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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54>
꿈꾸는 산동네<54>
  • 임상현
  • 승인 2011.09.06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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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화 사망보상금 중 첫째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구조조정 소문에 긴장하는 민복

 민복은 재봉틀에 앉아 있으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근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엄마가 동호 아재와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볼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렇게까지 화풀이를 하려 들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의 책임도 아버지의 죽음에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평화롭게 농사를 짓던 부모님께 부산으로 이사를 오도록 적극 권유한 사람도 자신이었다. 그 때 이사만 오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질것만 같다.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자니 홧병이 생길것만 같다. 그런 어수선한 기분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소문을 퍼뜨리자 가뜩이나 혼란스럽다. 그 소문의 진원지야 어떻든 수출국인 미국에 몇 년만에 최악의 불경기가 몰아닥쳐 수출주문이 대폭 줄었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구조조정이 있다면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불리한 입장이란 걸 알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닥친다는 옛말이 있듯 자신에게 불똥이나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지금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일만은 피해야 한다. 뜻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죽음이 주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신도 회사에서 원하지 않은 퇴직을 종용받는다면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자신을 스스로 믿고 싶었다.
  말자의 격려를 뒤로하고 학교로 가기위해 회사 밖으로 나서는 민복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회사안에서 그래도 끝까지 믿어주는 동지는 말자 밖에 없었다.
 한편 저녁 무렵에 양례는 국수집으로 갔다. 아직 팔다 남은 떡이 많았지만 마음이 어수선하여 더 이상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행상을 끝내고 확실한 생활비를 보장해줄 좌판자리 확보가 급선무였다. 국수집여자가 설거지를 하다말고 양례를 반긴다.
 “동생 어서 온나.”
 국수집여인이 살갑게 양례에게 자리에 앉힌뒤 뜨끈한 물을 한잔 따라준다. 자신도 의자에 걸터앉아 따뜻한 눈길로 양례를 바라보다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내 저녁에 다시 보자고 한 건 마침 좋은데 자리가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데이. 내 오늘 동상한테서 그런 사정 몬 들었으면 어디 다른데 소개 해 줄라 캤다. 이왕 동상한테 소개해줄라꼬 맘 묵은 김에 빨리 시마이하고 같이 가볼라꼬 설거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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