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역사와 파생된 유머
‘술’의 역사와 파생된 유머
  • 송종복
  • 승인 2017.05.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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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술의 시초는 BC. 3C경 이집트에서 만든 맥주다. 그 제조법은 BC. 1.5C에 그림문자로 밝혀졌다. 구석기시대는 과실주를, 신석기시대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젖술(乳酒)을, 청동기시대는 곡주를 제조했다. 중국의 ‘위지 동이전’에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에서 ‘주야음주가무(晝夜飮酒歌舞)’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보아 우리는 고대국가로부터 음주문화가 발전했다.

 고려 말 이승휴의 ‘제왕운기’에는 ‘고삼국사기’를 인용한 내용이 있다. 하백의 딸 셋이 청하(압록강)의 웅심연(熊心淵)에서 놀고 있을 때, 해모수가 웅장한 궁실을 짓고, 그들을 초청해 ‘술대접’을 했다. 해모수가 그 중 첫 딸 ‘유화’를 유인해 동침하고는 주몽을 낳았다는 설이 있다. 이 외에도 고구려는 지주(旨酒)를 빚어 한나라의 요동 태수를 물리쳤다는 기록으로 보아 양조기술이 발달됐음을 알 수 있다.

 6세기 중국의 농업백과전서인 ‘제민요술’에는 우리나라에서 전파된 독특한 술까지 빚게 됐고, 백제사람 인번(仁番)이 일본에 전한 술이 일왕오진(日王應神: 270∼310)의 입맛을 사로잡아 그를 ‘주신(酒神)’으로 모셨다. 반면 소주는 우리 고유의 술이 아니다. 고려 때 몽골인이 먹던 소주가 전해진 것이다. 이때 소주는 지금처럼 에탄올을 물에 타 희석시킨 소주는 아니다. 이규보의 ‘국선생전’을 보면 이화주, 자주, 파파주, 천금주, 소주, 초화주, 녹파주 등 수십 가지의 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때는 집에서 담가 먹는 가양주(家釀酒)가 많았다. 그 중 약산춘(藥山春: 서울), 호상춘(壺山春: 전북), 노산춘(魯山春: 충청), 벽향주(碧香酒: 평안)가 유명하다. 1900년대 일제는 술에 세금을 매겨 가양주 제조를 면허제로 바꿨다. 면허장 때문에 1916년 36만 개, 1929년 265개소, 1932년 10개소로 줄었다. 광복 후 6ㆍ25전쟁을 거쳐 ‘양곡 보호령’이 선포돼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 후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우리 전통주 제조를 면허제로 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술에서 파생된 ‘유머’를 보면 매사에 얽히고설킨 것은 술을 먹으면 술술 풀린다고 해 이름 지었다. 애주가의 애창가(愛唱歌)를 보면, 월요일은 월급 타서 한 잔, 화요일은 화끈하게 한 잔, 수요일은 수시로 한 잔, 목요일은 목로에서 한 잔, 금요일은 금방 마시는 한 잔, 토요일은 토하도록 마시는 한 잔, 일요일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한 잔 한다고 변명한다. 음주량에 따라 9급은 분위기에 한 잔, 7급은 소주 한 잔 맥주 두 잔, 5급은 술김에 외박, 3급은 소주 3병 이상, 1급은 매일 2병씩 한 달 이상을 먹는 실력이다. 유단자로는, 1단은 1차에서 5차까지 마시고, 3단은 해장술의 양이 전날 마신 술과 동일하게, 5단은 끼니마다 소주 한 병씩 반주로 마신다. 7단은 술집을 그냥 못 지나가고, 9단은 해갈할 때 소주를, 10단은 주신으로 술 먹고 죽는 사람이다.

 애주가의 애칭으로 酒童(주동)은 술맛도 모르면서 마시고, 酒卒(주졸)은 한 두 잔정도 마시고, 酒軍(주군)은 술꾼이라고 부를 정도로 마시고, 酒豪(주호)는 공짜 술만 마시고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酒監(주감)은 친구에게 술을 사주는 것을 즐기는 사람, 酒將(주장)은 누구나 알아주는 술꾼, 酒好(주호)는 술 없이는 못 사는 사람, 酒仙(주선)은 술 먹다가 죽는 사람이다. 즉, 당나라 酒(李)태백같이 술을 지고는 못가도, 먹고는 갈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술에 만취하면, 사장은 여자에 취하고, 전무는 술에 취하고, 계장은 눈치 보기에 취한다. 말단은 빈 병 헤아리기에, 마담은 돈 새기에 정신이 없다. 처음 1병은 이 선생, 2병째는 김 형, 3병째는 여보게, 4병째는 어이, 5병째는 야!, 6병째는 이 새끼, 7병째는 ‘엠브란스’ 신세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나중에는 술이 술을 먹고,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 요즘 술 때문에 자동차 사고가 많다. 그러나 오늘은 갈지(之)자로 걷지만, 내일은 한일(一)자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며 술 먹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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