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7:23 (일)
아이가 울며 학교에서 돌아올 때
아이가 울며 학교에서 돌아올 때
  • 김금옥
  • 승인 2014.04.16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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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을 종합하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건강하게 자라 별 같은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교육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깨끗하고 안전한 교사(校舍), 첨단 교육장비와 프로그램, 그리고 실력 있고 열정적인 선생님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 평생을 몸담은 필자는 학부모의 역할이 학교의 좋은 환경을 위한 필수요건이라 생각한다.

 자녀를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가 아닌 학부모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학부모의 역할은, 학교 주변에 공원이나 도서관이 있는지, 위험한 도로가 있는지 등의 외부적인 환경보다 더 중요한 인간 내면적인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가령,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친구 사이에서 혹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울면서 하소연하는 경우이다. 전후 사정을 떠나 “감히! 내 아이를!”하며 우선 분한 마음이 들고 밤에도 쉬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이때 부모가 반응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당장 학교나 해당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큰소리로 시시비비를 따지거나,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속으로 삭이며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아이 모르게 학교에 살짝 전화해 조용히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등이다.

 첫 번째는 아이에게 봉착한 문제를 위해 부모가 직접 나서는 경우인데, 이는 아이나 학교의 교육 환경을 위해서나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해결해야 할 숱한 갈등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친구나 교사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부모가 나서게 되면 아이는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고, 나이가 들어도 부모에게 의존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나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게 되니 제대로 교육이 될 리가 없다.

 두 번째,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가만히 있는 것도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음의 분이 가라앉지 않아 학교나 선생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의 이런 심정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져 아이의 학교생활은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아이 모르게 학교에 살짝 전화해 조용히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최대한 좋은 교육을 받기를 위해 노력하는 제2의 부모이다. 부모의 고충을 듣게 되면 아이를 좀 더 이해하게 될 것이고 학교는 학부모와 협력해서 아이가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학부모와 학교 간에는 상호 신뢰감이 형성되니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좋은 교육 환경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새와 같아서 깃털이 자라면 둥지를 박차고 날아올라야 한다. 영원히 둥지 안에서 키울 계획이 아니라면, 높고 힘차게 날 수 있게 양쪽 날개가 고루 발달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의 사랑과 지지가 한 쪽 날개라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이 다른 한 쪽 날개이다. 학교는 책을 통해 지식을 배우는 곳일 뿐만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생활을 체험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자녀가 선생님,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천륜’이라는 부모와 자식 간에서도 노력이 필요한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학교 가는 일이 즐겁다. 행복한 아이는 친구도 잘 사귄다. 문제가 생겨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한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에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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