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1:36 (토)
시끄러운 조직이 성공한다
시끄러운 조직이 성공한다
  • 곽숙철
  • 승인 2012.07.09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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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스무 대 정도의 차량을 보면서 판금을 비교분석한 후, 내가 여러 가지 코멘트를 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키가 2미터는 돼보이는 근육질의 거구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더니 양복을 잡고서 내 몸을 약간 들어올렸다. 이 친구의 이름은 조 스필먼(Joe Spielman)이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설교하신 내용은 다 알아들었으니 이제 이 중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차를 고르시면 우리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내가 판금 상태가 제일 좋은 차를 지적하자 스필먼은 그 차의 후드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새 부리처럼 구부러지게 하라는 말이죠?" 내가 그렇다고 하니 문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끝을 똑바로 맞추고 문틈은 이 정도로 쭉 유지하라는 말이고요." 역시 그렇다고 하자 "몰딩은 여기 이렇게 정렬시키란 말이죠?" 나는 계속 그렇다고 말했다. "좋아요, 이제 알아먹었습니다. 자, 다들 이리 와보라고." 그는 자기 부하 직원들을 부르더니 말을 이어 갔다. "이제 판금은 이 차처럼 만들 거니까 똑바로 봐 둬. 정확한 치수도 재고 사진도 찍어 가라고!" 스필먼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기존 차량들의 판금 상태를 크게 개선했고, 현재 개발 중인 차는 아예 판금장비를 고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판금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2001년 부회장으로 복귀한 밥 루츠(Bob Lutz)가 쓰러져가던 GM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다.
 그가 복귀했을 당시 GM은 한마디로 너무나 조용한 조직이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며, 이미 프레젠테이션 자료뿐만 아니라 예상 질문과 답변, 심지어 코멘트까지 자료로 만들어져 다들 읽어봤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고. 다시 말해, 위의 스필먼처럼 재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회사를 꿈꾼다. 아무런 마찰 없이 구성원 모두가 서로 화합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나아가는 조용한 회사, 그러면서도 계속 좋은 성과를 내는 그런 회사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꿈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그런 회사는 없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지친 구성원의 입장에서 이런 회사를 꿈꿀 수는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조용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회사는 없을 뿐더러 역설적이게도 좋은 회사일수록 오히려 더 시끄럽다. 다시 말해 시끄러운 조직이 성공한다는 말이다.
 기계 부품은 마찰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조용하고 오래 간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마찰이 없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긴 해도 마찰은 이로움이 많다. 마찰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조직의 성장과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용한 조직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물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부이며 수면 아래 수많은 문제점들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이 조용하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활발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뛰어난 경영자이자 컨설턴트로 명성이 높은 래리 보시디(Larry Bossidy)는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이 리더와 말다툼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회사 안에서는 직원들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가 너무 많다. 물론 사적인 이유로 입씨름을 벌이라는 말이 아니다. 뭘 해야 좋을지 열정적으로 논쟁하라는 것이다. 리더가 되면 독선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비판의 소리를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사람들은 입에 자물쇠를 채우게 된다." 
 두 사람의 의견이 항상 똑같으면 둘 중 하나는 필요 없다는 말이 있다. 소통에는 반드시 불협화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기업경영에서는 침묵은 독약이고, 사망의 전조에 다름 아니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큰소리로 싸우는 것을 당연시하고 또 일부러라도 그렇게 장려할 필요가 있다.
 모름지기 리더는 조용한 조직을 꿈꿀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이 더 나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에 관한 과제를 계속해서 던지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모든 재능과 열정을 끌어내야 한다. 이런 사람이 훌륭한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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