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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여 일어서라 ⑥
젊은이여 일어서라 ⑥
  • 경남매일
  • 승인 2023.07.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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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서울 올림픽에서 동구권 사람들이 특히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선진국으로 큰소리치던 사람들이다. 어쩌다가 바라지 않던 사회주의인가 하다가 신세를 망쳤다. 그런데 후진국으로 알았던 저 코리아란 나라가 올림픽을 치르고, 그것도 그렇게 멋드리진 잔치를 벌이다니. 코리아가 어디야. 무슨 인종이야. 역사가 있는 나라야? 부럽고, 궁금하고, 가보고 싶고…. 그런데 코리안이 내 택시를 탔어? 어디 어떻게 생겼나, 뭣 하는 사람인가? 그런 문화를 언제 어디서 배웠나? 택시기사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시에 폭발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올림픽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잘 들으렷다. 세상은 아직도 기술이 제일인 줄 안다. 정치, 경제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인문학에 있다. 문화예술이다. 금시계를 찬 손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손이 귀하듯, 주먹 앞에 고개는 숙이지만 마음은 안 숙인다. 마음을 숙이는 건 문화예술 앞에서다.

서울 올림픽. 정말 잘 치렀다. 뭘 잘했느냐고? 우선 대회에 부여한 의미와 의의다. `인류의 대화합, 인종과 이념의 벽을 넘어` 주제가 너무 멋있지 않은가! 그리고 각종 행사를 이 주제에 맞춰 예술적으로 너무도 잘 해냈다. 무슨 행사를 했는지 잠시 소개하겠다. 지루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선배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 왜 그게 성공을 했는지 알아야 할 게 아닌가. 대회 행사는 체육행사를 포함해 전야제, 개회식, 폐회식, 학술대회, 음악제, 무용제, 연극제 등 그야말로 문화, 예술 전 분야에 걸쳐 수준 높은 행사를 했다.

세계적으로 두고두고 칭송이 대단했던 게 서울 올림픽 개회식이다. 개회식은 9월 7일, 일찌감치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했다. 소위 강상제(江上祭)라고, 한강에 약 2000명의 인원이 500척의 큰 배를 띄우고 세계가 하나같이 잠실 주경기장으로 모여드는 형상을 연출했다. 160명의 윈드 서퍼들(160개 참가국을 상징)이 참가 국가의 깃발을 날리면 앞서고, 500척의 대 선단이 경기장을 향해 항진하는 장관을 한 번 그려보라. 다른 나라는 흉내를 내려야 강이 없다. 있어도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졌다. 뱃놀이는 못한다. 서울은 명물 도시 주에서도 명물이다.

서울 올림픽은 사상 최대 160개국이 참가하는 대축전이었다. 그 전 모스크바 올림픽(1980)은 자유 진영이 불참해 반쪽(80개국 참가) 올림픽이 됐고, 직전 1984년 LA올림픽도 공산권의 보이콧으로 140개국만 참석했다.

동서가 첨예한 이념대립으로 팽팽히 맞설 때, 분단국가인 한국의 수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도 뜻있는 데다, 자유, 공산국가 할 것 없이 모두가 모였겠다, 행사도 전야제도 하고, 당일 날엔 강상제라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웅장한 드라마를 연출했으니 온 천지가 주목했다.

그러나 세계를 진짜 놀라게 한 것은 메인 경기장에서 전개된 개회식의 본론이다. 한강에서 옮겨진 개회식 상징물인 3m 높이의 큰북이 대회장으로 들어갈 때까지 이동로와 메인 경기장 위에서는 `해맞이`, `새벽길`, `태초의 빛` 등 천지인을 뜻하는 춤과 무용이 5000여 명의 무용수(대학, 남녀 고등학교 학생)들에 의해 공연됐다. 안무와 전체 연출, 그리고 공연은 세계 정상급 공연이었다. 이 웅장하고 장엄한 드라마는 TV에 의해 세계 방방곡곡, 지구촌 사람들의 거실로, 침실로 전달됐다. 사회주의 소비에트의 몰락을 촉진한 것도 서울 올림픽이란 주장도 심심찮게 들렸다. 특히 동구권이 `우린 뭐냐, 러시아가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하고 덤빈 것도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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