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세상
올빼미 세상
  • 경남매일
  • 승인 2020.03.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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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요즘 신문을 통해 양 진영이 서로 갈라치기하며 댓글을 다는 것을 보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어찌 보면 조선의 당파싸움이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진행형으로 절정을 보는 것 같다. 인터넷상에서의 댓글은 어찌 보면 현실 정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일부 방송언론에서는 시사 뉴스나 평론을 하고 양 진영의 시사성이 강한 댓글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자기 진영에 대한 다수의 댓글이 마치 다수 국민의 여론인 양 호도하면서 국민팔이를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이렇게 진영논리에 빠져 서로 원망하고 욕하는 사람들을 올빼미로 표현했다.

1810년(49세)에 흉년을 걱정해 지은 `채호(采蒿)`라는 시를 보자.



 -중략-



歸焉鬻之(귀언죽지)돌아와 죽을 쑤니

爲餮爲饕(위철위도)아귀아귀 먹어대네.

兄弟相攫(형제상확)형제간에 서로들 가로채니

滿室其囂(만실기오)온 집안이 떠들썩하네

胥怨胥詈(서원서리)서로 원망하고 서로 욕하는

如䲭如梟(여시여효)몰골 탐욕스러운 올빼미 같다네



이 시에서는 올빼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공격하는 흉악한 사람을 가리킨다.

여기서 효(梟)는 올빼미를 가리키는데, 옛날에는 올빼미가 어미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나쁜 새로 여겼다.



 -중략-



玉樓 遞思趨承(옥루 체사촉승)

머나먼 하늘나라에서 벼슬하고 싶겠지만

只從 結曹朋(지종 결조붕)

수리와 상종하며 친구가 될지언정

肯與 爭沈升(긍여 쟁침승)

올빼미와 높낮음을 다투기야 할까 보냐



 -중략-



종응편(縱鷹篇) `매를 풀어 놓다`라는 시에서도 올빼미를 언급했다.

우리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을 올빼미족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다산은 서로 원망하고 욕하는 꼴들이 마치 올빼미 같다고 했다. 어찌 보면 늦게 자면서 새벽 시간 동안 댓글을 달며 진영논리를 펼쳐가는 댓글족들이 올빼미족이 아닌가 싶다.

이런 올빼미족들이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스(Epidemis)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스(infodemics) 즉, 근거 없는 각종 루머들을 IT 기기나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키며 정치ㆍ사회ㆍ경제ㆍ안보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인포데믹스(infodemics)가 4ㆍ15 총선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 앞에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앞선다.

질병 바이러스는 의학적ㆍ물리적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정보 바이러스(information virus)는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때문에 손쉽게 잡기 어렵다.

국가나 정당 또는 진영 그리고 개인에게 인포데믹스가 미치는 영향은 곧 엄청난 재앙이고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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