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6:55 (일)
광개토태왕릉비의 '討倭殘國'이 중요한 이유 하
광개토태왕릉비의 '討倭殘國'이 중요한 이유 하
  • 경남매일
  • 승인 2024.02.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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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엣날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 편작에게 군주가 "누가 가장 뛰어난 명의냐?"하고 물었다. 그는 삼 형제 가운데 맏형이 가장 유능한 의사라고 말하며 "유능한 의사는 병나고 나서 잘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나기 전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소위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갈파한 명언이다. 고대에도 이미 예방의학의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국가나 기업 어떠한 공동체이든 리더는 위기가 오기 전 미리 이를 감지하고 대비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일이 터진다면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해 난국을 잘 타개해 나가야 한다. 어떤 때는 실패나 손해가 나더라도 큰 실패를 작은 실패로 바꾸고, 큰 손해를 작은 손해로 줄인다면 상대적 손익 계산의 차원에서는 유능한 리더인 셈이다. 그런데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 위의 명구가 안타깝게 다가온다. 러시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군사적 열세 속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매우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가 전쟁이 일어나도록까지 상황을 이끌고 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든 우크라이나가 이 어려움을 잘 이겨냈으면 한다.

우리는 구한말 군사적 우위에 있던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나라를 잃은 경험이 있다. 망국의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지도자들의 안일한 사대주의 의식이었다. 이들은 과거 오랫동안 중국에 사대했던 습성으로 인해 자주의식을 상실했고 섬길 대상도 어제의 중국에서 오늘의 일본이면 그만이었다. 국가와 백성의 안위보다 내가 어떻게 자리보전을 하고 잘 사느냐만이 그들의 지상목표였다.

일제는 역사 둔감증으로 얼이 빠진 대한제국을 침략했고 그 명분을 광개토태왕릉비에서 찾았다. 그들은 <을미년조>와 <병신년조>를 변조해 고토회복이라는 유령을 불러냈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능비가 변조되지 않았다는 어리석은 주장을 한다. 그리고 능비가 변조됐다는 연구자들 또한 <을미년조>의 변조된 '渡海破'만 중요하게 여길 뿐 <병신년조>의 '討倭殘國(토왜잔국)'이 변조의 실마리를 푸는 핵심 키인지는 모르고 있다. 왜냐면 여기에 보이는 '倭'는 '利' 냐 '伐' 이냐 하는 하나의 글자로만 보아선 안되기 때문이다. 형태로 보아 <을미년조>가 줄기이고 <병신년조>가 잎이라면 역할로는 <병신년조>가 줄기이고 <을미년조>는 잎이 된다. 여기 <병신년조>의 '倭'는 문맥 전체를 바로잡는 좌표 역할을 한다.

을미년과 병신년 기사에 대해 하나의 비유를 들어 보겠다. 옛날 어떤 부자가 멋진 소리를 내는 보물 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셋 있었고 피리를 3 등분해 나눠 주었는데 세 조각을 모두 합쳐야 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해 난리통에 아버지는 세 아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세월이 한참 지나 첫째와 둘째는 찾았는데 셋째는 찾지 못해 피리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물론 비유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다. 이처럼 셋째 아들이 소리를 내는 열쇠이듯 <병신년조>의 '倭'가 그 역할을 한다. '渡海破'라는 첫 번째 문제와 결락된 '□□' 두 번째 문제 그리고 '討利殘國'이란 세 번째 문제와 세 아들은 비슷하다. 그래서 먼저 문제를 풀기 위해선 확실한 사실을 바탕으로 증거를 잡아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기존에 인식했던 '討利殘國'의 '利'는 본래 '倭'였다. 물론 원석탁본에는 '利'로 나오지만 원래 '倭'자에 석회를 덮어 '利'로 변조시켰다.

일제는 왜가 백제나 신라를 침략할 정도로 강력했다는 것을 만들기 위해 비를 변조했다. 그래서 <병신년조>에서 왜를 빼고 '討利殘國'으로 변조해 마치 殘國(백제)만 토벌한 것처럼 꾸몄다. 그래야만 '□□'안에 '任那'를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또 '渡海破' 즉 바다를 건넌 주어가 왜라고 억지를 부릴 수 있었다. 물론 자세히 보면 문맥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에게 속아 넘어갔다.

능비 변조의 핵심은 '渡海破' 부분이지만 그 시작은 일제가 '討倭殘國'의 '倭'를 '利'로 바꾸는 데서부터였다. 앞이 아닌 뒤에서부터 변조해 논리를 꿰맞추어 간 것이다. 그동안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은 이 부분이 변조의 증거를 잡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짧은 글로 설명하자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눈 밝은 이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 능비의 비밀이 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누가 이러한 논리와 증거보다 앞서는 연구를 제시한다면 필자는 그에게 삼배하며 손을 맞잡고 춤을 추겠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필자는 그에게 친절히 설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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