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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46>
꿈꾸는 산동네 <46>
  • 경남매일
  • 승인 2011.08.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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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화 불길한 예감 중 첫째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기술자로 승격한 동출

 아침저녁이 다르게 날씨가 더워졌다. 공기를 하루라도 앞당기려는 시행사의 요구가 있었다고 시공사 관계자가 수시로 현장을 돌며 독려했다. 질통을 지고 시름을 하는 입장에서 동출에겐 무더운 날씨가 가장 큰 적이었다. 가끔씩 어지름증과 함께 찾아오는 두통은 새로운 고민거리였다.

 반송동 빌라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제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동출은 시간이 날 때마다 시멘트 바르는 일에 몰두했고 종복의 말에 의하면 이제 아예 데모도는 관두고 기술자로 바로 현장에 투입돼도 전혀 손색이 없을 거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십장이 현장의 기술자와 잡부를 불러 모았다. 반장 옆에는 처음 보는 두 명의 젊은 친구가 서 있었다.

 "여러분도 아다시피 시행사가 공기를 단축하려고 시도 때도 없이 시공사를 들볶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겁니더. 오늘 아침에도 건설 소장이 간부들을 불러놓고 일장 연설을 하고 갔습니더.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더. 그라고 옆에 있는 이군과 박군을 오늘 데모도로 새로 지원 받았습니다. 김동출은 오늘부터 이군과 한조로 B동 내부 공사를 맡고, 종복이가 동출이 대신 박군을 맡는다, 자 알아 들었으면 얼른 현장으로 가 보더라고." "방금 뭐라 캤습니꺼? 제가 B동 내부공사에 이군과 함께 한다고예?" "이사람 조선사람 맞나? 조선사람이 와 조선말을 몬 알아 묵노 으잉?" "동출아 축하한데이." 종복이 십장이 하는 말을 얼른 눈치채고 눈을 빙긋하며 악수를 청해 와서야 동출은 실감이 났다. 정말 하늘이라도 뛰어 오를 듯 기쁨이 넘쳐왔다. 찌뿌듯하며 당겨오는 뒷골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 날 저녁이었다. 정식으로 기술자가 된 것에 대한 기념으로 종복이가 축하주를 샀다. 동출이 사려고 했지만 종복이 이런 좋은 일은 이 분야에 선배가 되는 자기가 사야 한다며 끝까지 우기는 통에 동출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동출아 어쨌든 니는 빨리 된 기라. 니 기술이 십장님한테 인정받은 것에 내도 너무 기분이 좋데이. 그라고 이번에 공기 단축한다꼬 기술오야지도 많이 딸리어 마침 기회도 좋았고 허허 진짜 축하단데이. 내는 꼬박 2년간이나 데모도 생활을 했는데 1년도 안돼 해냈으니. 아무튼 이제는 수당도 많이 오를 테이니까니 다음 번 간주탈 때 한잔 팍팍 사라." "여부가 있겄나 친구야 이게 다 친구 니 덕분이다. 정말 고맙다 친구야." "나야 뭐 도와준기 있나? 동출이 친구 너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 덕분이지. 오늘은 집에가서 좋은 소식도 알려야 될 테이니까니 이쯤에서 그만 마시자." 둘은 식당에서 벗어나며 기분좋게 한바탕 웃었다. 동출도 기분이 너무나 좋아 종복과 어깨동무하며 한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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