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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책보기> ‘오동꽃 피기 전’- 김형미
<한 뼘 책보기> ‘오동꽃 피기 전’- 김형미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7.21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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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외로움 詩로 씻어내다 운명적 비극성 이미지화
▲ 책 ‘오동꽃 피기 전’ 표지.
 김형미 시인의 ‘오동꽃 피기 전’ 시집에서 선택한 ‘자귀화 필 때’ 라는 시다. ‘살아 있기 때문에밤마다 통증은 찾아온다 / 아흐, 몹쓸 사랑이여 / 그대가 나를 버린 것보다 / 내가 나를 잃은 슬픔이이 / 세계 끝 마지막 집에 저녁내 불을 켜두어 / 한 생의 낯이 더 캄캄하니 야위어가는 밤 / 그대의 널찍한 등만큼이나 / 살다 보면 두 팔로 다 안을 수 없는 것이 있다.(중략)’

 죽도록 무언가를 사랑한다 해도 ‘살다 보면 두 팔로 다 안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사람, 인생, 세월, 자연 다 그렇다. 내가 세상을 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고 바라봐 주는 인연에 감사해야 한다. 시(詩)의 세상도 그렇다. 이 시는 ‘세월 속에 맞이하는 지독한 외로움’을 벗하기 위해 쓰여졌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알고 싸우는 적은 결코 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김형미 시인은 모든 일은 나 자신과 나의 고향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자신을 관찰하지 않고, 고향도 잊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처 없이 떠다니는 구름과 같다는 시인은 그런 뜬구름으로 살면서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고독의 시간을 ‘시’를 통해 자신과 친구가 됐다. 우리네 삶에 내재하는 운명적인 비극성을 선명하게 이미지화함으로써 그러한 시작(詩作)에 성공하고 있다.

 김형미 시인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과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과 2011년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의 전당, 137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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