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9:29 (일)
벼랑에 선 '영화제' 그리고 '지역영화'
벼랑에 선 '영화제' 그리고 '지역영화'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9.20 21: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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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잇따른 영화 관련 예산 삭감에서 빚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영화제이자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와 함께 전국 독립영화제, 단편영화제, 여성영화제 등 국내개최영화제연대(가칭)가 영화제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을 포함한 전국 50여 개 영화제가 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영화제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진위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에 올해 56억 원을 배정했지만, 이듬해 예산안에는 절반 정도인 28억 원만 반영했다. 정부는 앞서 지역 영화 관련 사업 예산 12억 원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했다. 영진위의 영화제 지원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원 대상도 축소하는 방침은 영화 문화와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예산 삭감 복구 요청에 나선 것이다.

전국 51개 영화제로 구성된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지난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2023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 예산 50% 삭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제의 영화 문화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영진위는 2024년에 증액된 예산 편성을 발표했지만, 영화 현장은 절망과 충격에 휩싸였다.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이 50% 삭감됐고, 국내·국제영화제를 통합해 기존 40개에서 20여 개로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며 "지역 관련 지원 예산은 100% 삭감됐고, 제작과 배급 지원 예산도 줄었다"고 밝혔다.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은 영화 창작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또 새로운 창작자를 위해 작품을 소개하는 영화제가 변함없이 존재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영진위 예산은 산업에서 소외된 영화 문화를 키우기 위한 굳건한 근간이 돼야 한다며 영화제 예산 삭감이 유지되면 2024년 영진위 예산은 역대 최악의 편성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다음 달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20여 일을 앞두고 영화계에서 일고 있는 내년도 영화제 등 영화 관련 예산 삭감 철회와 복구 요구는 참으로 당혹스럽고 우려스럽다. 충격적인 소식은 지난 7월부터 태동됐다. 지난 7월 영진위 애니메이션 종합 지원사업이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해당 지원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소리 소문도 없이 흘러나오면서 영화계의 반발을 불렀다. 애니메이션 협회 단체가 모인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지원사업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개인 연명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27인이 공동 성명에 참여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열악한 상황에도 신기할 정도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홍길동'(1960년대)을 시작으로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등 1980~1990년대 TV 만화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은 기적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예산 삭감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벼랑 끝에 서게 됐다. 감독들은 문체부가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폐지 이유로 들었던 행정력 낭비에 대해 "영진위의 총지원비 규모는 타국 기준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 한편조차 만들지 못할 만큼 작은 규모임에도, 이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자 체계와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창작 역량을 갖추기 위한 작지만 큰 씨앗을 심었고 올해만 해도 해외에서 단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조차 만들 수 없는 30억 원으로 17개의 씨앗을 심은 이 사업이 어디가 방만한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7월에도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원 예산 삭감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국제영화제에 이어 지역영화 네트워크도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2024년 지역 영화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조치와 관련해 강원독립영화협회 등 8개 독립영화협회와 전국 영화단체 100곳으로 구성된 '지역영화 네트워크'는 "문체부는 영진위 지역 영화 관련 사업을 원상 복구하고 지역 영화와 문화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 구성"을 촉구했다.

이어 "영진위 전체 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한 예산을 갖고 지역 영화 생태계의 존폐를 결정하는 일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영진위는 영화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영화 제작과 영화인 육성을 위해 2018년부터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 영화 기획 개발과 제작 지원 사업'을 시행했으나, 내년 예산 12억 원 전액을 삭감하면서 지역 영화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연대에 나선 한 독립영화 배우는 "0.2%가 누군가에겐 100%"라는 호소가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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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2023-09-21 08:41:46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