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안개를 보듬은 새벽이 뿌연 가로등처럼 햇살을 반사하고 있다.
고라니 발자국은 젖은 풀섶 서걱거림을 덮어버린다.
야생의 숲과 생명체들은 제각기 다른 길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질서가 지배하는 곡지(鵠志).
습지는 해마다 불어난 홍수에 젖은 슬픈 물소리로 울었다.
물소리는 풍경의 한 부분으로 묻혀버렸고 물푸레나무 숲 사이의 잔가지 끝에서 거슬러 온 길의 아우성이 들린다.
시멘트 바닥이 최후의 보루를 쌓아 이제 빗방울 소리마저 아름답게 들리는 비밀의 화원, 풍경 사이에서 속살거리는 화원은 눈부시다. 비발디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달빛을 품고 있는 화포천.
*곡지鵠志: 높고 크게 품은 뜻을 이르는 말
시인 약력
시인 (김해문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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