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냐 성장이냐.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거듭 경고해온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 인상 대신에 동결을 선택했다. 미국의 성장세 둔화 움직임이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고서도 두달 연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한은은 두달 전 기준금리를 인상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섰다.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국경제는 상반기 성장률이 7.6%, 연간으로는 6%대로 예상될 만큼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가 정상궤도에 올라섰다면 비상시 취했던 2%대의 금리도 정상화해야 함은 당연하다. 2%대의 비정상적인 저금리로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물가 상승의 압력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을 6.1%로 상향 조정하면서 중립적인 정책금리 수준을 연 4.25%로 제시했다. 현재의 금리보다 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문에 다름아닌 것이다. 물가는 국가경제는 물론 서민생활 안정의 토대라는 점에서도 급등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 현재의 금리 수준을 6% 내외의 경제성장 체제에서 유지하는 것은 여러 가지 경제적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한 금통위원의 지적처럼 금리 정상화의 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