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21:13 (일)
지리산 구상나무 멸종위기 흰옷 입다
지리산 구상나무 멸종위기 흰옷 입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3.05.23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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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영향 생육ㆍ갱신 위협
고사목 지대 늘어 대책 시급
평균 고사율 37%ㆍ전국 33%
푸른 숲 대신 가지 눈 쌓인 모습
지리산 구상나무가 이상기후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지리산 탐방로 인근에 고사한 구상나무 모습.  연합뉴스
지리산 구상나무가 이상기후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지리산 탐방로 인근에 고사한 구상나무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고유 토종 지리산 구상나무가 온난화에 따른 집단고사로 멸종 위기에 내몰리는 등 지리산 침엽수들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나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국내에서는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해발 1732m로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 산자락의 곳곳에는 나뭇가지에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다. 온난화로 광합성을 못 하고 죽어버린 나무이다.

초여름을 맞아 지리산 중봉은 초록빛보다 하얀빛이 더 많이 보이고 있다. 사계절 침엽수가 푸르게 살아가는 해발 1500m-2500m 지대, 아고산대의 나무 약 7만 그루가 말라죽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봄철 기온이 오르거나 적설량 부족처럼 봄철 가뭄 등에 의해서 생육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걸로 보이고 주원인은 온난화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평균 4도 이하였던 이 지역 기온이 지난 2018년엔 7도까지 치솟았다고 덧붙였다. 추운 곳에 사는 침엽수가 살기 어려운 공기와 토양으로 산림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나무다. 지리산 해발 1400m 이상에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자생하는 것은 다른 수종에 비해 추위에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리산이 구상나무 천국`이란 말도 옛말이다. 구상나무ㆍ분비나무ㆍ가문비나무 등 해발 1400m 이상의 지리산 등 높은 산에서 서식하는 침엽수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육과 갱신에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리산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 구상나무 평균 고사율이 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고온과 가뭄, 강풍 등이 구상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하 산림과학원)은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결과` 전국 구상나무림의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가 고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겨울ㆍ봄 기온 상승과 가뭄, 여름 폭염, 적설량 감소 등의 기후변화가 상록 침엽수의 대규모 고사와 쇠퇴를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 결과 고사한 수종 중 구상나무의 63%,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64%와 94%가 선 채로 고사했다. 국립공원 공단과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ㆍ복원을 위해 조사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나무 지도를 만들어 침엽수 고사를 막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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