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21:12 (일)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 이진규
  • 승인 2014.02.1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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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규 김해생명의전화 이사장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부모의 부류가 있다. ‘내 아이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고 이야기하는 부모이다.

 부모이다 보니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잘못된 감싸기가 얼마나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른다.

 부모가 아는 내 아이는 부모가 보는 곳에서는 평범해 보이지만. 부모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학교에 불려가고 경찰서에서 만나 알게 되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의 친구 부모 역시 나와 같이 내 아이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잘못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의 구호처럼 ‘나만 아니면 돼’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만 아니면 되는, 내 것, 내 자식만 챙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아무리 내 자식을 잘 챙겨도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의 특징은 누구나 빠질 수 있으며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왕따, 학교폭력, 자살 등의 사회문제는 사회에 생긴 구멍이다. 누구나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함께 안전해야 사회적 문제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내 자녀가 친구를 살뜰히 챙길 수 있는 정서를 가지고 있어야 왕따의 문제가 없어지고,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다는 교육이 이뤄져야 맞고 있는 친구를 보고 침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맞고 있는 친구를 보고 도와주지 않는 것이 생명존중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교육하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하는 것이 생명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것을 교육해야 자살이라는 사회적 구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회에 생긴 구멍은 아무도 혼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구멍이다. 팔이 안으로만 굽어서는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

 친구를 잘못 만난 내 자녀는 누군가의 친구이다. 친구를 잘못 만났다면 그 친구마저도 감싸야 내 자녀가 안전할 것이다.

 안으로 굽는 팔 안에 오직 내 자녀와 내 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팔 안에 내 자녀의 친구, 내 가족의 지인들 그리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들어갈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구멍은 없어질 것이다.

 김민기의 ‘작은연못’의 가사가 떠오른다. ‘어느 더운 여름날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 오르고 그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무한경쟁의 사회, 가장 높은 학력의 평준화를 이루었지만 청년 백수 100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 살아남은 자가 가장 강한 자라고 가르치고 있는 우리 사회, 그리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이대로 가다가 우리 사회는 언젠가는 아무도 살 수 없게 되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그 두려움은 우리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건강한 두려움이어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 내 자녀, 내 가족만을 품을 팔을 가지고 있다면, 그 팔을 더 넓고 크게 벌여서 우리 사회를 안아야 하겠다. 우리는 공동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가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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