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9:39 (일)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3.12.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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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5)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고 두꺼비로 말도 만들고 아름다운 옷도 입혀준다. 그리고 요정은 신데렐라에게 “12시 시계 종이 울리기 전에 궁전에서 꼭 돌어와야 한다”고 당부를 한다.

 멋있는 마차와 말를 타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신데렐라는 무도회에 가장 돋보여지고 이에 반한 왕자는 신데렐라와 함께 춤을 추던 중 신데렐라는 12시 전에 궁전을 빠져나오기 위해 서둘러 나오다가 그만 구두 한 짝이 벗겨져 그냥 놔두고 궁전을 빠져나온다.

 왕자는 그리운 여인의 신발 임자를 찾아나서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신데렐라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나 슬프고도 어떤 내용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인가. 지금 어린이들은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라 흥미를 못 느낄 수 있지만 외국 동화를 처음 대하는 그때의 아이들이나 일제강점기 때의 어린이들에게는 동화책 ‘사랑의 선물’이 아주 재미있는 읽을거리였다.

 18. 큰 외갓집에서

 다시 큰 외갓집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큰 외갓집에서 뒤쪽으로 5개에서 7개의 집을 거쳐 지나가면 막내 외삼촌 가족들이 사는 집이 있다. 이 막내 외삼촌 가족은 제일 큰 아이가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여동생 동립이고 그 밑으로 남동생과 또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동립이는 여자라서 나랑 휩쓸려 다니지 못하고 또 아래 남동생은 너무 어려서 나하고 어울리지 않아 크게 어울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명절날 막내 외갓집에 오면 외삼촌과 외숙모님에게 인사나 하고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 집은 6ㆍ25전쟁 때 나랑 형과 여동생 안희가 잠시 피난살이를 한 집이었다.

 피난 시절 막내 외갓집에는 유성기가 있었다. 개가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진 유성기에는 돌아가는 판이 있고 또 내 머리통이 들어갈 만한 나팔도 달려 있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외삼촌은 유성기 통에 달린 손잡이를 돌려놓으면 통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통이 돌아갈 적에 감정판을 통 위에 올려놓고 또 달걀만한 둥근 쇠뭉치에 꽂혀있는 바늘을 돌아가는 통 위에 얹어 놓으면 그 당시만 해도 신기하기도 하고 또한 정말 이상하게도 나팔관에서 노랫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나는 놀라고 또 놀라고는 했다.

 6ㆍ25전쟁 때 군호 마을에도 인민군들이 들어 왔는데 내 기억에 남는 인민군들은 나약하고 어린 사람들이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외삼촌들은 뒷산 언덕 어느 곳에 움막을 치고 숨어 살았는데 나랑 어머니는 밤만 되면 밥을 마련하여 그곳에 갖다 주고는 했다.

 또 한번은 바다 건너에 삼천포 앞바다에 유엔군 함대가 와서 삼천포 시내를 향해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산 언덕에 올라가 삼천포 쪽을 보면 불이 번쩍번쩍 하고 잇따라 커다란 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포는 우리 동네를 향해 쏘아대고 있었다. 어쩌면 대포알이 우리 집으로 날아들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보고 있었는데 나는 우리 집이 부셔진다는 생각은 못 하고 그저 재미만 있어 멋모르고 신나게 그쪽만 바라보고는 했다.

 한번은 사다리 모양의 비행기가 낮게 뜨더니 내 위로 날아가더니 비행기에 탄 사람이 종이 한 뭉치를 밖으로 던졌다.

 그 종이 뭉치는 이내 열 장이 되고 백 장이 되고 나중에는 수백 장이 되어 온 하늘을 덮더니 땅으로 내려앉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허둥지둥 뛰어다니면서 종이를 주워서 손에 쥐고 펼쳐보았다. 그것을 사람들은 ‘삐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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