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22:35 (일)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3.12.02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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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1)
 나는 그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다만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이야기는 바로 유리장사 이야기였다. 유리장사가 장사가 안 되니까, 밤에 밤거리를 다니면서 몰래 주위 상점 유리를 다 깨어 놓는다.

 그리고 다음 날 유리를 짊어지고 거리로 나서서 큰소리로 “깨진 유리 바꿔줍니다”하고 다닌다. 그러자 유리가 깨진 상점에서 너도나도 유리를 바꿔달라해 장사를 잘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시절 이런 어리숙한 범죄가 통했던 시절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은 어느 산골 촌뜨기의 서울 상경기였다. 즉 주인공이 서울에 와서 세수 소동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내용은 평생 세수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살아온 산골에 사는 촌뜨기가 서울에 와서 여인숙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났는데, 여관주인이 세수대야에 물을 가득 담고, 또 이를 닦으라고 소금을 한 접시 담아 앞에 갖다 놓는다. 촌뜨기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세숫물과 소금을 보고 마시라고 가져 온 줄 알고 그만 ‘꿀꺽 꿀꺽’ 마시고 말았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쉴 적에는 소금을 먹었다. 그렇게 세숫물과 소금을 다 마셔 버린다.

 주인은 손님의 이런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참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잠시 후 주인은 아침 밥상을 가져온다. 그러나 물을 너무 많이 마신 촌뜨기는 배가 불러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그리고 촌뜨기는 여인숙을 나오면서 속으로 ‘이 여인숙은 손님이 밥을 적게 먹으라고 식사 전에 물을 잔뜩 마시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촌뜨기는 다음 날 다른 여인숙에 들렸고 또 여인숙 주인은 아침에 세숫물을 촌뜨기에게 가져 왔다.

 촌뜨기는 그 세숫물을 마시려하자, 여인숙 주인은 그 물은 마시는 게 아니라 얼굴 씻는 물이라고 가르쳐 준다.

 촌뜨기는 그제야 전날 숙박했던 여인숙에서 세숫물을 마신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다음 날은 세숫물을 마셨던 여인숙으로 갔다. 이제는 세숫물을 마시지 않고 얼굴을 씻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촌뜨기가 그 전날에 묶었던 여인숙에 들어서자, 여인숙 주인은 세숫물을 마시는 사람이 왔다는 것을 안다.

 다음 날 날이 밝자 여인숙 주인은 이 촌뜨기가 또 세숫물을 마실 줄 알고, 이번에는 물을 가져오지 않고, 팥죽을 쑤어 세수대야에 담아 가지고 왔다.

 이에 촌뜨기는 세수대야에 팥죽을 담아오자, 이번에는 친절하게 고급으로 얼굴을 씻으라고 하는 줄 알고, 두 손으로 세수대야에 담긴 팥죽으로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가. ‘떡배 단배’는 그 옛날 6ㆍ25전쟁으로 웃음을 잃고 사는 어린이들에게 한 바탕 크게 웃게 해주는 명작 동화였다.

 또 ‘콩쥐 팥쥐’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떡배 단배’에 속한 이야기인지 분명치 않다. 온 국민이 즐겨 읽었던 이 동화책은 1980대에 증편이 되어 나왔지만 나는 그 내용은 읽지 않아 알 길이 없고 또 웬일인지 1953년의 인기와 감동은 여간해서는 찾을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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