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회`와 유럽 `타타르 스테이크`
한국 `육회`와 유럽 `타타르 스테이크`
  • 경남매일
  • 승인 2020.06.1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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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중국의 사전 `석명(釋名)`에서는 회(膾)란 `모을 회(會)`라 했으며, 우리나라의 `옹희잡지(雍熙雜誌)`에서는 `고기를 잘게 썬 것을 회(膾)라 한다. 회는 끊을 회 또는 할(割)을 뜻한다`고 했다. 후대에 `송남잡식`에서는 `생선의 회는 회(회 회), 고기의 회는 회(膾)로 표기한다`고 해 생선회와 육회를 구별해 썼다.

세계적으로 유목민을 제외하고는 날고기를 즐기는 나라는 아주 드물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중 쇠고기를 날 것으로 먹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심지어 우리는 우둔살인 살코기뿐만 아니라 소의 밥통인 처녑, 간 등도 날고기로 먹는다. 중국은 아예 날 것은 먹지 않으며, 일본 역시 생선(회 회) 외에는 쇠고기(膾) 등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은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때 인용문으로 `회자(膾炙)된다`라고 표현할 만큼 쇠고기의 날고기(膾)와 구운 고기(炙)를 함께 즐겼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이나 조선 중기의 유학자 이수광(1563~1628)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는 조선인을 보고 중국인들이 화를 내거나 놀렸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중국에서는 육회를 먹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논어(論語)에 보면 한 선비가 말하길 공자(孔子)께서도 일찍이 회를 좋아하셨는데, 그대들의 말이 지나치다고 꾸짖자 중국 사람이 되묻기를 "소의 밥통인 처녑, 양 같은 것은 모두 더러운 것을 싼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잘 익은 것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이것은 오랑캐 음식이다"며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욕을 했다. 선비가 다시 대답하기를 "회나 구운 음식이나 모두 옛 사람들이 좋아하던 음식이다. 고서에도 나오는데,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원(元)나라 초기 문헌인 `거가필용(居家必用)`에 양육회방(羊肉膾方)은 `양의 간 등을 날로 가늘게 썰어 강사(薑絲)를 넣고 초(醋)에 담가서 먹는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미뤄 원나라 초기에는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중국 공자시대에도 회(膾)를 즐겨 먹었으나 11세기 송(宋)나라 때 대역질(大疫疾)이 유행하고 부터는 중국에서 회를 먹는 식생활문화가 사라졌고, 한국은 숭유사상(崇儒思想)의 영향으로 회(膾)가 제사상(祭祀床)에 오를 만큼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게 된 것이다.

1800년대 후반 우리 음식을 정리한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 순조 28년(1828) `진찬의궤(進饌儀軌)`에 각각 육회 만드는 법과 육회의 일종인 갑회에 대해 나와 있다. 궁중 의궤 중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는 육회(肉膾)라는 찬품 명으로 왕의 일상식 수라상에 올라와 있다.

육회(肉膾)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도 있다. 유럽은 육회(肉膾)를 `타타르 스테이크(Tatars steak)`라고 한다. 우리가 육회에 노른자를 섞어 먹듯 타타르 스테이크 역시 노른자를 섞어 먹는다. 유럽인들은 이 타타르를 레드와인과 함께 즐겨먹는데, 서로 궁합이 잘 맞고 같이 먹었을때의 시너지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 13세기 중반 아시아와 유럽을 휩쓸었던 칭기스칸의 몽골계 기마민족을 타타르(Tatar)라고 한다. 이들은 날고기를 말안장 밑에 깔고 다님으로써 육질을 연하게 한 다음 여기에 소금, 후추, 양파즙으로 조미해 날로 먹었다. 이들에 의해 먹기 시작한 `타타르 스테이크`는 몽골식 스테이크를 뜻하므로, 우리의 육회(肉膾)문화처럼 유럽의 육회문화는 몽골민족에게서 전래됐다. 우리 역사에 `달단`이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달단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짐승 잡는 일을 업으로 삼아 이들을 일컬어 백정(白丁)이라 불렀다고 한다.

고려시대 양인(良人)들은 군인호, 역호 등과 같이 국가에 대해 일정한 직역을 지는 정호(丁戶)와 그것을 부담하지 않는 백정호(白丁戶)로 구분됐다. 백(白)은 무(無)라는 뜻도 있으므로 백정(白丁)이란 명칭은 그들이 일정한 직역이 없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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