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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팔지 말고 스토리를 팔아라
상품을 팔지 말고 스토리를 팔아라
  • 곽숙철
  • 승인 2012.07.02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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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 `진실`이라는 이름의 가녀린 소녀가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가차 없이 문전박대했다. 벌거벗은 소녀의 모습에 놀랐던 것이다. 때마침 지나가던 `우화`라는 이름의 소년이 버려진 소녀를 발견했을 때, 소녀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추위에 떨면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진실`이라는 소녀를 불쌍하게 여긴 `우화`라는 소년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소년은 방안을 따뜻하게 데워 소녀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줬고, 따뜻한 식사를 마련해줬다. 그런 다음, 소녀의 몸 위에 `이야기`라는 황금빛 망토를 입혀 다시 마을로 돌려보냈다.
 `이야기`라는 망토를 걸친 `진실`은 다시 마을의 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놀랍게도 이번에는 기꺼이 집안으로 초대됐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따뜻한 화롯불도 쬐어 줬다.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전달하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은유하는 유대인의 구전 이야기이다.
 일찍이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정보화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며, 스토리가 이 시대의 중요한 원재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이른바 `스토리 경영`이라는 이름의 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에비앙(Evian)`이다.
 1789년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 신장결석을 앓던 한 귀족이 요양하면서 마을의 우물을 마신 후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 그 물의 정체를 탐구한 결과, 알프스의 눈과 비가 여러 해에 걸쳐 녹고 어는 과정을 통해 매우 깨끗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1878년 프랑스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상업화한 물이 바로 에비앙이다. 원래 신장결석은 아무 물이나 많이 먹으면 돌이 빠져 나가 낫는 병인데, 이러한 스토리 덕분에 에비앙이 오늘날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에비앙의 스토리가 고전적인 사례라면, 애플을 빼놓고는 오늘날의 스토리 경영을 논할 수 없다. 아이팟에 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성공은 제품의 효용성과 디자인, 애플의 브랜드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도 한몫을 했다. 양부모 밑에서 자라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으며 암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극복한 그의 스토리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편 잡스의 스토리가 예기치 않게 쓰인 스토리라면,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
n)은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쓴 경우이다. 그는 미국에 `버진콜라`를 출시할 때 코카콜라의 CEO에게 팔씨름을 해서 지는 사람이 미국 시장을 포기하자고 제안하는 전면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싣고, `Virgin Mobile USA`를 알리기 위해 자기 회사의 핸드폰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벌거벗은 몸으로 탱크를 몰고 타임스퀘어에 등장하는 등의 기행으로 스토리를 창출했다.
 스토리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있다. 스토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효과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2009년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는 사실과 스토리 가운데 어느 것이 사람의 행동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5달러를 주고 가전제품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후 그 돈을 국제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는 두 종류의 편지를 전달했다. 한 편지에는 말라위의 식량 부족에 관한 현실과 심각한 가뭄이 농작물 부족으로 이어지는 통계치가, 다른 편지에는 말라위의 가난한 소녀 로키아에 관한 안타까운 사연이 적혀 있었다. 통계치로 가득한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평균 1.14달러를 기부했다. 반면 로키아의 사연을 읽은 학생들은 평균 2.38달러를 기부했다.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두 종류의 편지를 모두 주었는데, 이들은 로키아의 사연만 읽은 학생들보다 약 1달러 적게 기부했다.
 결론적으로, 사실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요령 없이 전달하는 사실은 심지어 스토리의 효과를 반감시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20세기가 객관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이성 사회였다면, 21세기는 경험을 중시하는 감성 사회다. 더 이상 기능이나 가격으로 차별화하려 애쓰지 말고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창출하라. 상품을 팔지 말고 스토리를 팔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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