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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통수권② 기업가인가 사업가인가
특허통수권② 기업가인가 사업가인가
  • 경남매일
  • 승인 2024.01.30 2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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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허성원 변리사

"그 인장이 닳아 망가질 때까지 차마 내주지 못합니다." 초패왕 항우의 인물됨에 대해 한신이 한고조 유방에게 한 말이다. 항우는 부하가 아프면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나눠주는 정을 가졌지만, 정작 공을 세운 부하에게 봉작 등으로 상을 내려야 할 때는 인장을 만지작거리며 그것이 닳아 망가지도록 머뭇거렸다. 부하의 공을 보상하는 데 있어 지극히 소심하고 인색하였다는 말이다. 유방에 비해 비할 수 없이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거의 전승의 전과를 올리고도 결국 패배하여 중원의 지배력을 빼앗긴 데에는 그 인색함이 가볍지 않은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최근 직무발명 보상에 관련한 다툼들을 뉴스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이들 기사의 제목만 보아도 우리나라 큰 기업들의 직무발명 정책에서 항우의 인색함을 연상하게 된다. "결국 소송으로 가나… KT, 전직 직원 발명특허 보상요구 외면 논란", "직무발명 보상하라니 네이버는 '시간 낭비 마시라' 비아냥", "'세계 최초 DMB폰 개발' 연구원, LG전자 상대 직무발명 보상 일부 승소", "'수당 1억' 소송인데… 항우연, 김앤장과 1억 6000 계약", "'직무발명 보상 소송' 잇따라… 삼성전자 등 공동대응 모색", "법원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시효, 회사 내규 따라야'", "2조 vs 5만 원… 직원 발명한 車부품 특허가치는?"

직무발명이란, 회사에 고용된 연구원 등이 직무상 창안한 발명으로서, 회사의 업무에 관련된 것이다. 직무발명에 대한 그 귀속과 보상 등에 관해 규정한 것을 직무발명보상제도라 하며, 대부분의 큰 기업들과 상당 수의 중소기업들은 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해 직무발명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것으로 귀속되고, 회사는 그에 대해 발명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보상은 연구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여 새로운 기술 즉 발명을 유발시키고, 그 발명 성과는 회사가 누리게 된다. 그래서 기업에게는 보상이라는 비교적 작은 미끼로 기업의 핵심역량이 되는 발명이라는 큰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한편, 연구원은 자신의 창의력으로 과외의 수익을 누릴 수 있으니, 모두에게 유용하고 유익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직무발명의 보상에 대한 분쟁이 많은 만큼 직무발명의 기여도 등을 두고 회사와 연구원 간의 인식차가 그만큼 많고 크다. 그리고 그 분쟁 당사자는 대부분 퇴직자들이다. 근무하고 있는 동안에는 감히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퇴직한 이후에 작정하고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팔을 걷어부쳤을 터이니, 표출되지 않은 잠재적인 불만도 상당할 것이다.

연구원들의 불만이 곧 사측의 부당함을 뜻한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직무발명의 보상을 두고 양측의 이해가 엇갈려 갈등으로 표출된다는 것은 연구원에게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적잖이 불행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여러 판결들을 둘러보면, 연구원들의 요구가 무리했던 것도 없지는 않지만, 대개는 사측이 비용 절감의 관점에 집착하여 보상 태도가 너무 소극적인 데에 그 원인이 더 커 보인다.

기업은 재화나 용역 등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활동 조직이다.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한다. 가치 창출과 이윤 추구는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기업의 생존 조건이기는 하지만, 이들 외에도 기업 활동 과정에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다양한 귀중한 가치가 파생적으로 생성된다. 특히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기업 문화와 기술 경쟁력을 들 수 있다.

기업 문화는 조직에 대한 조직원들의 태도 즉 충성도와 자부심을 결정하고, 기업 경쟁력은 격변하는 경쟁 환경에서의 생존 역량이 된다. 이 생존 역량은 조직원들의 창의력과 혁신에 의해 지속적으로 창출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 품질은 조직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즉 기업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기업문화와 경쟁력, 혁신과 지속가능성 등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기업에 있어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100년도 더 이전에 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한 바 있다. 슘페터는 경영자를 기업가(entrepreneur)와 사업가(businessman)로 구분하였다. 사업가는 자본을 투입하고 조직을 관리하여 이윤을 추구하며, 그래서 그들은 매출과 비용 사이의 이익에 집중한다. 그러나 기업가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를 실현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며, 이들에 의해 자본주의가 발전한다고 한다. 기업가들은 혁신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그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조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그런 혁신의 원동력은 말할 것도 없이 기업가의 지휘를 받는 조직원들의 창의력이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무릇 전쟁에서 이겨 전공(戰攻)을 취하였는데도, 그 전공을 적절히 베풀지 않으면 흉(凶)하다. 이를 이르러 비류(費留)라고 한다. 그래서 말하기를, 지혜로운 군주는 분배를 잘 헤아리고, 훌륭한 장수는 잘 베푼다고 한다." 여기서 '비류(費留)'는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비용 쓰기를 아낀다는 뜻이다. 연구원들의 직무발명은 전쟁에서 승리한 전공(戰攻)과 같다.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을 아끼며 '비류(費留)'하는 것은 슘페터가 말하는 사업가들의 태도이며, 비류하지 않고 분배를 잘 헤아리는 지혜로운 군주는 슘페터가 말하는 진정한 기업가에 해당한다.

"분배가 있을 때 비로소 승리는 모두의 것이다." 성공 철학자라 불리는 짐 론의 말이다.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다면, 기업의 성공은 개인을 넘어 조직 전체 구성원의 것이 될 수 있다. 보상을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그에 소극적으로 대한다면 조직원들의 충성도, 자부심 나아가서는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보상의 태도는 그 경영자가 인색한 사업가에 불과한지 창조적 파괴를 추구하는 기업가인지를 가름한다. 그대는 비류한가 비류하지 않은가, 사업가인가 기업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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