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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사이렌 울려도 달릴 수 없는 소방차
[열린마당] 사이렌 울려도 달릴 수 없는 소방차
  • 승인 2009.10.1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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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성
마산소방서장
 소방출동로는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흔히 ‘생명로’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주차난을 들어 소방출동로를 외면하고 아파트단지나 주택가 등에 ‘나 하나쯤은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버젓이 주차를 하고 있다.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은 사유지로 분류돼 소방출동로 주차 차량에 대한 단속 권한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파트단지와 주택가를 돌며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벌여 소방출동로 확보를 호소하고 기동순찰과 가상화재 출동훈련 및 우선통행 훈련 등으로 일제정비에 나서기도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주차난으로 주민들과 마찰도 비일비재하다.

 만약 이러한 주택 또는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소방차 진입장애로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면, 이중ㆍ삼중 주차를 일삼은 주민들의 잘못이 클까. 아니면, 평소 제대로 단속ㆍ계도를 하지 않은 지자체의 잘못이 더 클까. “주차공간도 없는데 어떡하느냐”는 주민들의 호소도, “아파트 안까지 불법 주차차량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는 지자체의 해명도 일리가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소방출동로 미확보 문제는 누구의 잘못이 아닌,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다행히 소방활동을 방해한 차량 소유주에게 인명 피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도 단위 소방공무원에게도 주차단속권을 부여, 노상주차장 설치 시 소방서장과 반드시 협의하도록 하는 등 소방출동로 확보를 위한 국회 차원의 법안 신설 개정이 추진된다고 하니 늦게나마 다행이다. 고질적인 소방출동로 문제를 풀어낼지도 모를 희소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이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소방출동로에 차량을 주차해 소방차 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대부분이 조그마한 사고가 대형사고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일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주차를 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강제 법규에 앞서 불법 주정차가 이웃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인식과 나의 약간의 불편이 대형사고를 막는다는 생각으로 자신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스스로 소방출동로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실천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종성 마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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