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22:44 (일)
G20과 글로벌 사고
G20과 글로벌 사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1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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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람은 상대를 칭찬하는데 인색하다. 사실 그렇게 믿고 있다. 예전엔 사촌이 논을 사면 축하했을까 아니면 시기 질투했을까. ‘축하했다’고 보면 맞다. 그러면 왜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팠을까. 알다시피 이 속담은 와전됐다. 옛날에 논밭을 기름지게 하려고 퇴비를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됐다. 그러면 가까운 친척이 논을 사 축하하고 싶은데, 달리 마음을 전할 방도가 없어 배라도 아파 설사를 눠 도와주고자 한 갸륵한 마음이다.

 G20 서울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은 모든 나라가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12일 이틀간 지구촌 뉴스의 중심인물이었다. 건국 이래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렇게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었 다. G20 이후 우리나라는 외교ㆍ경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 잡은 건 확실하다. 이 같은 열매는 차기 대통령에게도 미친다. 그러면 한 마디 정도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G20의 성과를 우리 정치판에 갖다 놓으면 당리당략의 희생이 되어 버린다. 여야가 어떤 정치 사안을 두고 상대를 두둔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무조건 상대를 깔아뭉개야 내가 돋보이는 얄궂은 시스템이다.     

 4대 강 사업이 갈수록 더 우스운 꼴이다. 공정은 계속 진행되는데,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는 더 거세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오는 29일 야 5당이 ‘4대강 대운하 반대 범국민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해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과 별개라 해도, 야당 대표는 굳이 대운하라고 강변한다. 유연한 사고와는 너무 멀다. 여하튼 둘 중 하나가 꺾어져야 결판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의 중심에 서고 앞으로 세계를 리드해 가려면 글로벌 사고가 필수다. 논리와 설득력 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 수준이 낮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의 공정은 30% 넘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데 예산의 7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편을 들자는 건 아니지만 이미 건설 중인 보의 예산을 삭감하면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세워 놓은 보를 어디에 쓴다는 말인지 모를 일이다.

 국토해양부가 15일 경남도에 낙동강 사업권 회수를 공식 통보했다. 국토부는 또 사업권 회수와 함께 경남도에서 제안한 낙동강 사업 조정 협의회의 구성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 오직 예정된 공사를 제때 마무리하기 위해 밀어 붙일 것을 천명했다. 정부는 예산을 깎으려 하든, 반대를 몸으로 막아서든 ‘우리는 누가 뭐래도 간다’가 정답이라고 고집한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한번 파괴한 환경은 복원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단호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중차대한 국가사업을 두고 유연한 사고의 틀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깡다구 싸움이 돼 버렸다. 한 번 잘못되면 엄청난 화를 부를 대형 사업이 복권 번호를 맞추는 수준에서 밀고 당기고 있으니 서글퍼진다.

 사촌이 논을 사면 멀쩡한 배를 움켜지고 화장실을 갔던 다른 사촌의 사려 깊음이 우리의 모습이었는데 아픈 배를 걷어차는 건 어디서 나온 심보인지 모르겠다. 

 

류한열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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