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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39>
꿈꾸는 산동네 <39>
  • 경남매일
  • 승인 2011.08.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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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화 칠순장치 -2-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맘 불편한 양례네 가족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음악소리가 요란했고 몇 명의 노인네가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 춤을 추고 있다. 방과 거실까지 많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거실 주방 쪽에는 요릿집에서 초빙했는지 조리사 복장을 갖춘 두 명이 부지런히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 거실의 안쪽에서 연숙이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시키며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양례는 얼핏 연숙과 얼굴이 마주쳤지만 시선을 외면해버린다. 남편 취직이 잘 안된 일이 분명 연숙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 이미 짐작하고 있는 양례다.

그들을 먼저 발견한 동호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손짓으로 아는 시늉을 했다.

“형님 당숙모 칠순 축하합니더.”

“그래 와 줘서 고맙데이.”

음식을 나르던 동민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형님 형수님 오셨습니꺼? 이거 민석이도 왔네.”

“동생은 언제 왔더노?”

“새벽차로 올라 왔습니더.”

“참 여개서 이럴 것이 아니라 당숙모님한테 인사부터 먼저 해야 제.”

세 사람은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둥실둥실 추고 있는 당숙모에게 다가갔다. 당숙모가 동출을 발견하곤 춤을 멈췄다.

“어 조카 자네 왔는가? 부산에 이사왔다는 소문은 들었네만 인자서 보네.”

“숙모님 칠순 축하드립니더. 앉즈이소 인사 드리겠심더.”

“마 괘않타 옆에 손님들도 있고 한데 이래 서서 여기서 보면 되었제? 자네도 이런 큰일에는 미리와서 음식장만도 도와주고 해야 되는데 물론 출장 요리사를 불렀다캐도 일손이 만만치 않았을 낀데.”

당숙모가 양례를 지목하며 핀잔을 주었다.

“숙모님 송구 스럽습니더. 미리 연락을 몬 받아 지는 오늘에사 알았습니더.”

양례가 머리를 수그렸다. 세 사람은 다시 거실로 와 자리를 잡았다.

“형님 많이 드세요.”동민이가 어느새 음식을 잔뜩 가져오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동생이 고생이 많네.”

“당연히 해야지예. 도시생활은 잘 적응 되었습니꺼?”

“그렇지 뭐. 막노동일 나가고 있다.”

“뭐라꼬예! 동호형님 한테 와 부탁 해보지 그렇습니꺼?”

“내사 기술이라도 있어야제. 고마 이제는 괘않타.”

“자 형수님도 제잔 한잔 받으시소.”

동민이 동출과 양례에게 정종잔을 그득히 따라준다.

“아참 병철이가 조금 전까지 보이더마 그 새 어디 갔나?”

"병철이? 형님 댁에 조카가 걔 혼자가?”

“오데예. 큰 질녀는 서울 쪽 대학에 막 입학했는 데 이번에 일이 있어 못 왔다고 하네요. 그라고 아래로 있는 조카가 병철이 아닙니꺼? 올해 중 1이라 카니 민석이와 친구 될낀데. 여기 와서 같이 합석하면 민석이도 덜 심심할꺼 아닙니꺼? 민석아 잠시 있어보거라. 내 금방 찾아오꾸마.”

동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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