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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의 함정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의 함정
  • 승인 2008.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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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한반도 대운하 논란에서부터 최근의 영어교육,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공천잡음과 내분, 거기다 로스쿨 발표 후폭풍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평소 같으면 최대 이슈가 될 법한 이명박 특검이나 삼성 특검, 태안 기름유출 사건 등이 ‘현재진행형’인데도 한참이나 뒷전으로 물러날 만큼 수위도 높다.

민생현안과 당면 국정과제를 둘러싼 온갖 파열음은 원칙이 배제되거나, 공론의 장을 통한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한데 모으지 못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예견된 결과다.

그럼에도 정책 입안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을 위해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나를 따르라. 행복이 올 것이다’라고 현혹한다. 입안자 측에서는 ‘통과의례’ 수준의 공청회로 ‘밀실담합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고, 반대쪽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 당력을 쏟느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 와중에 17대 국회는 저물어가고 이명박 정부 출범과 총선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산적한 국정현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겠다는 국회의원들과 여야 정당들이 역설적이게도 서민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위민정치’를 내세우지 않는 법이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가 왜 ‘국민을 옥죄는 정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한 겨울의 강추위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매섭게 휩싸고 돌던 지난 3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국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선거법 독소조항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안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안면이 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담소를 나누던 중 매우 의미 있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를 믿지 않는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고,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치를 원한다. 지금의 여야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이 안하무인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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