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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건강보험료 개선책 없나
`폭탄` 건강보험료 개선책 없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5.15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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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이사/취재본부장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건강보험이 무자식과 실직자에겐 가혹하고 금융소득 등 돈 많은 사람이 혜택받는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실직자는 그 이전보다 보험료를 더 내고, 금융 배당 등 근로 이외의 소득과 재산이 많은 부자 직장인은 턱없이 적게 내는 구조라면 이만저만 모순이 아니다.

 창원에 사는 김모(51)씨는 2010년 3월 실직한 후 회사 다닐 때 월급(395만 원)의 2.5%를 보험료로 냈다. 실직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106㎡(33평) 아파트(3억4천500만 원)와 중형차에 보험료를 물게 되면서 보험료가 20만1천120원이나 됐다. 김 씨는 "소득도 없는데 보험료를 더 많이 내려니 울화통이 터져 죽겠다"고 말했다. 실직자가 되면 수입이 끊겨 가족 생계를 어렵게 이어가야 한다. 그런 상황에 보험료가 줄기는커녕 고정수입을 가졌을 때보다 갑절 이상 내야 한다면 폭탄이다.

 이같이 지역가입자는 임대ㆍ이자ㆍ배당 등 모든 소득과 보유 재산에다 자동차마저 종합 산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도 차 나름이지만 일반인이 소유한 경우 1960년대 자전거보다도 가치가 덜한 것 같은데 행정은 그 짝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현 건보체계가 지역가입자에게는 종합소득, 부동산 등의 재산 보유 상태, 자동차 유무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산층ㆍ서민층 대부분에게는 재산이 있어 봐야 가족이 몸담아 사는 집 한 채뿐이요, 그동안 굴려온 자가용 하나뿐이다. 집과 자동차는 생활의 연장이지 수입의 원천은 아닌 것이다. 지금은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한 자) 세대가 벌써 집단으로 퇴직을 맞은 시대이다. 게다가 우리사회가 실직자와 그 가족에게 기초적인 생활 보장을 해줄 만큼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엮어 놓은 상태 또한 아니다. 따라서 집과 자동차가 있다고 해서 고정수입이 없는 집에 `건강보험료 폭탄`을 퍼붓는다면 실직한 집안의 가계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또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월급 400만 원을 받고 중소형 아파트와 중형 승용차 한 대를 가진 직장인의 건강보험료는 10만 원 정도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 실직하면 아파트와 차량 기준으로 보험료를 물려 20만 원 이상 올라간다. 소득은 없는데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두 배 이상 내라면 그야말로 모순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130만 명 중 64만 명의 평균 건강보험료가 2.2배 뛰었다. 이에 반해 의사ㆍ변호사ㆍ회계사ㆍ약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부담은 대폭 줄었다. 지난 2003년 근로소득자 5명 이하의 병ㆍ의원과 약국, 법률사무소 등도 직장가입자로 전환, 각자의 근로소득만 따져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산과 기타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근로소득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 그만이다.

 이에 따라 170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던 한 의사는 30만 원대로 5배 이상 줄기도 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의도와 달리 부자돕기에 나선 꼴이다. 열악한 건강보험 재정 개선을 위해서도 보험료 부과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선 지역과 직장으로 나눠진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직장가입자라도 근로소득 외 배당ㆍ임대ㆍ금융 등 기타 소득이 있으면 이를 합해 보험료를 더 물리는 것이 이치에 맞다. 개인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마냥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달랑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가진 무소득 은퇴자나 실직자가 두 배, 세 배의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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