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9:11 (일)
안전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안전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 경남매일
  • 승인 2023.11.26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영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 건설보건부장
이상영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 건설보건부장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 한 청년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여성이 운전하는 버스가 도착하고 청년은 그 버스에 올라탄다. 잠시 뒤 두 명의 남자 승객을 태웠으며, 이들은 어느덧 강도로 돌변하여 승객들의 금품을 빼앗고 버스 기사를 협박하여 성폭행하려 한다. 버스에 탄 사람 중 오직 청년만이 승객들을 향해 "왜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냐"며 소리칠 뿐 승객들은 나서기를 주저한다. 청년은 강도에 맞서지만 강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잠시 후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난 버스기사는 버스 안의 승객들을 잠시 응시한 후 다시 버스를 운전한다. 부상당한 청년은 다시 버스에 올라타려 하지만 기사는 청년을 내버려 둔 채 버스를 출발시킨다. 잠시 후 경찰에 의해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영화는 끝나는데, 버스가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져 타고 있던 승객 모두 사망하였다는 소식이다. 이는 BUS44라는 홍콩의 11분짜리 단편영화의 줄거리로 짧은 상영시간이지만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적 결말로, 보는 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그로 인한 풍요로운 삶, 반면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수많은 위험들 이것이 울리히 벡이 말하는 위험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며, 안전은 우리 삶의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참사나 재해에 관심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서사를 통해 알 수 있으며, 이는 산업현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높은 철골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재를 옮기는 노동자, 외줄에 의지한 채 건물 도장을 하는 노동자, 고정되지 않은 사다리에 올라 무거운 물체를 나르는 노동자 등 이런 상황을 당연한 듯 대하는 동료와 관리자들. 이것이 흔한 건설현장의 모습일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건설현장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로드맵을 통해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인 위험성평가 중심으로 산업안전 분야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해당 평가를 위험성 추정 중심에서 발굴, 참여, 공유 중심으로 재정의하였다. 그 간 인력 및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참여에 애를 겪던 중ㆍ소규모 사업장이 보다 쉽게 위험성 평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개정된 위험성평가의 주요 요지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정기평가의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최초평가 시기를 명확히 하고, 두 번째는 건설현장과 같이 유해ㆍ위험 요인이 수시로 변하는 업종을 위해 월ㆍ주ㆍ일 단위의 상시평가 제도를 신설하였으며, 세 번째는 위험성 평가 모든 단계에서 근로자의 참여 보장, 마지막으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등 현장의 위험요인을 상시 공유할 수 있는 소통 활성화이다.

위험성평가의 핵심 키워드는 '찾기', '참여', '공유'이다. 위험을 찾아내면 해결책 마련을 위해 참여하게 되고 그 내용을 서로 공유한다면 불안전한 상황이나 사건들은 이미 안전한 상황 혹은 사건(EVENT)으로 변해 있거나 변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여 안전하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모두 '관심'에서 시작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