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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시대, 우리는 행복한가
국민행복시대, 우리는 행복한가
  • 강한균
  • 승인 2013.09.22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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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한 균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행복은 100%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1%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했다. 행복과 불행을 저울에 달았을 때 50대 50이면 균형을 이뤄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겠지만 51대 49가 되면 행복으로 무게 추는 기울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단 1%를 채우지 못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올해 출범하면서 국민대통합과 더불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짓눌린 가계부채 아래 전ㆍ월세값과 물가는 말없이 치솟기만 하고 있다. 로또 외엔 방법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도 하는 이들도 있다.

 OECD 34개국과 비교한 행복지수 32위,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 1위, 공ㆍ사교육비 부담율 1위, 빈곤층 비율 28위, 연평균 근로시간 1위, 어린이 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3년 연속 최하위, 35%의 국민이 스스로를 하류 소비층이라고 답했다. 그뿐인가 고3 학생들이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1위는 돈이라고 답했고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1년간 감옥이라도 기꺼이 가겠다고 한다. 그 비율이 고교생 44%, 중학생 28%, 초등학생도 무려 12%로 가당치가 않다. 지표상 어느 구석도 행복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라고 자위하면서 할인 마트의 카트 속을 무너지도록 채운다.

 우리가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과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앞만 보고 달리는 무한질주의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는 매일 100미터 달리기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결과는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오늘 1등을 했다고 해서 한동안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여전히 100미터 달리기에 참가해야 하는 중압감은 여전히 상존한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질주를 하면서도 말을 세우고 가끔씩 뒤 돌아본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제대로 좇아오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오직 앞만 보고 달리는 영혼 없는 질주를 오늘도 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들은 강한 지위 상승 욕구로 자식들을 돌아오지 않는 급행열차에 마구 태워 보내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모두 1등만이 있어야 좋은 사회일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고 땅을 파고 숨겨 둔 도토리를 찾지 못한 기억력 나쁜 다람쥐 덕택에 산이 푸르듯이 우리 사회는 꼴찌 또한 필요하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에 의하면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으면 국민소득과 행복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의 극빈층 국가의 행복지수가 최상위권인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지나친 사회적 갈등 요인이다. 이념과 세대와 지역 간 갈등이다. 진보는 보수를 이해하지 않으려 하고 보수는 진보를 배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대 간 소통이 되지 않아 부모와 아들이 같은 제사를 따로 모시기도 하고, 투표 당일 자식은 부모의 주민증을 숨기려 하고, 부모는 넉넉한 용돈을 주어 자식의 먼 여행을 보내려고 한다. 지역은 동서 간의 갈등도 모자라 이제 수도권과 지방의 남북 간 갈등도 만만치 않다.

 아랫사람보다는 윗사람, 못 가진 자 보다는 가진 자가 먼저 배려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사회적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100% 대한민국을 외치는 박근혜 정부 역시 정치적 리더십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복의 공식은 간단하다. 행복은 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된다. 늘리는 것 보다 줄이는 것이 더 어려운 현실이 최근의 행복 공식이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가진 것을 버릴수록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매일 아침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자기 긍정의 힘을 믿을 때,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할 때 비로소 국민행복시대의 문은 활짝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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