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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어느 장애인의 일자리 체험수기
[특별기고] 어느 장애인의 일자리 체험수기
  • 승인 2009.10.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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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입고 시작한 행정 도우미 인생의 큰 디딤돌
사회복지사로 어려운 분 더 많이 도와주고 싶어
 올해로 화상을 입은 지 9년이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이인 20살 때 폭발 사고가 일어나 몸 80%에 달하는 화상을 입고 병원에 1년 정도 생활을 했다. 그리고 1년의 암흑 같은 생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세상에 부딪쳤을 때 지옥과도 마찬가지에 달하는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웠던 건 사람들의 눈이었다.
 예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의 눈. 그 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은 넘쳐났던 나는 조금 더 힘을 내자며 파이팅을 외쳤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다가 우연히 한 공사업체에 경리로 취직하게 되었다. 경리일을 보면서 원하는 공부도 시작하였고 여러 개의 자격증도 취득 했다.

 그러던 2008년 12월 초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던데 전화 한통 해봐”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사회복지 담당 주사가 장애인 행정 도우미 사업이 있는데 한 번 참여해보겠냐는 전화였다.

 그러나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일도 하고 있고 급여도 작았기 때문이다.

 아직 결정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씀 드리고는 1주일 후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다.

 사회복지학을 공부 중인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받는 급여와는 차이가 많이 나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돈보다 더 앞서는 마음,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해서였을까? 3년을 다니며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주민 센터 행정 도우미로 일해 보겠다는 다짐이 앞서기 시작했으며 2009년 1월 2일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주민 센터에 처음 왔을 때에는 전화 받는 방법, 민원인이 오시면 인사 하는 방법 등 가장 기초적인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들을 배웠다.

 제일 처음 나에게 주어진 일은 보육료지원 업무였다. 보육료 지침 책을 주시며 읽어보라고 하시며 이해를 하라고 말씀 하셨다.

 보육료 책을 읽으며 잘 모르는 부분은 여쭤 보고 수첩에 기록을 해 가면서 공부를 했다.

 내가 민원인이 된 것 처럼 사회복지담당 주사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보육료 책을 다시 보았더니 이해를 하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민원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입에서 그 말들이 맴돌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보육료’ 라는 말만 들어도 보육료에 대한 내용이 입에서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설이 다가왔다.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회사, 단체에서 오는 물품들이 많았다. 도착한 물품들의 수량을 세고 생활보호 대상이 되지 않으시는 일반인 중에 어려운 분들이 없으신지 찾아서 추천도 해드렸다.

 각종 단체에서, 회사에서 물품을 보내주신 것을 감사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세상이 아직도 따뜻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민원인 한분 한분이 나의 스승이나 마찬가지이다.

 민원인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보다 내 자신도 떳떳해지고, 자신감이 충전되고 있다.

 앞으로 12개월간의 계약이 끝나고 나면 사회복지 전공으로 전문학사를 취득할 것이고 사회복지 자격증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 쪽으로 계속 일도 할 것이다.

 지금 12개월간의 사회복지 도우미의 일들이 나중에는 나에게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남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사회복지사가 되면 지금 일하고 있는 노하우를 이용해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더 많이 도와드리고, 많은 정보를 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늘 한결 같이 배려해주시고 장애인이 아닌 한 인격으로 존중해주시는 통영시 인평동 주민센터에 계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해 드리고 싶다.

유소영 (통영시 안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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