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쪽의 곳간 뒤주에
쌀이 이유 없이 줄어들었다
범인은 새엄마가 데려온 자야였다
어느 날 밤 안방에서 아버지의 고함이 천지를 흔들었다
엄마 울음소리는 마당까지 새어 나왔다
아침이 되자 엄마는
집안의 이불을 모두 꺼내어 빨랫줄에 널었다
다듬이 홍두깨로 이불을 힘껏 치시며
"나는 너희들 때문에 살지"하시며
우리를 꼭 안아 주셨다
하늘에서 눈물처럼 소나기가 쏟아졌다
엄마는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콩을 볶으셨다
우리는 콩 한 톨 먹고 콩 한 톨은
마당가에 멀리 던지기를 하였다
삼일 후 콩이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의 입속에는 이빨 빠진 빈자리가 보였다
볶은 콩이 싹을 피우듯
엄마의 이빨도 살아났으면 좋겠다
콩들이 이빨처럼 단단하게 익어갔다
빨리빨리 자라서
엄마가 콩을 먹는 걸 보았으면 참 좋겠다
시인 약력
- 마산문인협회 사무국장
- 경남시인협회 사무차장
- 창연출판사 기획실장
- 시집' 깎다'
202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사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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