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1:10 (토)
고객 서비스, 매뉴얼을 없애라
고객 서비스, 매뉴얼을 없애라
  • 곽숙철
  • 승인 2012.08.2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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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숙철 CnE 혁신연구소장
 한 여성이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발을 구입했는데 어머니가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뒤 쇼핑몰에서 메일을 보내왔다. 구입한 신발이 잘 맞는지, 마음에 드는지 묻는 메일이었다.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 여성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답장을 썼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샀는데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구두를 반품하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곧바로 쇼핑몰에서 답장을 보내왔다.

 "저희가 택배 직원을 보내 반품 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회사의 기본 정책에 따르면, 반품할 경우 요금은 무료지만 고객이 직접 택배를 불러서 물건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 정책을 어기면서까지 그녀의 집으로 택배 직원을 보내 반품하게 해줬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그 여성에게 한 다발의 꽃이 배달됐다. 카드에는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여성을 위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판매회사 자포스(Zappos)의 이야기이다. 놀라운 것은 회사의 서비스 정책을 어기면서까지 택배 직원을 보내 반품하게 하고, 꽃과 편지를 보내는 일들을 자포스의 일개 컨텍센터(Contect Center) 직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를 잃은 고객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싶다는 자신의 배려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포스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콜센터나 고객센터라는 명칭 대신 컨텍센터라 부르는 부서가 있다. 그런데 자포스의 컨텍센터에는 매뉴얼은 물론 고객의 요청에 이렇게 답하라는 지침도 없다. 고객의 주문이나 문의에 대한 대응은 전적으로 컨텍센터 직원의 판단에 맡긴다. 즉, 고객을 대하는 직원이 `인간 대 인간`으로 고객과 마주하는 것이다. 직원과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이야 말로 회사를 장기적 번영으로 이끄는 최강의 전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재구매율 75%, 창업 10년 만에 `연매출 10억불 돌파`라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게 된 자포스의 성공 비결이다.

 시중에는 `서비스 사이언스`, `서비스 매니지먼트` 등 고객 서비스에 관한 많은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성의를 다해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직원이 없다면 고객 만족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사람의 감성을 수치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미국 품질관리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객들은 제품 자체(14%)보다는 고객 서비스(68%)에 더 많은 불만을 품는다. 서비스 담당자의 불친절한 응대와 규정만 내세우는 태도, 미숙한 업무 처리와 타 부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문제는 불만이 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와튼 스쿨의 <2006년 불만 고객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불만을 느낀 고객 100명 가운데 32~36명은 더이상 같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으며, 이 가운데 31%는 자신이 느낀 불만 사항을 가족 및 친구,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것이다. 고객 서비스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매뉴얼에 따른 고객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황을 매뉴얼에 모두 담을 수 없을뿐더러 진심이 담기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는 고객이 바로 알아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고객 만족 서비스의 표본으로 불리는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이 바로 그런 곳이다.

 노드스트롬의 고객 서비스 규정에는 단 하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주십시오. 그 외에 다른 규정은 없습니다`라는 내용만 있다. 이 간결한 규정에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리더의 탁월한 식견과 직원들의 능력에 대한 깊은 신뢰가 들어 있다. 이것이 4세대를 이어 온 노드스트롬 기업문화의 핵심이다. 노드스트롬이 공식적으로 표방한 바와 같이 다른 경쟁자들과 그들의 유일한 차이는 고객을 대하는 방법에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객 접점에 있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무엇이든지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드스트롬에서는 "윗사람과 상의해봐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이것이 노드스트롬이 쌓아 올린 성공 신화의 주춧돌이다.

 고객 서비스, 매뉴얼을 없애라. 고객을 매뉴얼에 따라 응대하라고 하는 것은 직원을 로봇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로봇이 어찌 감성을 가진 고객을 만족시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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