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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영웅의 귀환 <58>
제5화 영웅의 귀환 <58>
  • 서휘산
  • 승인 2013.01.06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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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행복, 그 썰물 같은 (2)
 백지한은 행복했다. 수암과 영봉이라는 위대한 친구가 있어 그랬고, 자유를 되찾아 그랬다.

 "뭔 소리여 임마! 그런 약한 소릴 하게……."

 눈을 험악하게 떴던 나팔호가 금방 정색하고 말했다.

 "자 가자. 진해로 가야지?"

 백지한이 친구들의 얼굴을 휘 둘러보자 방수암이 말했다.

 "그래.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애들부터 만나봐라."

 영봉도 짓궂은 얼굴로 거들었다.

 "남주보살하고도 오늘밤 회포를 풀어야 할 것 아닌가?"

 백지한이 머리를 젓고 나팔호를 바라봤다.

 "형, 미안한데 먼저 내려가소. 난 아무래도 지리산 수암이 집하고 무궁사에서 하룻밤씩 자고 가야겠어요."

 "허허. 친구가 좋긴 좋군."

 나팔호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고, 이남주가 울상이 돼 나섰다.

 "그럼 난 어떻게 해요? 여보."

 "미안한데 팔호형하고 같이 가. 모레는 내가 집에 갈텡께. 애들한테 얘기해 두고."

 이남주는 길게 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백지한이 다시 시선을 나팔호에게로 돌렸다.

 "미안허요, 형. 오늘 하루만 더 애 좀 써주소."

 "애는 무슨……. 그나저나 모레는 꼭 절에서 출발해야 된다. 제수씨가 얼매나 외롭겠노?"

 "그렇게 하죠."

 백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들과의 인사가 대충 끝나자 기다리던 취재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기자들에게 몇 마디 던져주고 나니 벌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백지한은 한마디라도 더 듣고자 에워싸는 기자들을 뿌리치고 차에 올랐다.

 나팔호의 소나타가 남해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좌측으로 꺾는 것을 보고 영봉의 록스타는 우회전을 했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구례 남원으로 가는 국도였다. 영봉이 운전을 했고 방수암과 백지한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이거 부처님께 운전하게 해서 어떻게 하나?"

 농과 미안함이 섞인 백지한의 말이었다.

 "부처가 어디 중생의 공경을 바라던가?"

 영봉의 대답은 정에 겨워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부처님은 제자들과 똑같이 탁발을 하고 똑같이 생활하셨네."

 "……."

 "……."

 고개를 동시에 돌린 백지한과 방수암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 백지한은 행복했다. 수암과 영봉이라는 위대한 친구가 있어 그랬고, 자유를 되찾아 그랬다.

 남도의 산야는 화려했다. 아지랑이에 피어나는 들꽃들…….

 연분홍과 진노랑 꽃들이 산과 들녘에서 일렁거리며 하늘 끝 저 거대한 지리산맥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국토를 영봉이 한껏 즐거운 표정으로 차를 몰아가는 사이 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반쯤 눈을 감았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자유를 되찾았다는 생동감으로 그의 심장이 벅찼다.

 다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난 일년 반의 세월…….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감촉도 어제와는 확연히 다르다.

 천국과 지옥은 죽어서 따로 갈리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이 세상 현실의 문제였다. 꿈과, 자유와, 풍요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천국이요, 육신이 구속되고 재물이 빈곤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었다. 묵묵히 있던 방수암이 백지한의 손을 잡으며 차안의 정적을 깼다.

 "전성수 그 형님은 면회 한 번도 안 왔지?"

 "바쁜 사람이잖아."

 백지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아직 누가 압력을 넣는지도 모르고?"

 "……."

 백지한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 모두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긴 침묵 끝에 영봉이 뒷자리를 백미러로 바라보며 물었다.

 "출판사 다시 해얄 거 아닌가?"

 "자금도, 신용도 다 떨어진 날피 상탠걸 모르고 묻나?"

 백지한의 대답에 방수암이 끼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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