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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47>
꿈꾸는 산동네 <47>
  • 경남매일
  • 승인 2011.08.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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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화 불길한 예감 중 둘째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동출한 불안한 행복

산동네 어귀에서 종복과 헤어져 돌아오는 동출은 절로 콧노래를 흥얼흥얼거렸다. 이렇게 남들보다 빨리 기술자로 인정 받는 일이 정말 꿈 같았다. 가슴이 벅차올라 휴우하고 깊은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밤하늘엔 별빛이 초롱초롱 했다. 그러다 멀리 바닷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삐용! 삐용!

마침 개장을 축하하는 불꽃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 높이 형형색색의 불꽃이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동출은 기분이 우쭐해졌다. 마치 자신이 기술자로 승격한 기념으로 불꽃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방 현실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초라한 산동네 한 귀퉁이의 자신의 집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며 기가 죽고 만다.

‘나도 이제 기술자가 되었고 수당도 많이 올랐으니 얼른 돈을 모아 이 산동네를 벗어나는 기다. 그 땐 아예 살 집을 새로운 곳에 장만해서 옮기는 거라 허허.’

혼자 상상하기에도 기분좋은 일이었다. 동출은 그러면서 미닫이 문을 두드렸다.

“당신 입니꺼?”

양례가 문을 따기 전에 묻는다.

“그래 낭군님 왔다 허허.”

다락방에서 공부하던 민석도 내려와 아버지를 반긴다. 동출은 술냄새를 풍기며 두 명을 와락 끌어안는다.

“어이구 남사시럽구로 와 이랍니꺼? 오늘 무슨 일 있는가 봐예.”

“그래 일이 있고 말고. 그것도 아주 좋은 일로 허허.”

“와예 무슨 일 인데예?”

“임자 한번 맞춰 볼래?”

“아이구 숨찹니더. 이 품 떼놓고 이야기 하이시더.”

그때서야 동출이 양례를 놓아준다. 양례와 민석이 동시에 뭔 일일까 잔뜩 기대를 하며 동출을 바라본다. 동출은 다시 가슴이 벅차 심호흡을 한 뒤 말한다.

“내가 오늘부터 정식 기술자로 승격을 했다. 그것도 초고속으로 허허.”

“참말 입니꺼?”

양례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확인하듯 묻는다.

“아부지 축하합니더.”

민석도 아버지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진심을 담아 축하해준다.

“암 사실이제. 이제 다음 간주부터 수당이 3배나 오른다. 허허 이제 우리도 얼른 돈을 모아서 산동네를 벗어나는 기라.”

“정말 잘 되었습니더. 민석이도 기말통지표를 받아 왔던데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더. 지부터도 벌써 사흘째 떡 다라이에 떡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팔아치웠습니더. 이제 우리 집에도 좋은 일만 일어날 모양입니더 호호.”

양례가 그렇게 웃으며 말하자 동출은 더욱 가슴이 벅차다. 정말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도 가슴 한 귀퉁이가 허전해지며 불안한 무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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