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개가 입맛을 살린다
봄 조개가 입맛을 살린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3.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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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봄철이 되면 입맛이 없고 나른해지는데, 우리는 이를 `봄을 탄다`라고 한다. 이때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

우리 속담에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조개, 가을에는 낙지가 제철 음식이다.

`조개`는 민물과 바닷물에 사는 연체동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대양 대합이라는 조개는 제법 깊은 곳에 사는 조개의 일종으로 평균수명이 무려 400살이 넘는다. 2013년, 507살을 산 조개가 아이슬란드 해저에서 발견됐는데, 아쉽게도 연구진이 연구를 하는 도중 죽이고 말았다고 한다.

`조개`는 동서를 가리지 않고 예로부터 여근(女根)을 상징하고, 탄생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이러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안동 김씨 세도가의 중심인물이었던 김좌근(金左根 1797년~1869년)의 기생 출신 애첩 나합(羅閤 : 나주 출신 영의정) 부인의 재치 있는 답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나합이 젊은 미남자를 보면 수령 자리를 주고 비단을 많이 바치면 경기도 양주 수령으로 임명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루는 김좌근이 집에 돌아와 자기 첩 나합에게 묻기를, "세상 사람들이 자네를 나합, 나합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했다. 나합이 받아 말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여자를 희롱하기를 `합(蛤, 조개)`이라 하지 않사옵니까. 아들을 낳으면 고추, 딸을 낳으면 조개라 하잖아요. 그러니 저를 나합이라 할 때, 합은 `조개 합` 자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2만 5천 종가량 있는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조개에는 `말조개(馬蛤)`, `바지락조개`, `섭조개`, `피조개` 같은 것이 있고, 바닷조개에는 `가막조개(黑蛤)`, `개량조개(=명주조개)`, `대합조개(=무명조개)`, `마당조개(=백합(白蛤))`, `맛조개(竹蛤)`, `모시조개(가막조개, 가무락조개, 玄蛤)`, `밥조개`, `살조개(꼬막)`, `새조개(鳥蛤)`, `진주조개(眞珠貝)`, `펄조개`, `함박조개` 등이 있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조개는 조개껍데기의 모양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합ㆍ홍합처럼 껍데기가 2개인 것, 소라ㆍ우렁이ㆍ고둥처럼 껍데기가 나사 모양으로 된 것, 뿔소라처럼 뿔 모양을 한 조개 등이다. 그러나 흔히 껍데기가 2개인 것을 조개라 하고, 1개인 것을 고둥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밥조개`는 함경도 연안에서 나는 것으로, 밥 대신 먹는대서 `밥조개`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과 조개껍데기로 밥주걱을 대신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조개는 동서양 모두 일찍부터 식용으로 사용됐다. 조개 음식으로는 조개깍두기, 조개밥, 조개어채, 조개저냐, 조개젓, 조개찌개, 조개탕, 조개회, 조갯국, 조갯살 등을 들 수 있다.

`조개깍두기`는 깍두기를 만들 때 조갯살을 넣어서 담근 것이다. 이는 한자어로 합홍저(蛤紅菹)라 한다. `조개밥`은 멥쌀에 조갯살을 넣고 간장을 쳐서 지은 밥이다. 한자어로 합반(蛤飯)이라 하는데, 통영ㆍ거제에서는 이를 `유곽`이라 한다. `조개어채`는 조갯살로 만든 어채, 합어채(蛤魚菜)이고, `조개저냐`는 조갯살로 만든 저냐, 합전유어(蛤煎油魚)다. 전유어, 곧 저냐는 고기나 생선을 얇게 저며 둥글납작하게 만들고, 이에 밀가루나 계란을 입혀 튀긴 음식이다. `조개젓`은 조갯살로 담근 합해(蛤醢)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란 속담이 있지만, `조개젓 단지에 괭이 발 드나들 듯`이란 속담도 있다. 이는 한번 맛을 들여서 잊지 못하고 자주 드나듦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조개찌개`는 쇠고기를 간장과 고추장을 탄 물에 넣어 끓이다가 조갯살을 넣어 만든 찌개다. `조개탕`은 모시조개를 맹물에 삶아서 먹는 것이다. 국물 째 먹는 것으로 그 맛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이는 달리 `조갯국`이라고도 한다.

`조개회`는 술안주로, 조개의 살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니, 한자어로는 합회(蛤膾)라 한다.

`조갯살`은 조개의 살이란 의미 외에 그 살을 말린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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