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환상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저희 빅사이즈 브라는 작은 사이즈에 비해 더 많은 제조비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저희는 그 점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생각이 틀렸습니다. 이번 토요일을 기점으로 `D컵 속의 폭풍`이 사라집니다! 이제 모든 여성이 뛰어난 품질의 브라가 만들어내는 차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신문에 이 업체는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회사라는 반응이 실렸고 시장 점유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틀 만에 페이스북 팬 수가 3만 명이 늘었다.

 영국의 대형 소매업체 `막스 앤드 스펜서(Marks& Spencer)`의 이야기로, 가히 기업 평판 관리의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하다. 반면 최근에 터진 광고 문제에 대한 국내 한 음료업체의 대응은 참으로 어설프기 그지없다.

 얼마 전 웅진식품이 자사의 보리 음료 `하늘보리`의 버스정류장 옥외 광고로 인해 곤욕을 치뤘다. `날은 더워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는 광고 문구를 본 네티즌들이 "남자를 호구로 아느냐"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회사는 공식 페이스북에 "광고 문구의 `차`는 자동차가 아닌 마시는 `차음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변명했고, 이것이 오히려 네티즌들을 더 화나게 했다. 결국 웅진식품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광고를 철거하기로 했다.

 지난 10년 사이에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부상한 디지털 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는 미디어의 지평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는 인터넷 덕분에 누구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발표, 제작, 배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정보와 견해가 급증한 결과, 단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하룻밤 새 좋은 평판이 생겨나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디지털 시대에 있어 기업은 어떻게 평판 관리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가 언제 닥칠지 예측할 수 없거니와 일단 발생하면 겉잡을 수없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우선 체계적인 디지털 미디어 모니터링을 통해 위기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체크하고, 문제가 확산되거나 주류 언론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파악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매체로 인해 기업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고객이 인터넷에 올린 댓글을 발견하고도 이 소문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체로 퍼지기 전에 기업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십 분 내지는 몇 시간밖에 없다. 그러니 꾸물거려서는 안 된다.

 아울러 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해둬야 한다. 모니터링을 하다가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내용에 따라 누가 대응할 것인지, 다들 자고 있는 시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어떤 보고 단계를 거쳐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공개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면 어떤 원칙에 따를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허둥지둥하게 되고 문제를 키우게 된다. 이럴 때 매뉴얼이 준비돼 있으면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은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정보의 전달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그동안 기업들이 몸을 숨길 수 있었던 벽은 점점 낮아져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세상이 됐다. 위기에 그만큼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잘 관리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쉽게 좋은 평판을 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기업 평판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바야흐로 이에 대해 보다 깊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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