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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연극제 심사위원 총평
경남연극제 심사위원 총평
  • 승인 2007.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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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작 ‘흉가에 볕들어라’
흉가에 과거 인물들이 여러 귀신으로 남아있다. 모두 부끄러운 죄를 지어 가문이 파멸됐는데도 아무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 죄의 중심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파북숭이가 술에 취해 흉가에 찾아오는데, 양심의 갈등이 환상에 들어가서 가문의 어른인 남 부자를 불러낸다.

그들은 당시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귀신으로 맞이해서 한편의 연극놀이를 벌인다. 이 연극놀이가 파멸한 가문의 비극적 상황을 재현해서 축첩, 패륜적 씨받이, 재산싸움 등 그간 가문이 파멸하게 된 상황을 낱낱이 밝혀간다.

가문의 가족 누구를 할 것 없이 욕망 앞에서 인격을 포기하고, 그 결과 살인이 벌어져서 죽고 죽이고 한 것이다. 이 처참하고 잔인한 과거사를 사후 인물을 등장시켜 풀어간 신선한 아이디어로 완성한 희곡의 힘, 그것을 매우 적절하게 풀어낸 연출, 사실성과 기능성을 살린 무대, 독특한 귀신인물 연기의 힘으로 잘 만들어졌다.

여러 배우가 고르게 연기를 했다. 문제는 폭력과 지역언어의 대사화에 많은 탐구를 해야 할 것이다.

□ 이외 작품 평가
△ 행복한 가족 :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드라마적 아이러니로 풀어내서 재미있게 만들었다. 연기자들의 끊임없는 연기로 무대의 열정이 나타났다. 소극장 혹은 중극장이면 대사가 더 잘 전달되었을 것이고, 제주인 노인과 이벤트 팀의 관계, 이벤트 팀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이 더 잘 나타났을 것.

△ 오래된 이야기 : 춘자의 동작 특성, 화영이 오빠와 전화하는 방법, 외설로 빠지지 않은 점은 훌륭하다. 악단을 투입하는 적극성도 좋다. 춘자의 탈출과 실패의 일부 풍경에 집착하고 있는 부문은 아쉽다.

△ 역마 : 무대는 매우 성실하게 만들었다. 그 활용은 애매하다. 옥화의 뛰어난 연기력에 비해서 작품이 끌어주지 못한다. 조명의 강약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제도 혹은 관습의 윤리문제에 대해서 두려움과 고통만 들어내고, 그에 대한 이성적 대책(주제 핵심체) 의식을 간과하고 있다. 이야기는 많은데 연극성이 약하다.

△ 구토(당신, 미쳤어요?) : 희곡은 청렴한 인물과 부패한 인물의 갈등을 축으로 해서 한 덩어리 샌드위치구성을 하고, 연출에서는 또 다른 인물을 등장시켜서 여러 켜의 샌드위치로 변형시키는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오평식이가 군의원에 출마하겠다는 푸념이 푸념에 머물렀다.

△ 피카소, 돈년, 두보 : 세 인물은 매우 특이한데 그들에게 모항의 분노를 발산시키는 것은 인물의 내적 정신을 약화시킨다. 우선 희곡에서 애매모호하게 내지르는 모항에 대한 간섭이 인물의 현실감을 잃게 하고 있다. 그것을 연출에서 바로 잡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갔다. 연기에서는 동작과 제스처와 춤은 좋은데 대사가 약하다.

△ 춘향, 그 가슴 속의 독비 : 춘향이가 꼭 죽어야 하는가, 춘향이를 살리면서 새 정체성은 찾을 수는 없는가? 춘향이가 왜 자살을 하는가? 춘향이를 자살시켜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에 대한 해답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 바탕에 위와 같은 장면을 만든다면 매우 좋은 연극이 될 것이다. 춘향역은 신인임에고 당차고 훌륭했다.

△ 오장군의 발톱 : 오장군의 발톱은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많이 공연되었다는 것은 무대화할 때 장단점이 따른다. 시작에서 세트와 조명과 음향과 의상과 주변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방해를 해서 오 장군에게 억지스러운 연기를 하게 했다. 중반부터 희곡의 힘으로 다른 인물과 관계가 이뤄지고 어머니와 꽃분이의 연기가 오장군의 성격을 살려줘서 공연은 자리를 찾아갔다.

△ 세 동무 : 문학적 기법과 라디오적 기법의 비연극적 요소 그리고 시점의 이동, 정지와 율동, 생음악 등 연극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매우 복잡하게 풀어갔다. 이 복잡하게 모자이크하는 과정이 낯설음과 추상성을 갖고 있어 아름답고 신선하다. 정보 감추기 혹은 애매하게 하기로 성공한 아름다움인데, 정보 드러내기 혹은 구체화하기로 아름다움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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