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묘미는 적절한 향과 맛 기다리는 여유에서 나와"
"와인의 묘미는 적절한 향과 맛 기다리는 여유에서 나와"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7.12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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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지면으로 읽는 아홉 번째 강의

강사-최태호 부산가톨릭대 교수
주제-와인과 삶

와인을 예술ㆍ인생에 빗대 설명
배타적인 통념 아닌 친근한 술
"추억 곁들여야 풍성하게 즐겨"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 찾아야
최태호 교수가 강연을 마친 후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 원우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최태호 교수가 강연을 마친 후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 원우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와인을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와인의 다양성 때문에 해박한 지식과 조예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와인을 즐기는 데 있어 이러한 정보보다는 한 병이라도 진솔하게 음미하는 경험, 공유하는 추억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강연이 있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학교 유통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11일 저녁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서 열린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에서 `와인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최태호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부산가톨릭대학교와 대동대학교에서 마케팅 트렌드와 와인 이론 및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매년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 개최되는 국제 와인 품평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잔을 흔들면 와인 맛이 좋아지는 것처럼`이 있다.

이날 최 교수는 와인에 대한 실전 지식보다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묘사하는 데 더 집중했다. 그는 와인의 맛을 문학, 음악, 그림 등 예술과 인생에 빗대어 친숙하게 설명했다. 특히 강연 중에 원우들과 함께 와인을 시음하면서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었다.

-와인의 미학은 기다림의 여유

그는 청중들이 와인에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그가 감명 깊게 본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추천했다. 아버지의 와이너리를 물려받아 꾸려가는 삼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명대사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사랑은 와인과 같아. 시간이 필요해. 숙성이 돼야 하거든.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지"와 같은 대사를 언급했다.

그는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다림의 여유`라고 했다. 음식과 와인에 맞는 적절한 온도만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온도를 맞춰줄 수 있는 기다림의 여유를 뜻했다. 이는 서로 간의 다른 감정의 온도를 맞춰주는 배려와 노력이라고도 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합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마시는 와인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만 있어도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제5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에서 `와인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제5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에서 `와인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뭉크의 절규` 같은 와인의 맛

최 교수의 강의에는 위트가 있었다. 그는 와인 경험이 없는 사람이 격식 있는 자리에서 와인의 맛을 표현해야만 할 때 `뭉크의 절규 같다`라고 하면 좋다고 일러줘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실제로 `바로사 쉬라즈`와 같은 묵직한 레드 와인처럼 알코올이 높은 스타일의 잘 익은 맛을 표현할 때 이런 표현을 쓴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와인 맛을 표현할 때에는 꼭 정형화할 필요가 없고, 예술 작품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또 한 가지 예시로 든 것은, 가볍고 드라이하며 신선한 보르드 와인이나 독일 리슬링 같은 경우 앙리 고디에 브르제스카(작가)의 수사슴(stag)같네 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와인의 맛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트로트에 빗대어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낭만적이고 향기롭고 은은한 와인을 마셨을 때는 내 친구 OO과 같은 맛이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

-와인의 본질은 `욕망`의 실현

최 교수는 프랑스의 철학교사인 티에리 타옹의 말을 빌려 와인을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다들 여기 오실 때 전부다 거울을 보고 왔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짐승들이 굵어죽지 않기 위해 먹이를 먹는 `필요`와는 다른 것입니다. 욕망은 꼼꼼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만일 소주를 마신다(drinking)면 그렇게 음미하지 않겠죠. 여러분들이 아무리 각박하게 살아도 집에 그림 한 점 정도는 있듯이,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와인에서의 `테이스팅`(tasting)과 같습니다."

그는 테이스트(taste)의 본래 뜻인 `맛`을 등한시하는 경향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가 옷이나 차는 값비싸고 좋은 것을 찾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먹는 것에는 신경을 잘 쓰지 않습니다"면서 "그것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음식과 자리에 맞는 와인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식사 자리가 풍성해집니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이 5기 원우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훈 교육감이 5기 원우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와인은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즐거움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만남을 요청할 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노누아(와인 품종)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볼 것을 권유한다. 이는 형식적으로 던지는 의미 없는 말이 아니라 와인을 경험해 본 사람에게서 그 기억을 꺼내는 일이라고 했다.

"와인을 마셔보지 않았고,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대사는 `굿바이 어게인`이라는 영화에서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악회 티켓을 주면서 함께 보러 가자고 하는 것은 이제 촌스러운 데이트 신청입니다. 세련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마음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피노누아`를 좋아하세요? 이렇게 물어봅시다. 일방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의 취향과 경험을 존중하는 태도, 이렇게 개념적이고 참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분명 당신과 와인 한잔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책을 언급했다. 그 책에는 작가가 가족과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옛날에 같이 먹었던 프랑스 음식, 자신이 아는 음악, 그리고 인상 깊게 느꼈던 그림을 연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그는 "삶의 경험을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와인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 맞는 와인 스타일을 찾아야

최 교수는 와인을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와인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와인은 수많은 품종 지역 생산자와 브랜드까지,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도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좋은 옷이 될 수가 없는 것처럼 와인 또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는데 특정 지역, 생산자, 빈티지에 관한 조언이나 정해진 규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와인의 풍미, 질감, 바디감과 같은 와인 스타일을 파악할 수만 있으면 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와인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라는 책에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 활기차고 향기로운 화이트와인, 풍성하고 화려한 화이트와인과 과일 맛이 많고 생기 있는 레드와인, 원숙하고 부드러운 레드와인, 진하고 농밀한 레드와인처럼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와인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와인은 어렵고 배타적이라는 통념을 깨게 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와인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동안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5기 원우들이 경청하고 있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와인과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동안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5기 원우들이 경청하고 있다.

한편,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5기는 최태호 부산카톨릭대학 교수의 강의를 마지막으로 6개월 동안의 강연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25일 수료식을 기다리고 있다. 수료식에는 전통무용, 클라리넷 연주, 오페라, 마술쇼, 난타 등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

이날 5기 원우로 참석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마지막 강연 주제가 마침 와인이라 관심이 있어서 달려왔습니다"며 "5기 원우들의 근황에 대해서는 수시로 확인을 하고 있고, 수첩에 있는 원우들의 인적 사항을 들여다봐서 이름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나중에 졸업하고 동창회가 구성되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창훈 경남매일 대표이사는 "와인의 향처럼 소중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사함을 느낄 수가 없겠죠. 이번 5기와 함께 보낸 시간은 감동이었습니다. 너무 수고하셨고, 경남 발전에 새로운 장을 여는 기수가 될 것입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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